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청담미역 "미역국은 집에서 먹는 음식이다" #귀빠진날 한국인에게 <미역국>이라는 음식음 참 특별하다 생일이면 꼭 한 그릇씩 먹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수유기간 내내 먹어야 하는 관습적 음식이다. 너무 흔한 음식이다보니 그 소중함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혼자 떨어져 지내는 생일날에는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 한 그릇이 그립고 눈물도 흐르는 진정한 의미의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미역국 예전에 아내의 출산 후 참 다양한 미역국을 끓여댔다. 기본인 소고기 미역국을 비롯해 별미로 멸치베이스와 건홍합 조합의 홍합미역국, 실패는 했지만 생선으로도 미역국을 끓여 봤다 (제주도 도미 미역국을 상상하며 ㅎㅎ) 지금까지 끓여본, 그리고 먹어본 미역국은 대부분이 미역국 이름 앞에 붙는 재료가 육수의 베이스가 되고, 거기에 미역을 넣어 미역의 향과 성분을 녹여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 잔치집에서 자주 보는 도미 미역국은 도미의 머리와 뼈로 진득하게 육수를 내고 그 육수에 미역과 도미살로 마루리를 한다. 단순히 베이스 미역국을 끓여 그 위에 고명을 달리한 짝퉁 미역국이 아닌 육수와 미역의 조화로 만들어낸 꽤 힘든 요리이기도 하다. #미역국외식 언제부턴가 외식의 장르가 다양해 지면서 미역국도 프렌차이즈가 됐다. 어떤 면에서는 신박한 아이디어고 어떤 면에서는 "미역국까지?" 라는 반감도 느껴지는 외식 아이템이다. 마침 아들에게 급하게 밥을 먹일 일이 있어서 아들이 좋아하는 미역국에 생선구이까지 메뉴 라인업에 있는 <청담미역> 청담점을 찾았다. 물론 꽤 기대를 하면서... #국물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나오는 미역국 한 사발은 사뭇 집에서 먹는 미역국 한 그릇과는 다른 느낌이다. 게다가 살짝 녹색빛 도는 뽀얀 국물은 잘 끓인 황태곰탕을 먹을 때의 감동을 리마인드 시킨다. 국물을 한 모금 먹으면 엄청난 감칠맛이 확~~~ 입안으로 들어오는데, 바로 느껴진다. <외식이구나> 육수도 꽤 진하고 미역의 향도 국물에 잘 녹아 있지만 강렬한 MSG는 엄마가 해주시는 소울프드인 미역국의 이미지를 부셔버린다. 해물육수와 아주 작은 가이바시로 추측이 되는 건더기 (질겅거리는 식감으로 유추)가 이집의 베이스 국물이고 여기에 여러가지 부재료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여내는 스타일이다. 아들의 조개미역국은 기본 맛에 약간의 조개가 들어있는 터라 크게 조개의 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MSG... 내가 주문한 갈비미역국 역시 기본 육수의 맛이 워낙 강해 소고기의 맛 보다는 그냥 갈비 한 대 뜯는 기분으로 먹는다. 게다가 MSG... #가자미구이 이집은 가자미 미역국이 기본 미역국이다. 그래서 가자미구이도 서빙을 하는데, 살짝 튀긴 가자미구이를 준다. 가자미가 워낙 담백한 맛이라 진한 양념장도 함께 서빙을 하는데, 워낙 미역국의 조리료가 강해 가자미는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가자미구이만 놓고 보면 조금 퍽퍽한 것 빼고는 밥반찬으로 크게 나무랄 것은 없지만 미역국과 함께 먹으면 주문할 이유는 없다. 가자미의 잘못일까? 미역국의 잘못일까? #의미의퇴색 그렇다고 이집 음식이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담백할 것 같지만 입에 착 붙는 미역국부터 굉장히 상업적인 맛의 숙성되지 않은 무생채, 김치 등도 조미료맛과 자극이 강하다. 외식 식당의 맛내기로, 지다가다 한 끼 먹는 밥집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미역국이라는 귀빠진날 먹는 음식에 상업적 맛의 결합은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맛으로 다가왔다. 마침 아내의 생일여서 새벽부터 일어나 정성스레 소고기 육수를 내서, 따로 우린 다시마 육수를 섞고, 잘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보글보글 끓여낸 미역국 한 냄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미역국까지 굳이 MSG 느껴가며 외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미역국의과학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에는 육지의 채소보다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이 되어 있는데, 특히 바다속 다양한 미네랄 환경으로 인해 많은 종류의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그 중에 요오드 (I, Iodine) 성분은 우리몸의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며 그로인해 충분한 요오드는 갑상선 대사를 증진시켜 체내 에너지 대사 및 단백질 합성, 기초대사량 증가 등의 엄청난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미역에 풍부한 수용성 및 비수용성 섬유소들은 장내 영양소 흡수 속도를 늦춰 급격한 혈당 변화와 지방의 체내 흡수를 막아주며 변비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선조들은 예전부터 아셨나보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수천년의 경험을 토대로 인지했고, 그래서 관습적으로 출산 후, 그리고 수유기 동안 엄마들에게 미역국을 먹였다. 활발한 신진대사는 엄마의 젖생산을 늘리고 변비를 예방해서 건강한 아기와 엄마를 위한 좋은 식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조들의 경험적 지혜가 더욱 돋보이는 사실은, 꽤 많은 외국 논문에서 너무 많은 해조류 섭취는 요오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요오드 중독이 만연하지 않는 것을 보면 과학적으로는 입증할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경험적 자신감이 <미역국>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청담미역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7길 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