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답동 #기연각 #난자완스 * 한줄평 : 개성있는 중식당 • 신선한 재료, 자기 색채 강한 레서피의 기연각 • 위치는 동네중식당, 가격은 강남, 그런데 맛은 그럴만도! • 언제나 재미있는 짜장면 이야기 1. 육미짜장으로 유명한 청량리 홍릉각의 제자라는 점만으로도 개업 초창기부터 버프를 받아 망고플레이트 중식 매니아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 집의 특징은 바로 <개성>이다. 2. 한반도의 중화요리는 분명 임오군란이라는 역사를 통해 시발되어 여전히 한중교류의 산물로 큰 사랑을 받고 있건만, 그 중간 과정에 한국전쟁으로 인한 중국과의 교류 단절, 박정희 정권 당시 내려진 외국인 토지 취득 금지에 관한 법, 중국식당에서의 쌀밥 판매 금지령과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한 짜장면 가격 인상 규제 정책 등은 <화교 엑소더스> 현상으로 귀결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의 중화요리는 <중화가 부재한 중국식 음식>으로 격이 하락하게 된다. 3. 여기에 사자표 춘장이라는 공장 소스와 가격 상한선 등의 경영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니 중국음식의 대표 식사 메뉴인 짜장면은 한때는 <산업화 시대의 전투식량>, <서민들의 단골 외식 메뉴>로 크게 사랑받았건만 이제 먹고 살만해지니 기름에 볶고 지져낸 공장 소스에 비벼먹는 밀가루 면이라는 이미지로 추락하게 된다. 4. 용답동 재래시장에 자리잡은 <기연각>의 장점과 단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서민들의 공간인 재래시장에서 조미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기반으로 한 <개성있는 중화 요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요. 분명 음식의 가격에는 공간의 가격 역시 포함되었을진대 접근성도 그리 좋지 않은 용답동이라는 낯선 동네 재래 시장에서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요리가 허다하고, 임대료 비싼 강남의 고급 식당에서도 미처 보편화되지 않은 예약금 정책과 주류 필수 주문 등을 고수하는 것이 단점이다. 5. 초창기 방문했던 당시 주문 미스였던지 볶먹 형태로 제공되는 탕수육의 대파향이 묻어난 간장 소스가 언밸런스하다라고 느꼈던지라 실상 재래시장에 자리한 이 식당의 가격 정책 등을 <겉멋>이라 생각하였더랬다. 6. 그러나 <망플 아재모임>을 통해 이 식당의 여러 요리를 경험하며 확실히 이 집만의 <개성>과 <요리에 담긴 가치>를 느꼈더랬다. 단, 여전히 호텔 중식당에서도 받지 않는 예약금과 메뉴 이원화 정책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서도.. 7. 주문한 메뉴 중 단연 백미는 <난자완스>이다. 다진 고기를 치대어 기름에 <부쳐내는> 젠사오라는 조리 방식으로 만드는 요리인데, 이 메뉴의 포인트는 고기를 <적절히> 치대어 완자의 속이 너무 뭉쳐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치댐의 정도가 너무 촘촘하면 치감이 꽉 뭉쳐진 소세지처럼 되는데, 기연각의 난자완스는 겉은 바삭하게 지져냈고 속은 부드러워 육즙이 잘 잡혀진 형태로 제공된다. 일전 먹은 탕수육에 크게 실망하며 차라리 난자완스를 주문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8. 라조기 역시 이 식당의 개성이 가득하다. 동네 중식당의 라조기는 달달하고 신맛나는 간장 소스의 깐풍기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 짠맛의 간장 대신 매운 맛의 향신료가 들어가 단짠이 맵단으로 바뀌었을 뿐.. 그런데 기연각의 라조기는 화끈하다. 매콤함을 담당하는 <화자오>와 얼얼함을 주는 <마자오>를 사용하여 맛있게 매운맛을 선사한다. 9.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한 간짜장 역시 쉐프 본인만의 개성이 가미되어 있다. 물기 없이 웤으로 제대로 볶아내는 간짜장은 신기하게도 단맛이 부재하다. 본래 중국의 작장면은 단맛이 없고 짠맛이 강하다. 한국의 사자표 춘장은 산동지역의 총장에 카라멜 소스를 더해 먹음직스러운 윤기와 단맛을 낸 것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기연각의 간짜장 소스는 짠맛을 더한 것이 아니라 쉐프의 조치를 통해 단맛을 배제시킨 것이다. 기존 우리가 먹던 간짜장과는 다른 짠맛이기에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특색없던 한국의 짜장면 문화에 강화제를 넣지 않고 반죽한 면과 기연각만의 개성있는 춘장으로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식당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하다. instagram : moya95
기연각
서울 성동구 용답중앙길 7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