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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10일

#부평 #부평막국수 #백령물냉면 * 한줄평 : Since 1973, 까나리액젓과 백령도 해주냉면 1. 고향의 이름을 당당히 내건 냉면들이 이미 브랜드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이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한 그릇의 국수가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향의 깊이를 육수 속에 새겨왔다. 2.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서울 한복판에 커다란 간판을 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일정한 공동체의 형태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평안도 사람들은 해방 직후부터 이미 서울로 흘러들어 거점을 만들었고, 함경도 사람들은 1950년 12월 흥남부두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살아 있는 공동체로서, 고향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있었다. 3. 그러나 황해도는 사정이 달랐다. 경기도와 바로 맞닿아 있던 지리적 조건 때문에 사람들은 대규모로 모여 내려오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혹은 소규모로 흩어져 내려왔다. 백령도에 발이 묶인 이들은 섬에 남았고, 내륙으로 온 이들은 서울 중심가가 아니라 양평 옥천 같은 외곽으로 스며들었다. 고향 이름을 내걸 공동체도, 그럴 만한 여력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먼저 살아남는 일이 급했다. 그 흩어짐과 외로움은, 결국 냉면이라는 음식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4. 백령도에 정착한 황해도 사람들은 섬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고향의 맛을 번역해야 했다. 서해에서 흔히 잡히는 까나리를 염장 발효시켜 육수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겨자와 식초가 냉면을 교정하는 양념이라면, 까나리액젓은 일종의 변환이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족한 것을 채우는, 실향민 특유의 생존 방식이었다. 5. 인천 부평의 부평막국수는 바로 그 계보를 이어오는 집이다. 메뉴판에 “since 1973 황해도식 백령도 냉면”이라고 적어놓은 이 노포는, 백령도 출신 장학봉 사장 부부가 3만 원짜리 면 뽑는 기계 하나로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6. 백령도에 자리 잡은 황해도 실향민들에게 까나리액젓은 애초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 다른 냉면집에서 겨자와 식초를 집어드는 것이 당연하듯, 이 집에서는 까나리액젓이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물냉면에 까나리액젓을 넣어 감칠맛을 느껴보라]는 메뉴판의 글귀는, 백령도의 맛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번역에 불과했다. 7. 그리고 메뉴판 한쪽 구석에는 여전히 ‘동절기 음식’이라는 항목 아래 사골 만두국과 떡국이 조용히 적혀 있다. 냉면이 아직 여름 한철 음식에 불과했던 시절, 겨울을 버티기 위해 뜨끈한 국물을 팔았던 그 고육지책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8. 고향의 이름을 대신해 까나리액젓 한 방울을 택한 사람들의 슬픔은, 간판에 새길 수 없었기에 오히려 육수 깊숙이 더 조용하고 진하게 녹아들었다.

부평막국수

인천 부평구 부평대로63번길 10-8 1층

맛집개척자

육수가 뽀얀게 특이하네요.. 까나리액젓으로 차가운 냉면의 간을 맞추면 어떤 맛일지도 궁금하고요.

권오찬

@hjhrock 백령도 냉면은 소 사골 베이스라 육수가 뽀얗습니다. 반면 해주냉면의 또 다른 갈래인 옥천 냉면은 간장 육수 베이스에 면도 훨씬 두툼하지요. 까나리액젓은 1박 2일 벌칙으로 소개되며 엄청 비리다는 편견이 있는데 냉면 육수에 넣으면 오히려 감칠맛이 살아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