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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cious.K
추천해요
2년

#종로 #관수동 #한일식당 "수향미가 필요 없는 향기로운 밥상" 연탄이 주는 의미는 한국인에게는 각별하다.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가을에 산더미 같은 김장으로 식량을 준비하고 창고 가득히 연탄을 채워 집안의 온기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제는 가스와 석유에 밀려 원초적 화석연료인 연탄은 난방 보다는 레트로 조리열원으로 더욱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듯 하다. 연탄구이가 주는 믿음과 감성은 할로겐이나 인덕션까지 나온 주방의 열원에서 아직도 식당의 든든한 화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묵직하게 뿜어내는 연탄불의 에너지는 재료를 겉과 속을 골고루 익혀낸다. 불꽃으로 조리하는 방식이 아닌 열에너지로 재료를 익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비교해본 적이 없어 가스불 구이와 연탄불 구이의 맛차이가 그리 현격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믿음을 믿는 미식가들에게는 연탄불 구이집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의미가 있을 듯 하다. 한일식당의 연탄불 구이는 이런 감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시크한 어머님은 연신 생선을 굽고 친절한 아버님은 손님들을 맞이한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초벌구이 생선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더욱 맛을 높이고 손님의 주문에 간택된 녀석들은 다시 한 번 뜨끈한 연탄불 한증막에서 지방을 활성화 시키고 육즙을 데워낸다.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집의 진짜 별미는 막 지은 <솥밥>이다. 지금은 워낙 대량 압력솥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솥밥을 내는 집들이 많지만 한일식당의 솥밥은 레트로 방식으로 지어져 구수함의 정도가 기계로 만들어낸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솥밥의 나무뚜껑을 열면 구수한 밥향이 꼬를 찌른다. 그 사이에 살짝 눌은 쌀의 향이 식욕을 돋군다. 탄 맛과 향이 아니라 적절하게 눌어서 예쁘게 누릉지가 잡힌 본인이 지금까지 본 솥밥 중에 최고의 솥밥이다. 당연히 밥맛은 구수함이 넘쳐난다. 살짝 씹히는 누릉지의 쫄깃함은 치감까지 간지른다. 그 위에 올려먹는 큼지막한 생선살 한 덩이란..... 나만의 작은 호사가 아니겠나. 이런 호사를 더욱 황송하게 해주는 단맛 없이 직관적인 반찬들은 요즘 음식과는 다른 진정한 레트로의 맛을 선물한다. 요즘 최고의 쌀이라는 구수한 향의 수향미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일식당의 밥은 수향미가 필요없다. 장인의 솥밥 솜씨로 구수함이 진동한다. 이제는 딱 두집 남은 종로의 연탄생선구이집 오래오래 남아주시길 바래본다. PS: 반찬들이 하나 하나 정말 맛있는데, 단맛은 배제되고 짠맛에서 오는 감칠맛이 핵심이다. 보통은 달게 조리는 연근조림도 한일식당에서는 짜다. 진득하게 맛들은 김치와 오이무침 역시 기존과는 다르다. PS2: 어머님이 너무나 시크하신데, 생선을 많이 먹고싶어 두 가지 생선을 주문하고 솥밥은 하나만 먹었더니 계산 하실 때 2,000원 슬며시 손에 쥐어주신다. 본인이 다 받으시라 마다해도 굳건하게 사양하시며 내어주신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듯해지는 식사였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한일식당

서울 종로구 수표로20길 16-1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