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우주옥 "평범함을 거부한 괴짜 냉면" 1. 연남동에 새로운 냉면집이 생겼다. 하얀 면기에 투명하게 맑은 육수 분홍의 수비드 편육과 녹색의 쪽파가 주는 칼라의 대비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일반적인 냉면의 비주얼이 아닌 한 그릇의 작품 같은 비범함이다. 2. 육수를 한 입 먹으면 맑은 생수 같은 비주얼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소고기의 진한 맛이 느껴지지만 기름기 없이 깔끔하다. 끈적한 단맛이 수반되지 않고 짠맛을 동반한 감칠맛의 근원이 MSG가 아니다. 대량의 고기와 질 좋은 소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솜씨 좋게 틀어 만든 면또아리는 분홍의 수비드 편육이 소복하게 덮고 있는데, 편육을 살짝 들어보면 배추절임이 숨어있다. 요 배추절임 또한 평범을 거부한다. 감칠맛과 짠맛이 우세한 육수라면 단맛이 나는 채소 절임을 올리는 것이 보통일 텐데, 이 배추절임은 오히려 육수보다 더 짜다. 이 짠맛이 신기하게 혀의 미각을 무뎌지게 하면서 냉면의 맛을 온화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계산된 맛의 중첩인지, 우연한 조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짠을 거부한 짠-짠의 조화로 직수 승부를 한 쉐프님의 성깔이 느껴진다. 4. 면이 참 좋다. 메밀 80%의 면인데, 본인 취향에 딱인 얇은 면이다. 동시에 톡톡 끊어지는 메밀국수 특유의 식감도 잘 느껴진다. 다만 메밀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5. 수비드편육 또한 아주 매력적이다. 보통은 육수를 낼 때 사용한 고기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이 정석인데, 이집은 고명을 위해 기름기 없는 우둔(홍두께)를 따로 수비드 조리하여 올렸다. 모양만을 위한 수고가 아니라 맛을 위한 수고다. 고기는 당연히 맛있는데, 감칠맛 좋은 육수에 뒤지지 않는 고기맛이 잘 살아 있다. 육수의 고기맛과는 결이 다른 맛이 느껴지져서 고기맛의 레이어를 주는 효과가 있다. 라멘집의 챠슈 추가 처럼, 이집도 편육 추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 면을 고기로 싸서 먹는 <육쌈>을 해먹으면 딱일 것 같은데 ㅎㅎㅎ 6. 유일하게 약간의 단맛이 있는 것이 백김치다. 지속적인 짠맛에 지쳤다면 백김치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백김치는 산미가 조금 부족한 듯 하지만 꽤 준수하다. 7. 점심에는 식사만 주문 가능하지만 저녁에는 주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주류 주문이 필수다. 냉면 한 그릇 먹으러 갔다가 3,000원 짜리 소주를 주문했는데, 귀여운 진로 팩소주가 나온다 ㅎㅎ 얼음 넣고 희석해서 마셨는데, 냉면 자체가 고기-고기 느낌이라 냉면을 안주삼아 마시기 참 괜찮다. 강제 반주가 됐지만 맛의 조화는 참 좋다. 8. 이 냉면을 만드신 쉐프님의 성격이 예상이 간다. 남이 하는 것과 같은 것을 하는 것을 싫어하실 것이다. 육수에도, 고명에도, 면에도 그 성격이 녹아있다. 평범함을 거부한 냉면 한 그릇... 쉐프의 집념과 고집이 제대로 맛으로 표현이 됐다. 정말 좋은 냉면집이 생겼다 <변하지 않는다면......> PS: 수육 메뉴가 없는 이집에서 진한 육수를 내는 그 많은 고기들은 어디로 갔나 했더니 <어복쟁반>메뉴가 있다. 다른 분이 주문하는 것을 봤는데, 다양한 부뷔의 고기를 네모로 썰어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냉면 육수를 부어 나간다. 다음에 간다면 꼭 먹어보고 싶다. PS2: 사장 성격대로 손님이랑 언쟁하는 회사나 식당은 언젠간 어떤 형식으로든 댓가를 치른다 - 누군가는 이 말 뜻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주옥
서울 마포구 동교로50길 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