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장어 우니기캣몬의 진화 산해진미라는 이름대로, 세계 각국의 미식 문화 속에는 구하기가 힘들거나 운송, 보관이 어렵고 산지가 한정된 음식들이 높은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제비집이나 웅장같은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쉽사리 떠오르는 몇몇 예들이 많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보관과 양식 기술이 발전하며 그들 중 많은 친구들이 서민의 식탁에도 쉽사리 오르내리게 되었다. 전복, 광어, 넓게 보면 참돔까지도. 허나 장어, 그 중에서 민물장어인 우나기의 경우에는 동쪽 땅의 산천에서 깊디깊은 바다 골짜기까지,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독특하고 신비로운 생태 덕에 완전 양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는 기술이 발전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나 상용화까지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 서해의 갯벌에는 이 민물 장어를 75일 이상 추가 사육하여 그 크기와 살집을 늘린 갯벌장어라는 친구가 있다. 가뜩이나 비싼 민물장어를 더욱 키웠으니 가격과 맛 모두 기대를 높인다. 모든 식재료는 서울로 모이던가, 강남 논현에 있는 유명 갯벌장어 전문점인 영동장어에 방문했다. 고풍스런 우드 인테리어에 예약답게 준비된 밥상. 갯벌장어를 주문하면 인원수에 맞게 적절한 친구를 잡아주는데, 살생의 업보를 느끼라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모습 한번 볼 수 있다. 정갈한 찬을 즐기다 보면 잘 손질된 무지막지한 크기의 장어 필렛. 크기 비교용인지 대파와 함께 등장한다 #갯벌장어 두께와 지름이 일반 장어의 각각 두배는 될 듯한 느낌. 민물장어 특유의 진한 기름기와 냄새는 적고, 쫄깃하면서도 통통 튀는 살의 식감이 인상적이다. 카스고-도미의 관계처럼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닌 그냥 다른 음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 생선. 두껍게 응축된 단백질이 주는 기분좋은 씹는 맛과 이어지는 진한 포만감이 참 만족스럽다. 민물장어의 느끼함도 훨 적으니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장어라고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듯 하다. 당연히 구워주시니 숙련도 걱정은 할 필요가. #장어부속 장어의 쓸개, 간, 위를 맛볼 수 있다. 쓸개는 퍼포먼스의 대명사인 쓸개주로, 위는 남성분들에게, 간은 여성분들에게 제공된다. 양념을 살짝 발라 구워 매력적인 식감이다. #찬 파김치, 갓절임, 백김치, 물김치 등 정갈하고 가벼운 채소 위주의 한식 찬들. 하나같이 선도와 간이 좋아 맛있다. 장어의 통통한 식감과도 다들 잘 어울리니 비싸서 아깝더라도 같이 싸먹어보길. ##식사류 사실 가격대가 좀 있는 한식 집들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요즈음은 본 메뉴보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퀄리티가 뛰어난 식사류들이 더욱 비교우위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이 집도 역시나.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장어탕과 술밥 밥이 말아져 풀어나오면 술밥, 따로 나오면 장어탕이다. 민물장어 뼈와 머리 등으로 잘 우려낸 듯한데, 엄청나게 정갈하고 진하게 끓여낸 어죽을 맛보는 느낌. 고아낸 생선 특유의 진한 감칠맛에 적절히 더해진 된장이 너무 맛있었다. 점심에는 이것만 먹을 수 있나 물어보고 싶을 정도. #백합국수 별다른 부재료 없이 우려낸 백합 국물에 소면을 말아 내어주신다. 백합의 선도가 살짝 아쉽긴 했었지만 정갈하고 깔끔하다. 다만 장어집에서 굳이 이걸? 요즈음 다이닝의 수준 향상과 함께 아무래도 이런 장어집, 갈비집 등등은 조금 주류의 관심에서 멀어진 감은 있지 않나 싶다. 셰프의 실력과 다양한 문화권의 조리법이 대중화됨에 따라 그런 것 아니런지. 그러거나 말거나 좋은 식재료의 한식은 그 가치가 있더라. 그럼에도 세월을 거친 인기를 증명하듯 정갈하고 참 맛있었던. 인당 350g 정도 되는 양임에도 식감과 적절한 기름기가 합쳐져 쭉쭉 먹을 수 있으니 호불호 없는 대접을 원한다면 한번쯤 메뉴로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다만 접객 부분에서 가격과 식재료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살짝 보였었는데, 이번에만 아웃레이어에 걸린 것 같기는 하나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있었다. 방문 시엔 참조하길. P.S: 캐치테이블에 예약이 안 비어 있는데, 전화로 예약하면 널널하다. 재방문의사: 4/5(맛은 5에 근접한 4.5)
영동장어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