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국의 구르메는 이런 곳이다 이제는 사라진 모 어플의 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위치했던 곳. 인사동 골목에 위치한 이북음식 전문점인 호반이다. 원래 바로 옆인 안국역 근처에 위치했다는 듯 한데, 61년 부터 영업하시던 주인장님이 가게를 승계하시며 이곳으로 옆이사를 왔다. 원래 단골분들인 어르신들과, 소문을 듣고 모여드는 젊은이들까지 경쟁이 붙어 워크인이 힘들다는 풍문이라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전날 해도 될 정도로 여유로운 듯 하니 너무 부담스러운 곳은 아니었다. 에전엔 야장도 있었다는데, 꽤나 깔끔하고 널찍한 실내가 맞이한다. 좌식은 아니니 안심하길. 콜키지는 1병 까지 프리이고 주종을 가리지는 않으나 잔이 따로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 필자는 근처 다이소에서 막잔을 지참했다. #순대 당면순대 따위는 당연히 아니고 대창과 두부로 만든 부드러운 창순대에 다양한 돼지부속(오소리감투, 허파, 간, 창자)이 등장한다. 동네에서 파는 순대와는 거의 다른 종류의 음식인데, 순대는 그렇다 쳐도 내장까지 해당되니 정말로 신기했다. 분명 돼지는 같은 돼지일 터인데 말이다. 순대는 대창을 얇게 하여 속을 꽉 채웠기에 창과 소의 비중이 잘 맞아 초보자도 먹기 편하다. 부담스럽지 않게 부드럽게 녹는 대창 식감이 특히 일품. 큼지막한 내장은 더욱 대박인데, 육향은 더하고 잡내는 없으며 식감은 훨씬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텁텁한 시중의 순대집 간과는 다르게 포슬포슬 부서지는 간이 특히 일품이다. 가격도 메뉴 중 싼 편이니 무조건 시도해보면 된다. #편육과 우설 편육은 이북에서는 소고기 수육을 의미하니 제사상의 그거 아니다. 둘 다 먹음직스러운데, 다행히도 반반의 민족답게 준비되어 있다. 힘줄이 들어찬 사태를 부드럽게 삶아내어 쫀득해진 편육도 맛있었고, 살살 녹으며 부드러운 우설도 일품이었다. 잡내도 아예 없고 간이 세지 않아 먹기 편하다. 양도 꽤 되니 술안주로도 일품.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린다. #간재미무침 이북 음식답게 홍어 아니고 간재미. 부드러운 간재미를 미나리, 양파 등과 함께 가볍게 무쳐내었다. 빨간 비주얼과는 달리 맵지 않고 산뜻하다. 덕분에 콤콤한 간재미 향이 잘 드러나 술 마시기 좋다. 양도 많으니 연골어류에 거부감만 없다면 꼭. #도가니수육 첫 계획과는 달리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가게의 매력에 시켜버린 네번째 안주. 잘 삶아낸 도가니다. 이 집 음식이 부드럽고 간이 강하지 않은 편인데, 도가니도 엄청 부드럽다. 조직감이 흐트러지기 직전까지 삶아낸 맛있는 한 접시. 완전히 힘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살코기도 중간중간 섞여 있어 재미있다. 같이 주는 간장 말고 처음에 비지와 먹으라고 주시는 파간장에 찍어 먹어도 재밌으니 한번 시도해보길. #찬 한식에 찬을 빼놓을 수가. 동치미, 파래, 더덕무침 전부 맛있지만 베스트는 뭐니뭐니해도 비지다. 하얀 콩비지를 별다른 양념과 재료 없이 투박하게 끓여내 주시는데,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기가 막히다. 리필도 한번쯤 해주시니 공기밥 시켜서 비벼 보길. 밤중 열심히 일할 간에게 좋은 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압도적인 유명세에 조금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한 곳이었는데, 나에게는 완전히 기우였다. 토속적인 음식을 하면서도 잡내를 잘 잡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조리하는 솜씨가 너무 맘에 들었다. 비싸다면 비싼 가격이지만 양도 꽤 되고, 콜키지 프리라 술값의 압박이 적은 점도 장점. 노포답게 눈치 안 주고 다들 오래오래 마시는 분위기이니 막역한 친구들과 한잔 기울일 일이 있다면 일순위에 둘만한 곳이다. P.S 다이소 잔 가져가기 귀찮아서 사장님 드리고 왔는데 혹시 3인 방문하셔서 위스키 드실 일 있다면 사장님께 귀뜸 줘 보시길. 나름 괜찮은 스템잔이었다. 재방문의사: 5/5
호반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26길 20 1층
석슐랭 @kims8292
앗~ 병어찜 사진은 없네요.! 간재미무침 산뜻하다니 기대되네요.
Tabe_chosun @star2068
@kims8292 ㅎㅎ 병어찜은 양이 많아보여 어쩌다 보니 못먹어서요… 다음에 갔을땐 꼭 ㅠㅠ 간재미무침 맛나더라구요. 보통 전라도 홍어무침 느낌이랑은 달라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