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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추천해요
9개월

계향각 본토 중식의 매력 여성 셰프도 드물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드물다는 중식 여성 셰프로서 웍을 잡고 계시는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님이 혜화동에 오픈한 중식당이다. 수원식당이라는 요리서를 기반으로 청나라 음식을 재현한다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컨셉으로 성업중인 곳. 캐치테이블로 예약 후 방문하였다. ##팔보오리 뼈를 발라낸 오리 안에 밥과 각종 재료를 채우고 쪄낸 뒤 기름으로 튀겨내었다. 이곳 음식들의 모티브가 된 청나라 음식 중 만한전석이라는(현재 이 요리가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연회 음식의 일부였다고. 셰프님의 주특기이기도 하다고. 얼핏 보면 진흙오리 같기도 한데, 고온의 터치가 들어간 중식답게 바삭하고 산뜻한 맛도 있어 훨씬 풍부하다. 인원수대로 잘 발라주시는데, 촉촉한 오리살과 바삭한 껍질에 육즙의 감칠맛을 품은 밥까지 정말 맛있었다. 고가이긴 하지만 들어가는 공임과 시간을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메뉴. ##해물누룽지탕 해산물을 걸쭉한 수프에 끓여내어 눈 앞에서 누룽지에 부어주신다. 다른 누룽지탕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삼삼한 간과 큼지막하고 푸짐한 해산물로 승부를 보는 호탕스런 메뉴. 간이 강하지 않아 좋다. ##다진홍고추생선찜 후난성의 전통 요리인 둬자오 위토우를 바닷생선으로 재해석한 요리. 우럭 한마리 위에 직접 만든 둬자오장을 한가득 올려 내오신다. 알싸하고 콤콤한 둬자오가 우럭 살과 잘 어울린다. 볶음밥을 시켜 비벼먹으면 별미이니 적극 추천. 반마리도 준비되어 있다고. ##솬롱새우찜 새우를 마늘에 볶아 나온 소스에 당면이 추가된 메뉴. 셰프님의 추천에 지체없이 주문하였다. 비스크 소스같은 새우에 마늘향이 어우러져 파스타 같은 느낌. 당면이 얇으면서도 바삭한 식감인데,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맛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새우 껍질 때문인지 까져 있진 않다만, 다리가 제거되어 있으니 살짝만 당겨주면 된다 ##죽순볶음 일년 한 철만 나는 죽순을 공수해 급속 냉동한 뒤 필요할 때 낸다고 하신다. 잘게 채썬 죽순을 기름과 마늘에 가볍게 볶아 접시 가득 내어주신다. 부드러우면서도 결대로 씹히는 식감과 은은한 죽순 향이 정말 매력적이다. 마늘향이 살짝 배어들 만큼만의 익힘도 에술적. 가격도 이만원대니 철엔 무조건 시키면 될 듯 하다. ##해삼주스 삼삼하게 간이 된 소스를 입은 돼지족과 해삼이 등장한다. 돼지 앞다리를 푹 익혀 해삼과 비슷한 식감을 가지도록 조절했다고. 눈 앞에서 해삼과 비슷하게 길쭉하게 썰어주시는데, 호방하게 큼직큼직하다. 맛은 설명해 무엇하리. 은은한 향미의 소스 안에 쫀득한 돼지껍질과 부드러운 해삼의 식감이 비교되어 재미있다. 적극 추천. ##찬 쨔샤이와 춘장을 곁들인 양파같은 찬은 찾아볼 수 없고, 방망이로 두들겨 양념한 오이, 고수무침, 연근 냉채등을 몇천원에 시킬 수 있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히다. 홍유와 쌀식초를 곁들여 양념한 상큼한 오이무침과 산초유와 소금으로 투박하게 무친 고수무침같은 재미있는 메뉴들. ##빠즈 중국식 맛탕. 단돈 구천원에 눈 앞에서 설탕을 빙빙 둘러 얼음물에 담가주는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볼 수 있다니. 그냥 카페에서 더 비싸게 받아도 불티나게 팔릴듯 하다. 고구마는 호박보다는 밤고구마인듯 단단하고 단맛이 덜하지만, 바삭하게 씹히는 달콤한 설탕 껍질과는 잘 어우러진다. ##연근 연근의 빈 부분에 찹쌀을 채워 달큰한 소스에 졸여내었다. 비주얼은 살짝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아삭한 연근과 소스를 머금어주는 찹쌀의 조화가 아주 매력적이다. 디저트 가격도 너무 좋으니 하나는 꼭 시도해보길. 한국에선 쉬이 보기 힘든 중국의 조리법과 재료의 재미를 가득 담은 식당이었다. 사실 매스컴에 널리 노출된 셰프들이 소위 폼이 떨어지거나 초심을 잃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곳의 신계숙 셰프님은 그런 걱정 무색할 만큼 유려하고도 개성있는 매장과 음식을 선보인다. 특히 매번 반갑게 맞아주시고 오픈키친에서 웍을 돌리며 서빙과 응대도 직접 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가격도 호텔 정도의 고급 중식집에 비하면 극강의 가성비로 느껴지니 적극 추천한다. P.S 팔보오리, 돼지위오골계탕 등 메뉴판에 정성을 담은 요리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방문 이틀 전 정도에 사전주문해야 한다. 재방문의사: 5/5

계향각

서울 종로구 동숭길 8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