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아께 ARIAKE ゆうなぎ (일식,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 – 수도권 지하철 3호선 동대입역 부근, 신라호텔 내부) 우리나라 대표 일식당이 어딘지 이론은 많겠으나 아마 웨스틴조선의 스시조 그리고 신라호텔의 아리아께를 빼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이건희 회장의 그 유명한 이것은 ‘3류 스시도 되지 않는다’ 발언 이래 쇄신을 겪은 아리아께를 명작(?)의 반열에 올린 데에는 이건희 회장이 직접 발탁했다는 모리타 아조시의 혁혁한 공이 큰 몫을 차지할 겁니다. 2001년 한국에 온 이래 20년 넘는 세월동안 아리아께를 책임지던 모리타 아조시가 은퇴하면서, 그 후임자가 누구일지 지대한 관심이 쏠렸는데 바로 에도마에 스시의 본류격인 도쿄 스시 기요다(きよ田)의 3대 주인장 기무라 마사시(木村正)에게 사사받은 스즈키 요시히로(Suzuki Yoshihiro)입니다. 그 스즈키씨가 쥐어주는 점심 오맡기세 코스를 드디어! 맛봤습니다. 예약이 정말 어려운 곳임에도 손쉽게 참석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 요새 잘하고 가격도 높은 이른바 High-end 가게 참 많다지만 역시 ‘원조’는 어디 안 갑니다. ‘되도록’ 일본산 재료를 배제하면서도 다양하고 특색 있으면서 질 좋은 원물로 펼쳐내는 각종 요리는 아는 맛은 새롭게 그리고 새로운 맛은 친절하게 알려주되,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내는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관성(consistency)을 선사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요. 곤부지한 방어뱃살, 엔가와, 무늬오징어, 아까미, 오도로, 코하다, 북해도산 우니군함 등 익숙한 네타를 올린 니기리는 안정감을 선사하며, 코끼리/왕우럭조개(미루가이 みるがい 또는 미루쿠이 みるくい)와 피조개의 일종인 아까가이(アカガイ)는 굉장히 신기한 재료였습니다. 도하새우야 말해 무엇하나요. 황돔새끼인 가스코 니기리 안에 새우살을 갈아 올려준 건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웠습니다. 그 어디서도 이런 조합을 본 적이 없는데 또 맛은 기가 막혔거든요. 스페인산 참치로 구워낸 스테이크와 쑤기미(솔치) 튀김은 기가 막혔습니다. 마침 아리아께의 자랑 중 하나가 미친 품질의 에비스 생맥주(500ml 3.2만원) 아니겠어요. 가격 보고 손이 떨렸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2잔을 연거푸 마셔댄 나... 미쳤니? 함께 자리해주신 분들이 초밥을 비롯한 수산물 그리고 음식 관련 지식이 풍부해서 즐겁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고, 스즈키씨의 수줍으면서도 친절한 태도(비록 우리 말은 못하지만)도 돋보였습니다. 참 만족스러운 식사였네요. 재방문 고객이 많은 이유 충분히 이해할만했습니다. 👎 하지만 저는 노동소득에 기대사는 축생..... 사축...... 멤버십 할인(2인 40%, 3인 33%, 4인 25%, 5인 20%) 덕에 식대는 저렴해지지만 기본적으로 아리아께는 점심(오맡기세 기준) 30만원부터 시작하는 어마무시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당연히 기본 주대도 매우 비쌉니다. 에비스 500ml에 3.2만원 어디서 드셔보셨어요? 물론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극상의 맛을 선사하긴 합니다만...... 다른 업장보다 주대가 2~3배 정도는 됩니다. 프로모션 와인/사케는 멤버십 할인에 들어가지 않구요. 아 이건 맥주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의 ‘최고’라는 상징이 붙은 업장이지만 공간 배치는 상당히 개선되어야 한다 봅니다. 4인 좌석 카운터가 있긴 한데, 더 많은 좌석의 카운터와 공간을 완전히 막히지 않은 벽 하나를 두고 공유하는 구조라 소음이 제법 섞입니다. 사실 방의 문도 완전히 닫히지 않아 다른 공간에서 식사하는 소음이 잘 흘러들어오구요. 카운터 석이 그닥 넓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그덕에 종업원의 동선이나 움직임도 다소 제약되는 인상입니다. 사실 신라호텔 자체가 일부를 제외하면 공간 배치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식당이 으레 그렇지만 경험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가면 좋고, 그게 아니면 식사량 등에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곳입니다. 앵콜 스시 전혀 없습니다(그럴 거면 은행골을 가지 그그랬니 나 샛77ㅣ!). * 스즈키 자체가 기요다 식당 출신이니 이곳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식당은 1963년 문을 연, 일본 천황의 전속 요리사 중 하나였던 나이츠 다케아키(Takeaki Niitsu 新津武昭)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곳입니다. 2000년 나이츠가 은퇴하면서 가게를 치바현 출신의 기무라 마사시에게 물려주었고, 2001년부터 정식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2016년에는 기무라는 15년간 자신의 조수였던 사케이 히로시에게 가게를 물려줍니다. 본래 사에키는 오사카에서 유명한 스시 사에키 대표였으며, 2019년 상반기 키요타 인수를 위해 도쿄로 이동하기 전 교토에서 1년을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에키는 교토가 마음에 들었는지 교토에 남아 2018년 10월 두 번째 업장을 엽니다(기존 업장은 그해 6월 폐업). 현재 키요타는 기무라에게서 15년 이상 수련한 1976년생 노리히코 요시자와(吉澤範彥)가 4대째 운영합니다. 한편 기무라는 긴자에 2018년 12월에 더 고급스러운 기요타 하나레(Kiyota Hanare, きよ田 離れ)를 새로 오픈했는데, 본래 기요타 단골용 가게가 지금은 표면적으로 일반도 공개되어 있으나 무시무시한 가격(2025년 기준 코스 96,800엔부터 시작)이 특징입니다. * 무늬오징어 이야기를 약간 하자면, 이 오징어는 본디 학명상 ‘흰꼴뚜기’이며 분류체계로는 ‘두족(頭足)강 십완상(十腕上)목 꼴뚜깃과’에 속합니다. 몸체는 타원형으로 그 끝은 둥글게 무딘 편이며 얼핏 보기에 ‘참갑오징어(갑오징어)’와 비슷한데 참갑오징어와 달리 몸통 안의 내부 껍질인 ‘오징어 뼈’가 없다네요. 암수 각각 체색이 화려하고 독특한 얼룩무늬가 있는데 수컷은 투명한 몸통 껍질에 가로 줄무늬가, 암컷은 점무늬가 선명하고 또렷하지만 죽으면 몸 전체가 불투명한 하얀색으로 변하기에 ‘흰꼴뚜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흰오징어’ ‘미스이까’ ‘천중어’ 등으로 불리는 것은 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거제 통영 등 남해 연안에 분포하는 난류성 어족이므로 일본 근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어족인데 ‘아오리이카(アオリイカ)’이며 ‘미즈이카(ミズイカ)’ ‘시로이까(しろイカ)’ 등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세계에 460여 종 분포하는 오징어류 중 우리 근해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은 80여 종으로, 그중 주요 수산자원으로서 가치를 갖는 오징어류는 ‘살오징어’ ‘갑오징어’ ‘창꼴뚜기’ ‘화살꼴뚜기’ ‘흰꼴뚜기’ 등 8종이 있다고 합니다(국제신문, 2025.4.1. 기사,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9>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 돔류 새끼를 흔히 가스코/가스코라 부르는데 그건 참돔에 해당하며 황돔은 렌코다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는데, 아리아께에서 들은 설명이 맞는 것인지는 불확실합니다.
아리아께
서울 중구 동호로 249 서울 신라호텔 2층
권오찬 @moya95
황송한 리뷰입니다. 예약도, 가격도 진입 장벽이 천상계인 아리아께.. ㅎ
하늘호수속으로 @skylake123
머리속으로 그림 그리듯 읽어내려갔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해요~ 언젠가는 경험소비 해볼 날이 올 수...
EatPrayLove @Eatmore
와.. 양질의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