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부영각 "신성각과는 반대의 강렬함의 간짜장" 1. 나에게서 신성각은 간짜장의 교과서이다. 물, 밀가루, 소금만으로 반죽해 수타한 부드러운 면과 춘장으로만 바로 볶아 담백한 짜장은 정말 환상적이다. 그렇다고 달고 짠 짜장면이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짜장면 맛도 가게마다 다를테니.. 대신 일관성만 유지하고 정석만 지키면 그만일테다. 2. 용강동의 <부영각>은 무려 70년의 역사를 가진 화상노포란다. 이집을 왜 이제서야 듣고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집은 이집 음식 스타일 처럼 조용하게 유명한 제야의 강자다. 건물 하나를 다 쓰고 있는 공간의 여유로움이 있는 곳인데, 무료 발레파킹이 너무 매력적이다. 3. 가게에 들어서면 적당한 크기의 홀이 있는데, 화상을 상징하듯 색바랜 붉은 색의 내부 장식이고, 식탁은 모두 동그란 원탁이다. (3층에 연회석이 따로 있음) 살다 살다 동그란 원탁으로만 되어 있는 한국의 중국집은 또 처음이다. 카운터에서 여사장님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맞이해 주시는데, 동네 푸근한 아줌마 느낌이다. "간짜장 하나 주세요~~" "보통으로요? " 하고 되물으신다. "곱배기 먹을까요?" "당연히 곱배기 드셔야지... " ㅋㅋㅋ 처음 방문한 곳인데도 이런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갈 정도로 정과 친절함이 몸에 배인 사장님이시다. 4. 주문한지 6-7분 되서 간짜장 곱배기가 나왔다. 세월이 느껴질 정도로 투박하게 벗겨져 무광이된 그릇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면과 시커먼 짜장이 나왔다. 그릇만 봐도 이집의 세월이 느껴지는데, 그 사이에 느껴지는 잘 볶은 춘장의 향과 산뜻한 밀가루면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5. 면기에 물기 한 방울 없고, 면은 물기를 잘 짜내서(기본이 잘된 집이라는 뜻) 탄력이 더 있어 보이는 비주얼이고, 짜장은 딱 좋아하는 크기로 썰린 양파와 부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짜장의 색깔을 봐서는 꽤 많은 양의 춘장으로 볶은 것 처럼 보인다. 6. 면은 생각보다 탄력이 있어 아쉽나 했지만, 얇은 면빨과 툭툭 잘 끊어지는 적당한 탄력으로 나쁘지 않은 식감을 준다 7. 짜장은 꽤 강렬하다. 신성각의 담백함이 아니라 딱 그 반대다. 강렬한 춘장의 맛과, 적절하게 쓰인 MSG, 그리고 좀 많이 쓰인 설탕. 풍성하게 쓰인 춘장의 강렬함을 상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맛의 수위를 올린 느낌이다. 강렬하게 감칠맛이 나면서 카라멜라이제이션이 된 설탕의 꼬소함이 발란스를 이뤄 입에 착착 감긴다. 8. 그렇다고 기름이 질펀하게 느끼하지 않다. 기름은 적당하고 전체적인 발란스가 잘 갖춰져 있어 탄력있는 면과 함께 조화가 참 좋다. 신성각이 조용한 클래식이라면, 여기 간짜장은 메탈리카의 강렬한 헤비메탈을 듣는 듯 하다. 9. 단점이라고 하면 조금 단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면을 다 먹고 흰밥을 비벼 먹으면 딱 좋을 강렬함이다. 잘 볶아 양파가 맵지 않으면서 아삭한 식감을 잘 살렸지만, 볶는 온도는 조금 약했나보다. 물기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간짜장보다는 좀 많다. 10. 슴슴한 요리가 유명한 70년 노포에서 이런 강렬한 간짜장이라니.... 그런데 그 강렬함의 매력이 말려 곱배기를 개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이것 또한 이집의 매력이려니... 다음엔 꼭 이집 시그니쳐인 <부추복어살>을 먹어봐야겠다. ** 추천: 간짜장 (단 맛 좋아하시는 분들만) PS1: 여긴 가격의 시간이 멈췄나보다. 바로 볶은 간짜장 곱배기가 6000원이다. 제천의 송학반점도 6000원 이였는데... ㅎㅎ 사장님이 곱배기 먹으라고 한 것이 더 비싸게 팔력한 상혼이 아니라 더 배부르게 먹으라는 진심된 마음이였다는 것을 계산 후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PS2: 서강대 후문에 <부용각>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어설프게 찾아가다 낭패 볼 수 있으니 방문 전 주소 체크는 필수다. PS3: 옛날 엽차 잔에 맹물이 아니라 차가운 차를 주는 것은 너무나 맘에 든다
부영각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8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