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가끔은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혹 감성과 낭만이 살아있었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애닮아합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한 X세대 중년의 구매 파워가 괄목할만하다보니 20세기풍의 레트로가 곧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레트로는 ‘지나간 시대를 현대에 맞춰 각색한 것’에 불과한지라 그 시절의 향수를 오롯이 감당해내질 못 합니다. 그리하여 김포공항이 소재한 강서구 등촌동 어느 골목에서 시대를 거슬러 여전히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간판없는 햄버거집>은 흘러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이들에게 쉼터같은 곳입니다. 1980년대 초반 <돈까스>라는 간판을 걸고 경양식당을 운영했던 중년의 여사님은 이제 노년의 할머니가 되어 손님들에게 간단한 햄버거와 커피 등을 내줍니다. 가장 비싼 메뉴가 치즈에그버거인데 가격 역시 1980년대 멈춰져 있는지 2,500원에 불과합니다. 치즈에그버거와 냉커피를 주문했더니 간판도 없이,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이.. 할머니께서 정성스레 키우는 녹색 식물들로 가득한 예닐곱평의 작은 공간은 빵굽는 고소한 마가린 냄새로 가득합니다. 그저 향수나 달래러 갔을 뿐인데 아삭 아삭한 식감의 양배추채, 따뜻하게 부쳐낸 계란 후라이, 그 위에 얹어 살짝 녹아버린 체다치즈, 햄버거의 감칠맛을 지휘하는 케요네즈 소스까지.. 해외 유학파 쉐프의 햄버거보다 훨씬 맛있었고,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간판없는 햄버거집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53가길 15 1층
투명한반창고 @adk777
여기 저도 가려고 킵해놓은 곳인데 좋으네요 역시🤤🤤🤤
평화동이 @lkhun71
아~ 이 감성이 정확히 뭔지 알거 같아요 기격도 분위기도 맛도 30~40년 전에 머물러 있는데 사장님만 할머니가 되어 있는 느낌 향수, 편안함, 그리움, 서글픔, 안도감, 아련함, 즐거움, 행복함 등이 섞여 있는 복잡한 감정이죠 ㅎㅎ 사장님 영업하시는 동안 꼭 한번 가고 싶네요 ^^
권오찬 @moya95
@adk777 이 집에 대한 투반님의 감상문도 보고 싶어요! ㅎㅎㅎ
권오찬 @moya95
@lkhun71 시간이란 놈은 무심히 흘러갈 뿐 기다려주질 않더라구요. 늦지 않게 꼭 다녀와보시길 바래요. ^_^
단율 @kk1kmk
엄청 어릴적 빵집에서 사먹던 햄버거 생각이 나는 비주얼이네요 !!
권오찬 @moya95
@kk1kmk 딱 그 감성이야! 그런데 여기는 할머니가 방금 만들어주셔서 햄버거가 따듯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