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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키
4.5
1개월

* 서교난면방(창작 요리,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 수도권 전철 2,6호선 합정역 부근) Camillo Lasagneria 및 한남점 등을 통해 14년째 이탈리아 요리를 해온 김낙영씨가 4번째로 서교동에 2024년 5월 20일 문을 연 서교난면방(西橋卵麵房)입니다. 몇 년 전 카밀로 한남에서 워낙 맛나게 식사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곳 또한 기대를 품지 않을수밖에요. 난면(卵麵)은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면으로 밀가루가 귀했던 옛 시절에는 고급요리로 취급받았다네요. 김낙영씨는 10년 전부터 한국전래음식연구회에서 이말순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활동하던 중 2022년 회원들에게 이탈리아 북부 방식인 계란 반죽 생면 파스타(Pasta Fresca)를 선보였는데, 한식 전문가들이 파스타에도 달걀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구동성으로 우리네 난면과 유사하다는 반응이었다네요. 이에 영감을 얻은 김낙영씨가 옛 요리를 오늘날 재현한 ‘고증’을 맛본다 생각하면 재미납니다. 👍 “제주 구엄닭과 한우양지로 뭉근히 끓여낸 육수(brodo)에 교자에 비견되는 이탈리아 라비올리”를 한 데 내는 원대한 – 기존에 없던 접근이라는 점에서 – 꿈을 그려나가는 장소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벼이 넘나들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박수를 드려야죠. 저녁 한정 서교난면방의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1인 2.5만원 코스로 주문했습니다. 리코타 샐러드, 땅콩으로 끓여낸 부드러운 벨루따따 크림스프, 가지튀김과 라구소스 그리고 레몬밥, 우리밀 라비올리와 브로도, 들기름 비빔난면과 모르따데라 햄, 판나코타 및 TWG 차로 구성됩니다. “닭육수는 크기에 따라 4~5시간을 끓여 살을 바르고 이틀을 더 고아내어 양파·당근·샐러리·후추와 월계수 잎을 넣고 1시간이 넘지 않게 끓여내며, 한우 육수는 양지를 4시간 반분쯤 끓이고 얇은 고기는 적당한 시간에 먼저 꺼낸 다음 목뼈 육수는 청주·생강을 넣고 4시간 고아내어 양지와 목뼈 8:2 비율로 섞어낸” 브로도는 가볍지만 깊고 걸리는 것 없이 훌훌 넘어가 (나홀로 조용히) 탄성을 내질렀어요. 이윽고 “세 가지 배합 밀가루 1㎏에 계란 400~450g(8개쯤)을 넣고 유기농 또는 무농약 우리밀을 제분한 통밀가루, 백밀가루, 다목적 밀가루를 섞어내어” 만든 난면의 독특한 식감이 어우러지니 미소를 빙긋 지을수밖에요. 라비올리는 트리앙골리(Triangoli)로 만들어 요리마다 몇점씩 넣어내는데 완벽히 까밀로 스타일이라 재미났습니다. 들기름과 곁들인 비빔난면은 모리타델라 햄에 싸먹는데 이 식감이 또 독특합니다. 닭과 소 육수를 매일 만들어 쓰고, “이른바 1++ 등급 소는 구이에나 좋지 국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수소문해 찾아낸 유기농 한우 농가로부터 재료를 공급받는 고집 덕에 저렴하면서도 맛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죠. “제 이력을 알고 오는 분들도 많지만 이곳을 한식당이라고 생각하고 오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분들이 라비올리를 드시고 ‘만두 참 맛있었어요’ 말씀해주실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게 라비올리, 이게 만두라는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맛있으니 맛있게 먹는 모습, 그것이 미식의 본질인 것 같아요.”라는 김낙영씨의 말이 참 이해됩니다. 마지막으로 Goffel Kölsch 꼭 드세요...... 탭 상태 정말 좋고 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 찬양 일색으로 보이지만 요리의 지향점이 다소 불분명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네 음식과 이탈리아식의 중간에 놓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다소 이탈리아에 치우쳐있으며, 아무래도 국물을 곁들이는 요리는 라비올리는 줄이고 난면 비율을 더 올리는 게 낫지 않나 합니다. 제법 짭쪼름하며 치즈맛이 강한 라비올리가 정성스레 낸 물과는 약간 불협화음을 낸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저녁 맛보기 코스 기준 전반적으로 양이 적기도 합니다. 처음보다는 좀 나아졌다지만 곁들여나오는 겉절이김치는 여전히 깨나 짜고 맵습니다. 들기름 국수를 햄에 싸먹는 방식은 다소 논란이 있을 듯 하고, 여기에 후추 킥을 올리면 그 풍미가 극대화되는데 굳이 그렇게 내오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요리 나오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습니다. 주문이 몰리면 조금은 인내심을 가져주세요. * 난면에 대해 첨언하면 1) 문헌상 『산가요록(山家要錄)』(1400년대 중반)에 계란면이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며, 이때는 계란과 밀가루로 반죽해 얇게 민 국수를 삶아 (꿩 또는 소고기) 장국에 말아 먹는 방식이었답니다. 2) 다음으로 『음식디미방』(1670년 무렵)의 난면법은 계란 흰자를 모아 가루를 반죽해 보통 국수처럼 삶아 기름진 꿩고기 삶은 국에 말아서 쓴다고 기록했으며, 3) 『규합총서(閨閤叢書)』(1809)는 계란 노른자만 섞은 반죽을 머리카락 같이 썰어 삶고 오미잣국에 쓰라고 설명했습니다. 난면방은 『정조지』(1827년 무렵)에 나오며 계란 흰자로 반죽해 얇게 국수 가락을 만들어 간장물에 끓여 먹었고, 이밖에 『음식법』(1854년)과 『시의전서』(1800년대 말)에도 같은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다네요. * 반가음식ㆍ명절 및 계절음식ㆍ향토음식ㆍ전통 떡과 과자 분야를 비롯한 한식 요리법의 대가로서 1984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고 <한국의 맛> 등 저서를 펴낸 강인희(姜仁姬, 1919~2001, 충남 예산 출신, 호 자운당) 선생에 따르면 “난면을 만들 때 달걀의 노른자만 넣고 흰자는 쓰지 않아 면의 노란색을 더욱 선명히 하며, 반죽을 할 때 수제비 반죽보다 되직하게 하면 더 차진 맛이 나며 반죽을 해서 둘 때 부드러워지면 도중에 한 번 더 반죽하여 둔다. 반죽이 알맞으면 밀대로 밀 때 덧 밀가루는 쓰지 않아도 얇게 밀어지고. 얇게 민 반죽을 겹칠 때에는 밀가루를 사이사이에 뿌려준다. 칼로 썰 때는 가늘게 썰어준다. 국수를 삶을 때에는 물을 충분히 넣어 끓인 후 면을 넣어야 온도가 많이 내려가지 않아 좋고 찬물에 빨리 헹구어 준다. 소고기채나 달걀지단채는 곱게 썰어주고 완자도 작게 만들면 음식이 정갈히 보인다.”라고 합니다. * 김낙영씨가 사사받은 이말순 선생이 바로 위에서 말한 강인희 선생의 수제자라고 합니다. * 한국문화원연합회, 스트리트H, 아시아경제 2018년 5월 4일자(한국이 맛 연구회 반가음식 관련 기사), 중앙일보(이택희의 맛따라기) 등 많은 글을 취합했습니다.

서교난면방

서울 마포구 동교로12길 16 1층

권오찬

저도 인스타에서 보고 이 집의 난면을 경험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난면이라는 존재만 알았지 실제 그 음식을 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는데.. 어느 한 분야에서 극에 이르면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가는데 그 와중 통섭이 발생하거든요.

Colin B

이 곳을 가기 전에 꼭 다시 이 글을 정독해야겠어요.

새키

@colinbeak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글 복붙한 데에 불과한걸요 감사합니다ㅎㅎ 분명 좋아하실 장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