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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5.0
5개월

마띠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은 진짜 이탈리아 2020년대 한국의 수많은 사회 문제 중, 심각한 것을 뽑자면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겠지만,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화는 분명 자리를 하나 차지할 것이다. “해외여행 급증과 국내 소비 감소”, “고령화와 내수 감소”, “서울로 몰리는 일자리와 청년” 기사 페이지를 한두번 넘기면 흔히들 보이는 장면이 된지는 오래되었다. 기사 덕인지, 실제로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 자신도 서울 밖을 벗어나 본지는 인천공항 갈 때와 학교 갈 때만인지가 오래되었는데, 전북 익산에 어마어마한 이탈리안이 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호남선 버스에 몸을 올려 보았다. 산업기반을 잃어버린 듯 쇠락한 역 앞의 풍경도 잠시, 여느 수도권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아파트와 시가지의 한켠에 곱게 자리한 식당이 맞이해 준다. 입구와 로비를 가득 장식한 이름난 와인들의 공병이 기대를 돋운다. 차분한 붉은 우드톤의 실내에 매일매일 바뀐다는 메뉴가 칠판에 손글씨로 적혀 있다. #카르파치오 적절히 숙성된 찰진 광어를 별다른 터치 없이 올리브유만 뿌려 마무리했다. 과일향이 화사하던 기름의 향이 매력적. 품종 물어볼걸 그랬다. ##파스타 어딘지 모르게 고급의 이미지를 점유한 생면 파스타가 씬에서 비중을 늘려가는 요즘. 허나 발달한 목축업 탓인지, 높은 소득 탓인지 계란을 사용한 생면이 디폴트와는 달리 남부의 음식에는 건면이 근본이다. 알덴테는 덤이기도 하고. 건면 파스타는 오랜만인지라 또 반가웠다. #한치 가볍게 익힌 한치에 푸테네스카를 연상시키는 소스. 리가토니같은 면을 버무려냈다. 푸타네스카 특유의 짭쪼름하고 콤콤한 감칠맛이 부드럽게 익혀낸 한치와 잘 어울렸다. 파스타와 비슷한 크기로 썰려 재밌는 식감을 주는 디테일도 굿. #멸치 철을 맞은 기장 멸치를 곱게 필렛하여 마늘 베이스의 오일파스타를 볶아낸다. 쿰쿰하거나 비린 맛 없이 기분좋게 다가오는 산뜻한 멸치의 지방맛. 알리오올리오는 마늘을 절대 갈색빛이 나게 볶지 말아야 하는데, 익숙한 구운 마늘의 식감이 나 여쭤보니 빵가루라던가. #제노베제 라구 아롱사태를 짭쪼름하게 푹 졸여내어 만든 제노베제 라구. 토마토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아 심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오랜 시간 완벽히 simmer되어 고기가 붙잡은 감칠맛이 너무 좋았다. 기분좋게 화사한 올리브유는 덤. #카르보나라와 따야린 짭조름하고 쿰쿰한 맛이 한껏 강조된 꾸덕한 카르보나라에 대비되는 부드러운 따야린도 와인 맛을 한껏 돋운다. #스테이크 거세우와 암소의 장점을 모두 가진 미경산 한우의 채끝. 그레이 밴드 하나 없이 완벽한 미디움 레어였다. 베이스팅을 거의 안 하신건지 담백하고 산뜻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티라미수 갓 나온 맥도날드 감자튀김처럼 운좋게 맛볼 수 있던 갓 만든 티라미수. 단맛보단 치즈와 레이디핑거의 고소하고 담백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수준높은 이탈리아 요리를 먹을 수 있던 곳. 레시피 하나하나 기존 레퍼런스의 ”구성 요소“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변형했음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파스타마다 감칠맛과 재료의 깊이를 더해주는 스톡을 넣으시는 모습은…bb 개인적으로 친가가 군산이기도 해 어릴 적 부터 자주 발길을 주던 전북이지만, 한국 지방 소도시에도 이런 곳이 숨어있을 줄은. 음식은 문화이고 항상 변화하기에 절대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됨을 반성하게 되는 하루였다. 아, 할머니 뵈러 자주 오자고 해야겠다. P.S 와인 리스트가 아주아주 좋습니다.(+가격도) 재방문의사: 5/5

마띠나

전북 익산시 하나로11길 32-7 훈하우스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