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쌀국수 @Yunnanssal

추천해요

8년

300번째 포스팅! 슬슬 뽈레에 유럽 여행 얘기를 풀어볼까 해요. 저는 이번 여름에 푸드 트립을 다녀왔어요. 쇼핑은 하나도 안 하고 오직 먹느라 탕진잼이었는데 그 중 최고는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 평생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이었답니다. ‬산세바스티안은 인구당 미슐랭 스타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네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세바스티안에서 단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저는 무조건 Borda Berri를 추천할 거예요. 별도 없는 작은 선술집인데 사람들은 바글바글대지, 앉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낑겨서 먹어야 하는 곳. 하지만 바스크 미식의 꽃은 역시 핀쵸스거든요. 핀쵸스는 바스크 지방에서 타파스를 부르는 말로 약간의 스타일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그냥 혼용해서 쓰는 것 같아요. 바에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주문하고 선 채로 와인을 마시다가 핀쵸가 나오면 역시 서서 먹어요. 이런 핀쵸스 바가 올드타운에만 수십 개가 있고 거리를 쏘다니면서 이집 저집 기웃거리는 게 정말 신나요! 어린이공원이 야간개장을 했는데 어째 놀이기구가 전부 음식점이고, 오늘 하루 그냥 먹고 죽자!!!의 느낌...이랍니다. 그 중에서도 여기 Borda Berri는 엘불리 출신의 셰프가 모던 바스크 퀴진을 선보이는 곳. 더듬더듬 메뉴를 살펴 보려는데 이미 남들이 시킨 걸 보고 눈이 뒤집혀서 이성을 잃었어요. 양 옆에 모르는사람한테 막 이거 뭐냐고, 맛있냐고 물어보면서 같은 걸로 달라고 시켰어요. 한 접시에 3~4유로. 맛은? 이번에야 말로 정말 눈이 뒤집혔습니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포함 다른 곳에서 먹어본 타파스는 잊으세요. 전세계 원앤온리 핀쵸스 바입니다. 호들갑이 아니라구요. 첫번째, 두번째 사진은 Crispy Pig's Ear. 돼지귀 한쪽이 통째로 나오는데 한쪽 면을 아주 바삭하게 튀겨내듯 구워서 크리스피한 식감을 만들었어요. 아래에는 로메스코Romesco 소스를 깔고, 위에는 치미추리Chimichurri 소스를 올렸는데 기가 막히게 어울리네요. 먹으면서 그냥 헛웃음이 나오는... 이게 3.5유로라고? 지금 당장 레스토랑에서 10유로 받고 팔아도 모자랄 수준이었어요. 세번째 사진은 이자벨 치즈 리조또. 이자벨 치즈는 바스크 지방의 양젖으로 만든 치즈로 콤콤하고 약간의 훈연향도 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깜짝 놀란 건 사실 이게 리조가 아니라는 것! 오르조orzo라는 파스타인데 녹진한 치즈 소스에 리조또처럼 조리해버린 거예요. 어쩐지 식감이 완벽한 알덴테라서 주방을 찬양하고 있었는데 쌀이 아니라 국수였던 거죠. 쌀은 아니지만 제가 평생 먹어본 리조또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근데 가격이 3유로🤣 마지막 사진은 오리 가슴살! 오리 가슴살의 경우 기본적으로 굽기는 당연히 로제로, 껍질의 크리스피함도 살려서 간간하게 잘 구웠어요. 수비드 조리를 했기에 육질이 아주 부드러웠고요. 그리고 아래엔 쿠스쿠스를 강황가루를 써서 맛을 냈는데 건포도도 조금 섞여 있고 오리랑 궁합이 좋았어요. 핀쵸스 바의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이 오시죠?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빠르게 서빙할 수 있게 영리한 조리법을 선택하고, 킥이 되는 소스에 약간의 위트. 그래도 엄청나게 좁고 정신 없는 주방에서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접시를 낼 수 있는 비법 정말 궁금해졌답니다🤔 이것 역시 3.5유로. 참고로 저는 산세바스티안에서 4박5일 있었고 이 집에 세 번을 갔어요. 세 번밖에 못 간 이유는 하필 이틀 동안 휴무여서😂 매일 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는 얘기에요!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먹어보았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다른 메뉴들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d...

Borda Berri

Fermin Calbeton Kalea, 12, 20003 Donostia, Gipuzko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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