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동 #영순관 #간짜장 * 한줄평 : 문득 다가온 현타! 여기선 무조건 간짜장 주문 1. 20대 시절 보문동에서 잠시 거주했었기에 YennaPPa님의 식당 리뷰를 보고 다시 이 식당을 경험하고픈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든 것이 다 맛있었던 젊은 시절에 비해 조금은 식견이 생긴 중년의 나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하는 부분이 스스로도 궁금했다. 2. 홀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주인장께서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시기가 무려 1974년이다. 주방에서 쉐프로써 웤을 잡은 기간만 따져도 47년째인데다가 그 당시는 학원이나 학교같은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 도제식으로 고된 수행을 하며 현장체험식으로 배우던 시기이니 주인장이 실제 중식업계에 몸바친 기간은 어언 반백년이 분명 넘어갈터이다. 3. 벽면에 학사모를 쓴 졸업 사진이 있어 유심히 살펴보니 주인장께서 만학도의 꿈을 이루신 듯 하다. 방통대에서 중식과는 상관없는 국문학을 전공하시며 과대표까지 역임하셨는지 명패가 자랑스레 놓여있다. 4. 드디어 주문한 탕수육과 간짜장, 볶음밥이 나오고 음식을 먹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나는 동네 중국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건 아닌가?!”하는.. 우리가 주변에 아저씨, 아줌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겐 자랑스런 아버지, 어머니이듯이! 5. 간짜장은 YennaPPa님께서 충분히 품평하신대로 굉장히 잘 볶아냈다. 중식이 강력한 화력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불의 음식>인데다 실제 웤질을 하는 소리가 불과 1~2분 안에 끝날때마다 주인장께선 배출구에 척척 음식을 내신다. 6. 내가 아는한 양파의 사용 비중이 가장 큰 음식이 바로 간짜장이다. 이 집의 스타일은 재료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잘라냈는데 양파의 숨이 죽기 직전의 타이밍을 잘 잡아내 보기에도 반백년 중식 주방 내공의 아우라를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식당 관계자께서 이 리뷰를 보실런지 모르겠으나, 면에 고명으로 올라온 완두콩보다는 오이채가 오일리한 간짜장 소스와 궁합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드린다. 7. 탕수육도 훌륭했다. 찍먹으로 소스가 별도 제공된다. 탕수육 접시 한켠에는 양배추 샐러드와 케첩이, 소스에는 참깨가 뿌려져 있는데 전형적인 한국인 노포 중식당의 담음새이다. 소스의 재료도 당근과 양파, 오이, 목이버섯, 캔과일 등 다채롭다. 개인적으로는 별도 요청한 소금과의 조화가 더 입맛에 맞았다. 8. 아쉬운 부분은 볶음밥에 사이드로 나온 짜장이다. 불과 6천원에 불과함에도 칵테일 새우와 함께 부쳐낸 두툼한 계란전도 푸짐했고 짬뽕 국물이 떨어졌다며 만들어주신 계란국에서도 인심이 느껴졌다. 짜장 역시 이 식당 스타일대로 재료를 큼지막하게 썰어냈는데 마감 직전에 방문해서 그런진 몰라도 감자 전분끼가 거슬렸다. 방문하게 된다면 히든 메뉴인 간짜장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순관
서울 성북구 지봉로24길 1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