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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브씨가 이지스터에서 프로밧으로 로스터기를 바꿨습니다. 프로밧 구형인데, 열풍과 전도의 비율이 6:4라고 하는 완전 구형은 아니고, 7:3 비율인 엄청 오래되지는 않은 구형입니다.(최신 모델은 열풍과 전도 비율이 8:2라고 하죠.) 신형과 구형이 무슨 차이냐면, 신형 모델은 밝고 클린한 커피를 만들기가 좀 더 쉽고, 구형 모델은 바디와 단맛이 있는 커피를 만들기에 좀 더 유리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연식 있는 네임드 스페셜티 로스터리들 중에는 6:4 비율의 구형을 사용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도쿄의 글리치 정도가 예외적으로 신형 프로밧을 사용하구요.(물론 전자의 곳들은 글리치보다 연식이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만) 블렌드 아메리카노와 싱글오리진 브루잉을 마셔봤는데, 두 커피 모두 처음에는 맛이 너무 좋아요. 볼륨감 있는 단맛과 풍성한 뉘앙스가 입안을 기분 좋게 가득 채우는데, ‘이런 맛을 내려고 프로밧 구형을 쓰는 거지!’라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이 풍성한 볼륨감은 5분도 지나지 않아 쪼그라들고, 라이트미디엄 인텐스의 평범하게 괜찮은/좋은 맛의 커피로 바뀌어버립니다. 머신의 힘을 빌리고 여러 커피가 상호보완을 해주는 블렌드 아메리카노의 맛이 더 좋고, 싱글은 가격도 더 비싼데 맛은 더 떨어지구요. 전에도 이런 비슷한 커피들에 대해 리뷰한 적이 있는데, 알토커피바와 테일러커피의 커피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죠. https://polle.com/maindish1/posts/496 https://polle.com/maindish1/posts/508 세미나와 교육, 로스팅 프로파일 공유 등으로 인해 비슷한 유형을 커피를 만드는 곳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이런 커피가 유형 A라면, B C D E… 등으로 여러 유형이 존재합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글귀가 있는데, 잘 만든 커피는 클린하고 인텐스가 좋고 지속력이 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커피는 서로 다른 방식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고가의 로스터기를 장만하신 만큼, 커피를 향한 그 진정성에 걸맞은 결과물을 만드시는 날이 오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원오브씨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3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