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명가 수르스트뢰밍에 이어 당당히 악취 음식 2위를 차지함으로 한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나름 살려준 홍어. 사실 삭힌 향도 매력적이지만 연골 어류 특유의 달달한 살과 오독한 뼈가 홍어의 진짜 맛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같은 종이지만 수입 홍어에선 그 맛이 나지 않기에, 국내산 홍어나 나아가 흑산도 홍어가 그 엽기적인 가격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 아닐까. 나름 원조라는 자부가 있는 나주에서 크게 데인 적이 있기에, 이번엔 영등포 홍어거리를 선택한다. 보통 유투버나 인플루언서 픽을 선호하진 않지만, 유투버가 유투버이기에…(누군지 다들 아실 것) 자신있게 이곳의 문을 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난 이상야릇한 향기는, 점점 정체를 드러내다 음식점에서 폭발한다. 홍어 “오마카세”가 5.5라는 가격이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 ##홍어무침 첫 타자이자 유일하게 삭히지 않은 음식. 새콤하니 잘 무쳤고, 홍어가 쫀득해 양념이랑 잘 어우러진다. 홍어무침에 무슨 특이사항이 있겠는가. 처음부터 다 먹지 말고 남겨 놓으면 나중에 구명보트 역할 톡톡히 수행하니 남기길. ##애 안키모 부럽지 않다. 양이 꽤 많으니 녹을 때 까지 기다릴 여유도 충분. 혈관이 막히고 요산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 뼛속 깊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맛. 기름소금은 남겨 놓으면 홍어 찍어먹기 좋다. ##삼합 메인 중에 메인이다. 인당 7점씩인데… 적어 보여도 나중에는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삭힘이 아주 강하진 않고, 쫀득하고 달달한 조직감이 일품. 어차피 삭힌 내는 이따가 질리도록 느낄 수 있으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유투버 분이 말한 애플민트향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7점이다. 돼지고기는 조금 오버쿡된 감이 있지만 냄새 없이 맛있다. 홍어가 적다고 따로 먹지 말고 삼합으로 드시길… 그 이유는 후술하겠다. ##홍어찜 점점 삭힌 향이 강해진다. 국내산답게 뼈가 억세지 않고, 익히니 살의 단맛이 더 잘 올라온다. 양념장이 강하지 않아 홍어의 맛이 잘 사는 편이다. 이제 슬슬 입천장을 주의해야겠다 싶을 때… ##오마카세 오늘의 하이라이트. 양이 아리까리하다 싶을 때 쯤 수상한 붉은 조리복을 입은 주방장님이 홍어 카트를 끌고 방문한다. 턱밑살, 늑간살, 볼살, 코밑살 등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홍어의 아나토미를 공부할 수 있다… 신기한건 허세가 아니고 맛이 전부 다르다. 아저씨들의 전유물인 업장이었는지 대학생이 들어오니 신기하게 보셨는지, 엄청난 양의 특수부위를 폭격하고 가셨다… 가격이 싸다 못해 자선으로 보일 지경으로 홍어를 먹을 수 있으니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홍어전 홍어전이다. 특이할 점은 없고 녹두가 들어갔는지 색이 조금 초록색이다. 하지만 녹두 향 따위는 코리안 암모니아가 압도하기에… ##홍어애탕 드디어 피날레. 삭힌 향과 더불어 기름진 생선지방이 일품이다. 평소 같았으면 밥을 말아 해치웠겠지만… 주인장의 밥 먹을 배로 홍어나 먹으라는 말에 술안주 역할 뿐이 수행하지 못했다. 그래도 옆에 봄미나리와 잘 어울리니 참 맛있다. 홍어 축제를 넘어선 홍어 급식이다. 잘 삭힌 날개살을 메인으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홍어의 여러 부위를 먹어볼 수 있기에 즐겁다. 다만 양이 압도적이고(코스 시킬 경우만 그렇지 않을까) 삭히지 않은 음식이 적으니 많은 사람이 가서 단품으로 먹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매니아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곳일듯. 홍어와 원없이 싸우고 올 수 있으니 추천. 재방문의사: 5/5 P.S 막걸리를 먹기엔 배가 엄청 빨리 부른다. 필자는 소주를 못 먹는데, 여기서는 홍어 향이 소주 향 따위는 새발의 피로 바꿔 버리니 부담없이 먹기 좋다. 개인적으로 다음에는 아드벡 한병 가져가야겠다.
홍어 명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200-2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