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 #아라리만두 "부끄럼쟁이 만두 장인의 30년 고집" 1. 오산은 내겐 익숙한 동네는 아니다. 그저 경부고속도로 탈 때 평일 '버스전용차선'의 시종점 정도일 뿐. 요즘은 신도시 개발로 오산 위의 동탄시가 더 유명할 듯 한데 그런 오산에 두 개의 유명한 명물이 바로 <오색시장>과 <만두>다. 이름만 알던 오색시장에 가보니 그 규모가 가희 어마어마했다. 1792년에 처음으로 역사책에 기록될 정도로 200년 이상의 전통있는 시장인데, 여러가지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했고 홈페이지도 활발히 업데이트 되고 있어 오산시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오색시장 변두리에 작은 만두가게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여기 <아라리만두>고 또 하나는 <백향목만두>다. 두 집 다 오산에서는 유명한 만두집인데, 두 집의 특색이 뚜렷하게 달라 두 집 다 맛볼 가치는 충분하다. 3. 약 30년의 업력을 가진 아라리만두의 가게 모습은 딱 <시골만두>집이다. 허름한 간판, 만두와 찐빵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가게 밖에 놓여 있는 찜기가 80년대 어느 시골 동네를 연상케 한다. 가게 안도 대동소이한 느낌이다. 소박한 모습의 작업대, 허름한 테이블 몇 개, 액자에 담아 있는 메뉴판. 에어컨 없는 여름 아침의 만두가게는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나에게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4. 아침에 방문했는데, 사장님은 만두소를 준비하고 계셨다. 혹시나 하고 만두 주문 가능한지 여쭤봤더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다행이였는데, 냉장고에서 전날 만두를 꺼내 찜기에 넣으시는 모습을 보고 살짝 실망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의 칼질 소리에서 그 우려는 사라진다. 묵묵히 앉아 채소를 다지는 소리만 만두가게에 울려퍼진다. <탁탁탁탁탁~~~, 탁타닥 탁타닥 탁타닥~~~> 모든 재료를 손으로 다지신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제OO> 중에 진정한 수제가 몇 가지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집은 진정한 <100% 수제 만두>라는 생각을 하니 아까의 아쉬움은 기대감으로 변했다. 5. 근사하게 쪄진 만두가 나왔는데, 향긋 달짝지근한 <발효피>의 향기가 아련하게 올라온다. 기분 좋은 냄새다. 만두를 한 입 베어물면 포실한 만두피를 지나 뭔가 엉성한 듯한 만두소가 느껴지는데, 예상외로 담백하고 싱겁다. 살다살다 이런 만두는 처음 먹어 보는데, 만두피의 연한 단맛과 담백한 소의 만두는 간장을 찍어 먹으면 기분 좋은 발란스를 이룬다. 마무리로 단무지 한 입은 맛의 삼각편대를 만들어 혀를 어루만져준다. ㅎㅎ 이 조합으로 먹으니 참 맛있다. 6. 이집의 내공은 잘 발효된 만두피에도 있지만, 진수는 만두소다. 당근, 파, 당면, 양파, 돼지고기의 단촐한 구성인데 (눈에 보이는 것만) 모든 소의 크기가 일정하다. 사장님의 칼질이 주는 선물인데, 이런 일정한 크기의 만두소는 입안에서의 식감을 편안하게 만든다. 백미는 돼지고기인데, 거의 모든 만두집은 <기계로 갈은 고기>를 쓰는 반면, 이집은 <칼로 자른>고기를 쓴다. 아주 작은 크기로 자른 돼지고기는 몇 점 들어가지 않았지만 만두 소에 강렬한 치감을 준다. 이 치감 덕분에 이집 만두는 <맛있는 만두>가 된다. 7. 맛은 전체적으로 담백한데, 내 수준의 미각으로는 소금과 후추맛 이외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장님께 “조미료는 하나도 안쓰시네요~~” 라고 물었더니 정말 부끄러워 하시면서 “아주 <쪼끔>은 넣어요” 하고 대답하신다. 정직한 분이다. 믿음이 간다. 8. 작은 가게에 쭈그리고 앉아 30년을 만두 만드신 사장님의 모습이 선하다. 그 손에서 대단하진 않지만 작은 명품이 탄생한다. 개인취향에 따라 이집 만두가 맛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사장님의 순수한 열정과 고집은 누가 봐도 느껴지는 만두다. <잘 먹고 왔습니다> PS: 만두 2인분을 포장했는데 비닐에 싸고 신문지로 둘둘 말아 주셨다. 영락 없는 80년대 스타일이다. 이집에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하다 ** 추천: 모든메뉴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만두 #러셔스노포
아라리 만두 찐빵
경기 오산시 오산로232번길 1 대풍장여인숙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