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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4.5
20일

#오장동 #오장갈비 #삼겹살 * 한줄평 : 서울 오장동을 아십니까? 1. 1953년 개업하여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오장동 흥남집>이 곧 대한민국 함흥냉면의 역사라 할 수 있으니 서울 중구 오장동은 함흥냉면의 메카라 할만하다. 197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최소 여섯 이상의 함흥냉면 식당이 성업했고, 한동안 오장동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 등 3강 체제가 견고히 운영되다 신창면옥이 평택으로 이전하며 이제 오장동은 과거의 영화가 무색하기만 하다. 2. 오장동은 함흥냉면 외에도 국내에서 가장 큰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이 소재하고 있다. 흥남부두 철수 작전으로 남한에 내려온 함경도 피난민들이 서울에서 자리잡은 곳이 오장동이고, 함경도 흥남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명태 등 건어물의 주산지였으니 이 또한 오장동에 터를 잡은 실향민들의 영향이 있었을테다. 3. 또한 오장동길을 거닐다 보면 대형 인쇄소와 지업사가 제법 보이는데, 이는 충무로 영화산업이 번성했던 당시 영화 포스터와 출판 등으로 화려했던 20세기 인쇄단지의 흔적이다. 4. 당시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던 인쇄산업이 흥했던 동네이니 실향민들의 냉면 외 갈비 역시 이 거리에서 흥했더랬다. 함흥냉면의 영광이 워낙 대단했고, 이제는 오장동에 오장갈비와 오장동부산숯불갈비 2군데만 남아있다보니 기억하는 이는 드물지만.. 5. 오장동부산숯불갈비의 개업 년도가 1970년, 이번에 방문한 오장갈비가 1974년 개업했으니 노포매니아를 자처하는 이들도 미처 알지 못 했던 무려 반백년이 넘은 가게가 그간 조명받지 못 한 이유는 바로 <오장동의 쇠락>과 <함흥냉면의 위명에 가려진 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6. 간판도 그렇고, 식당 공간도 굉장히 깔끔한데 식당 운영은 추억 속 돼지갈비집 그 옛날 방식이다. 옷까지 맞춰입은 홀 서빙 이모님들이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고, 20세기 돼지갈비집 반찬인 양념게장과 잡채 등이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7. 국산 삼겹살 1인분 19천원이라 언뜻 비싸보이지만, 무려 정량 200g이다. 대략 15년 전만 해도 삼겹살 목살은 1인분 200g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150g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항정살과 토시살 등 특수부위는 120g 수준이고.. 8. 이는 고깃집에서 단조롭게 공기밥과 된장찌개를 팔던 시대에서 각종 사이드 메뉴가 많이 개발되며 고기 외 다른 먹거리 선택지가 생긴 부분도 있고, 삼겹살은 서민음식이란 인식이 강해 1인분 2만원을 넘지 않게 하여 중량이 줄어든 부분도 있고.. 재미있는 건 이 집의 200g 1인분 역시 2만원 마지노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9. 정량 200g에, 1인분당 새우 한 마리가 서비스로 제공되고, 다른 집에서는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양념게장 리필이 가능하고, 식탁을 가득 채우는 반찬들의 향연이 대단하니 ‘이제 존재를 알았는데도 안 가면 손해’인 집이다.

오장갈비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9

맛집개척자

오장동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네요..^^

권오찬

@hjhrock 회사에서 머리 식힌다고 가볍게 썼는데 브런치에 윤문해서 올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