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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역 #옥돌현옥 #어복탕반 * 한줄평 : 평양냉면은 어떻게 다음세대로 이어지는가 1. 오금역 가락동에서 시작한 옥돌현옥이 장지역 문정동으로 옮겨간다. 개업한 지 불과 6년. 2. 오금동의 작은 냉면집은 어느새 손님이 넘쳐 120평 규모의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옥돌현옥을 사랑했던 냉면식객들은 더 넓어진 매장과 늘어난 좌석을 이야기하겠지만, 윤대현 대표가 들려준 이야기는 조금 의외였다. "창밖 풍경이 좋아 계약했습니다." 3. 보통 식당을 옮기면 주방을 먼저 이야기하고, 동선을 먼저 이야기하고, 임대료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는 가장 먼저 창밖의 사계절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새로운 매장 벽 한켠에는 이런 문장이 걸려 있다. 「창 너머 사계절은 추억을 그리고, 옥돌현옥의 식탁은 이야기를 담는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곳은 냉면집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담는 식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생각해 보면 음식점의 이름에도 주인의 마음이 담긴다. 누군가는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짓고, 누군가는 지역의 이름을 빌려오거나 식당 운영에 대한 철학을 담아낸다. 윤대현 대표와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옥돌현옥'이라는 상호의 의미를 여쭈어보니, 바로 자신의 이름 마지막 글자인 '옥돌 현(玹)'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 한다. 5. 유교적 가치관이 일상 속에 깊이 스며있던 시대에 태어난 중년 세대에게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뛰어넘는다. 태어나 부모에게 가장 먼저 받은 선물이고, 부모가 가장 오래 불러주는 말이다. 그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다는 것은 유명한 식당을 만들겠다는 뜻보다,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다짐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그 다짐은 말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슐랭 가이드에 옥돌현옥이란 이름을 올리며 냉면 불모지였던 송파구에서 시작한 작은 냉면집은 더 넓은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6. 그렇다면 그 이름을 걸고 만든 음식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문 음식은 의외로 냉면이 아닌 「어복탕반」이다. 우리가 흔히 평양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는 어복쟁반은 평안도 겨울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여럿이 둘러앉아 수육과 버섯을 익혀 먹고, 남은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먹었던 전골로 혼자 먹기 위한 상차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옥돌현옥은 그 음식을 개인이 공깃밥을 내어 국물에 말아 먹도록 만든 탕반으로 해석하였다. 처음에는 전통을 변형한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변형이 아니라 「번역」이었다. 7. 예전 사람들은 함께 먹는 음식을 만들었고, 지금 사람들은 혼자 먹는 밥상에 익숙하다. 공동체가 달라졌다면 음식의 형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어복탕반이라는 일인용 국밥을 경험하며 문득 평양냉면은 그대로 남아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이어져야 하는 음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 평양냉면 역시 그러하다. 실향민들은 기억을 더듬어 메밀을 반죽하고 육수를 끓였으며, 한 그릇의 냉면으로 고향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나는 평양냉면은 그리움이라는 한(恨)을 담아낸 음식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실향의 아픔은 점점 희미해지고, 평양냉면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평양을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메밀을 연구하고, 제분을 공부하고, 평양음식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기억을 복원한다기보다는 이해하고 거기에 본인의 해석을 더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평양냉면은 복원의 시대를 지나 「해석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9. 옥돌현옥의 윤대현 대표는 그 변화를 이끄는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메밀을 연구해 순메밀로 평양냉면을 빚어냈고, 어복쟁반을 어복탕반으로 번역했으며, 메밀 한 올의 결까지 들여다본다. 과거를 흉내 내지 않고 과거에 대한 존중을 오늘의 언어로 옮겨 적고 있다. 10. 식당을 나서며 다시 벽에 적힌 문장을 바라봤다. 「창 너머 사계절은 추억을 그리고, 옥돌현옥의 식탁은 이야기를 담는다」 11. 처음에는 새 매장을 설명하는 문장인 줄 알았으나, 돌아보니 평양냉면도 그 문장과 닮아 있었다. 실향민들은 추억을 남겼고, 지금의 장인들은 그 추억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12. 그리하여 내가 오늘 옥돌현옥에서 경험한 것은 맛있는 한 그릇을 넘어 지금의 냉면 장인들이 우리를 「다음 세대로 데려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옥돌 현옥

서울 송파구 법원로 55 송파아이파크 1층 D존

맛집개척자

멋진 해석 멋진 글이에요.^^

권오찬

@hjhrock 제 글 꾹꾹 눌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글은 소비되지 않는 시대인데.. 전 글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맛집개척자

@moya95 솔찍히 인스타보다 저는 이렇게 풀어쓴 글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