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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10개월

#정릉 #봉화묵집 #건진국시 * 한줄평 : 투박함 속에 숨겨진 기품있는 국시 한그릇 • 한반도 국수의 계보 : 밀국수와 메밀국수 • 조선시대 잔치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 국수 • 경상도 별미 음식, 배추전 1. 면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고 깊다. 끓는 물에 3분이면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간편식 라면부터, 몇시간을 불 앞에 앉아 정성스레 육수를 만들어내는 냉면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2. 한반도에서 국수의 계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제면 기술과 레서피가 전해진 것이 고려시대 즈음이고, 관례, 혼례와 제례라는 잔치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 조선시대이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 시대 양반이 많았던 지역인 서울과 개성, 경상도와 전라도에선 멸치로 따뜻하게 육수를 낸 <밀국수>가 주류를 이루었고, 거친 기후 지역인 강원도와 평안도, 황해도, 경기 동부권과 강원도의 일반 백성들은 메밀을 거칠게 제분하여 만든 <막국수>를 즐겨 먹었다. 3. <안동국시>를 설명하려면 상기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이야 흔하게 그리고 간편하게 말아낼 수 있는 음식이 국수라지만, 실제 밀국수가 대중화된 것은 한국 전쟁 이후 미국의 밀 원조 이후인 1960년대 즈음이다. 영남 유림의 본고장인 안동에서 양반들이 잔치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국수는 손이 많이 가는 <귀한 음식>일 수 밖에 없다. 4. 실제 안동에 가면 찜닭과 간고등어, 헛제사밥 식당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안동국시집>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건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당에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국수라는 제약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없다면 그 누가 고된 수고를 마다할지 단번에 이해 가능한 일이다. 5. 전국적으로 국수가 대중화되었다지만, <지역명>이 들어간 사례는 많지 않다. 당장 기억나는 것은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안동국시와 구포국수 정도가 다인데 이정도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특수한 레서피>와 결합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6. 안동국시에는 <콩가루>가 들어가 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실제 주문을 받으시는 분께서 “우리 국수는 콩가루가 들어간다”라며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을 해주셨다. 7. 이 집을 처음으로 방문한지가 벌써 수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엔 입식이 아닌 좌식이었고, 노부부께서 식당을 운영하셨었는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홀로된 할머니께선 홀 한켠에 앉아 묵을 썰어내신다. 그나마 다행은 노년의 아들 부부가 주방을 이어받아 맛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8. 식당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고향이 바로 봉화이다. 할머니는 영주 출신이신데 크게 보면 영남 유림 문화권인 안동에 속한다. 이 분들이 서울로 이사와서 집에서 먹던 방식대로 음식을 낸 것이 벌써 사십여년 세월로 알고 있다. 9. 이 집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메밀묵>과 <칼국수 : 여름엔 건진국시>이지만, 경상도 별미 음식인 <배추전>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서울 사람들이 제일 이해 못 하는 경상도 음식이 바로 별맛 없는 배추전과 무전이다. 그래서 서울의 시중 식당에서 전통 방식으로 제대로 부쳐낸 배추전은 만나기 힘든 음식이다. 10. 주문받으시는 분께서 재차 칼국수에 콩이 들어간다고 하시고, 배추전이 맞냐고 여쭤보신 것을 보니 제법 손님들로부터 불평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지역색이 강한 <향토음식>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사랑을 받기 힘든 측면이 있다. 슴슴한 평양냉면이 그러하고, 방아잎이 들어간 부산의 매운탕이 그러하다. 그러나 미식은 혀와 식도만 즐거운 행위가 아니다. 문화를 이해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발견할 때 우리의 경험은 깊어지고, 지식 창고는 방대해지며, 훨씬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개똥철학>이다. • 추가잡설 유독 경상권에서만 국수를 <국시>라고 부르는데 이는 사투리의 영향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에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지만, 경상도에선 <밀가리로 맹글어서> 국시라고 한다나, 뭐라나..” www.instagram.com/moya95

봉화묵집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19길 46-2

Luscious.K

김치만 봐도 땡기는 집이에요 ㅎㅎㅎ 밀기리 신공을 사용하시다니 ㅋ

권오찬

@marious 이 집 음식이 진짜 투박하거든요. 일부러 꾸미지 않아서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