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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2년

#보문동 #안동반점 #탕수육 * 한줄평 : 전설적인 골퍼, 아놀드 파머와 탕수육 1. 지금이야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었다지만, 19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돈 많은 일부 사회층의 전유물이라 할만큼 꽤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귀족 운동이었다. 골프가 일부 부자 계층의 운동이긴 했어도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아놀드 파머가 본인의 이름을 차용하여 런칭한 골프웨어 브랜드인 <아놀드 파머>만큼은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았을만큼 그의 인지도는 엄청났었다. 2. 그런데 중학생 시절 어렵게 구한 골프 비디오를 통해 그의 샷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샷의 정석과는 많이 달라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설명해주시길 아놀드 파머가 나이가 들어 이제는 경기 기록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고, 여전히 그의 샷을 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하셨더랬다. 3. 오늘 방문한 50여년 반세기 업력의 보문동 안동반점의 탕수육을 먹으며 문득 할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아놀드 파머가 떠올랐다. 재개발로 이전하기 전에도 주방장 할아버지께서 연세가 드셔서 음식도 늦게 나오고, 일주일 중 이틀은 쉬셨더랬는데 이젠 평일은 17시로 사실상 점심 장사만 하시고, 주말에만 저녁까지 영업을 하신다. 4. 이 집을 십수년째 다니고 있는 단골로 할아버지 컨디션에 따라 맛이 들쭉날쭉하긴 했어도 어느 정도 편차 안에서 움직였는데 오늘은 탕수육 돼지 등심의 잡내도 채 잡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잡채밥의 기름은 너무 흥건했으며, 간짜장의 면은 채 덜어내지 못한 물기가 아쉬웠다. 5. 그럼에도 불에 맞서 무거운 웤을 돌려야 하는 중식 주방장의 노고를 아는지라 노령에도 여전히 음식을 만들어내시는 어르신의 존재가 ‘골프의 대중화와 인기를 위해 노령에도 여전히 대회에 참가했던 아놀드 파머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며 여전히 고맙기만 하다. • 추가잡설 최근 탕수육 트렌드를 보면 고기와 튀김 반죽 기술로 집중되고 있고 소스의 토핑 재료는 물가 상승이라는 큰 벽 앞에 소홀해지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보문동 안동반점의 탕수육은 배추와 대파 등이 푸짐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 식당의 노장은 여전히 그의 레서피를 고수하고 계신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여전함을 고집하는 것이 어쩌면 노포 그리고 가게 주인인 노장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동반점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1길 35-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