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리단길 #꺼거 #새우볶음밥 * 한줄평 : 만우절이 되면 생각나는 그 사람 1.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불가해지며 외식업계에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오히려 <해외 현지식>의 대중화이다. 2010년 이전에는 해외 현지음식이 국내 유입되며 지역화(Localization)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다면, 해외 여행이 일상화되며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음식에 대한 편견(Food Neophobia)이 줄어들었던데다 코로나로 오히려 해외 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음식이 떠오르니 오히려 음식 뿐 아니라 식당의 인테리어와 식기조차도 현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2. 상기 내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만한 곳이 바로 효뜨와 남박으로 용산 지역에 아시안 푸드 레스토랑을 히트시키며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쉐프 중 하나로 등극한 남준영님의 업장인 꺼거이다. 3. 꺼거는 만우절 거짓말처럼 세상을 등진 장국영님의 애칭이다. 천장지구, 아비정전, 천녀유혼, 패왕별희 등 수많은 역작을 남긴 그는 이른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며 오히려 한때 대단했던 위세를 지녔던 홍콩영화의 화석같은 상징이 되어 버렸다. 4. 내 기억에 그가 맡았던 캐릭터 대부분은 부드러우면서도 애틋했고 따뜻했기에 아직 적지 않은 이들의 가슴에 남겨져 잔향을 풍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오너쉐프인 남준영님도 그의 팬인지 벽면에 화양연화의 스틸컷 등이 붙어 있어 작은 공간임에도 여기 저기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5. 주문한 음식은 파이황과, 새우볶음밥, 토마토탕면, 깨장치킨냉면이다. 파이황과는 목이버섯과 양념이 훌륭했지만, 좀 더 패서 오이향을 좀 더 살렸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아삭한 식감이 나쁘진 않았다. 토마토탕면은 합정의 대한각과 서촌의 티엔미미에서 경험해봤는데, 비주얼은 이 곳이 가장 훌륭했지만 맛은 사실 마라탕면에 토마토 조각을 넣었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토마토라는 재료가 갖는 본연의 풍미가 우러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의외로 가장 훌륭했던 음식은 따뜻한 밥이라도 한술 푸고자 주문했던 새우볶음밥이다. 밥의 고슬함과 불향 등이 상당히 훌륭하다. 6. 식당을 경험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홍콩 대로변에 있기엔 너무 인테리어가 튀고, 뒷골목에 있기엔 너무 깨끗하고 정돈된 이미지라 어쩌면 ‘홍콩의 업장을 옮겨놓은듯한 인테리어’라기 보다는 ‘우리가 상상하는 홍콩의 업장’을 실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음식 역시 간이 너무 강해 홍콩 분위기에 광동이나 사천 음식을 내는 곳이란 느낌이 강했고.. 7. 식당의 분위기나 상호만 보고 발 없는 새가 땅에 내려오며 세상을 떠난 그를 떠올렸으되 우수에 찬 애틋한 눈빛과 고운 선을 가진 그와 이 곳의 강렬한 음식은 왠지 어울리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8. 누구나 하루 세번은 먹는 음식은 만드는 이에게도, 먹고 품평하는 이에게도 참 어려운 과목이다. 문득 음식은 객관적인 정답을 기재하여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시험지가 아니라 특별한 순간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일기에 더 가까운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꺼거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8길 10
맛집개척자 @hjhrock
이 집은 꾸준히 가고 싶은 곳인데 갈 일이 잘 안생겨서 좀 아쉬웠던 곳인데..분위기 너무 좋은데요..ㅎㅎ
권오찬 @moya95
@hjhrock 눈이 혹할만한 절대 맛집은 아닌데.. 어디 음식을 입으로만 먹나요?! 눈으로도 먹고, 마음으로도 느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