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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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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서귀포안덕 #페를로 #고등어파스타 * 한줄평 : 제주식(style) 음식에 관한 단상 1. 제주의 레스토랑은 소재는 제주에 자리하고 있으나, 소비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미식가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음식의 수준과 스펙트럼이 서울 못지 않은 곳이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상황이 겹치며 전 세계로 나가야 할 여행 수요가 제주도로 집중되니 제주의 신생 업장은 화수분처럼 계속 솟아나오는 구조이다. 2. 나 역시 일년에 한두번은 꼭 제주를 방문하며 여러 식당을 섭렵하고 있는데 내가 경험한 식당을 크게 2가지 기준으로 나눠보자면 아래와 같다. 첫번째는 제주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점>이요 두번째는 제주의 식재료를 육지 사람 입맛에 맞춰 조리한 <제주스타일 식당>인데 제주스타일이라는 단어에는 감성적인 부분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제주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거나, 한라산이나 오름을 형상화한 음식도 두번째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3. 그런데 식탁 위의 반상에 <제주 감성 한두 스푼> 넣었다고 이걸 과연 <제주식>이라고 봐야 하는지, 혹은 제주 특유의 한유로움에 <제주 식재료>까지 들어가야 제주식이라 봐 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너무 무분별하게 제주식이라 칭하는 것 같아 씁쓸한 부분이 작지 않았다. 4. 서귀포시 안덕면 아주 한갓진 곳에 자리한 <페를로>라는 식당은 아무리 봐도 이탈리아 남부식 요리를 취급하는 곳인데, <제주식>이라고 마케팅을 하기에 그 경계를 몸소 체험하고자 방문하였다. 5. 화덕 피자와 파스타, 뇨끼,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이 식당에서 우선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바로 제주 바다와 땅에서 나고 자란 <로컬푸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문어보말파스타와 고등어파스타는 분명 이탈리아 소스를 배이스로 만들었지만 제주의 풍미를 가득 담아냈다. 6. 그러고보니 이번 제주 여행을 준비하며 놀란 것 중 하나가 어줍잖은 제주 감성 한두 스푼 넣고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흉내내기에 그쳤던 레스토랑은 거의 사라지고, 제대로 실력있는 쉐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제법 늘었다는 것이었다. 7. 기존에 없던 음식을 제주에서 제주 식재료로 만들었으니 뿌리는 비록 제주의 것이 아닐지라도 제주식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 음식은 마음에 들었으나 접객이 다소 아쉬웠다. 좋은 음식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 와인도 한잔 주문했으나 이탈리안 음식이 제주식으로 만들어지며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DNA까지 묻어버렸는지 피자와 파스타 3개가 한꺼번에 제공되었다. 우리가 워낙 빨리 먹은 탓도 있겠지만 35분만에 십여만원을 지불하고 퇴장하며 문득 메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서빙 속도도 배려받지 못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페를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회관로74번길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