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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4.5
23일

#은평구 #순천집 #삼겹살 * 한줄평 : 월동 준비 그리고 김치저장고 이야기 1. 나뭇가지에 붉은 단풍이 여전히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아직 겨울을 맞이할 채비도 하지 않았는데, 첫눈이 폭설이 되다보니 문득 겨울이 와버렸음을 실감했다. 2. 지금이야 아파트 거주 문화가 널리 퍼지며 사라져버린 풍경이지만, 불과 1980년대만 하더라도 농번기가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시골마을에서는 <월동준비>를 했더랬다. 가을걷이 후 남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에 얹고, 나무에 볏짚옷을 입혔으며 우풍을 막기 위해 창호를 새로 발랐더랬다. 1980년대라 하면 MZ 세대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옛이야기같겠지만, 그 시절 유년을 보낸 내 입장에서는 아득하게 그립기만 하다. 3. 월동준비 중 많은 풍경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우리네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김장>이다. 입동이 지나 배추가 얼고 싱싱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기 전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궈 땅 속에 묻어놓는데. 지금이야 절임배추도 있고, 김치냉장고도 있으니 과거에 비해 훨씬 간소해지긴 했다. 4. 서울 은평구 진관사 계곡에 자리한 <순천집>이란 식당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게 앞에는 콘크리트로 쌓은 원통형 건물이 장독대 뒤에 뜬금없이 자리하고 있어 건물의 용도를 물으니 바로 <김치저장고>라 한다. 5. 텔레비전에서 젓갈을 자연숙성시키기 위해 토굴을 판 사례는 여럿 봤지만 서울 시내에서 김치독을 넣은 땅 속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고, 비를 피하기 위한 김치저장고를 보다니 새삼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6. 역시나 주방에서 내온 김치의 담음새는 정감했고, 발효된 김치의 깊은 맛이 일미였는데.. 아마 올해 내가 먹은 식당 김치 중 단연 최고지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7.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우리네 속담은 이 집에서도 유효했는데, 냉장 숙성한 한돈 삼겹살의 원육과 곁들임으로 주문한 도토리묵과 해물파전 역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순천집

서울 은평구 연서로54길 20-2

맛집개척자

김치만 보면 그식당의 수준을 알 수 있죠..벽을 두껍게 하기 위해 커다란 돌들을 섞어 벽을 조성했네요..만들때 꽤나 힘들었을거 같아요. 하지만 만들고 나서부턴 걱정이 없을 듯..ㅎㅎ

권오찬

@hjhrock 전 어렸을 적 한옥에 살아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김장속을 무치고, 땅에 김장독을 묻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집 배추김치랑 파김치랑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Luscious.K

동굴숙성 김치 ㅎㅎ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권오찬

@marious 관찰의 힘!! 인터뷰할 때 작가라 그러면 확실히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풀어놓으시더라구요.

Luscious.K

@moya95 작가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