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관 “그 식당” 하동관이다. 한국에서 이처럼 설명이 필요없는 식당도 또 없을 것. 나름 자칭 미식가인데, 첫 방문이라니. 마음속 고해성사 후 문을 연다. 이전의 악명은 많이 누그러진 듯 하다. ~공으로 시작되는 은어는 가격 인상 탓인지 자취를 감추었고, 널찍한 홀에 합석은 찾아볼 수 없다. 계산은 선불. 주문한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특곰탕 한 사발이 놋그릇에 등장한다. 악명처럼 미지근하진 않고, 휘적휘적하면 살짝 뜨거워지는 온도이니 걱정은 금물. ##곰탕 누가 하동관의 곰탕이 밍밍하다 했던가. 고기의 감칠맛과 은은한 육향이 뿜어져 나온다. 고기만 우려 만들었다기엔 상당히 풍만한 바디감의 국물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곰탕들 중 맹물에서 거리감이 제일 멀다. 부드럽게 삶아진 내장과 고기 또한 매력적이다. 1.8이라는 가격이긴 하지만, 그에 걸맞게 고명의 양도 많기에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엔 충분히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김치 하동관 하면 곰탕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김치. 예전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식당답게, 삼삼하고 달짝지근한 깍두기가 인상적이다.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은근한 감칠맛이 맴돌기에 곰탕과 잘 어울린다. 익히 알려진 레시피대로 깍국을 몇 숟갈 떠넣어도 곰탕이 향이 가려지지 않는 점도 좋다. 그 장구한 악명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동안 자리를 지킨 이유가 있는 곳이다. 굳이 가타부타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식당. 살면서 이곳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서울에 살았다 할 수 있을까. P.S 간이 되어 나오지만, 소금을 살짝 뿌리면 감칠맛이 살아나니 중간쯤 먹어 시도해 보길.
하동관
서울 중구 명동9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