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파도국수 #멸치국수 * 한줄평 : 제주 고기국수에 대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1. 제주 동문시장 근처에 자리잡은 빨간 간판의 파도식당애서 멸치국수를 경험하고 불현듯 톰 크루즈 주연의 2002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미래사회 3명의 예언자가 예지하는 범죄 현장 기록을 보고 범죄 예정자를 미리 수감한다라는 흥미로운 설정의 영화인데, 3명의 예언자가 바라본 미래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1명의 <소수 의견>은 폐기 처분된다 하여 영화 제목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다. 2. 다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향토음식이라 하면 첫번째로 떠올리는 것이 <고기국수>인데, <밀가루 건면>에 관한 이야기는 차제하고라도 이 척박한 제주땅에서 돼지고기는 과연 풍족한 자원이었을까?! 우리가 흔히 먹는 제주도 고기국수가 제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먹었던 원형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매우 타당한 호기심이 아닐까? 3. 그래서 금번 제주 휴가 여행에서의 첫끼니는 그 호기심을 해결할 <파도식당>으로 정하였다. 4. 제주에서는 가문잔치에 반드시 돼지를 잡기에 혼례 2-3년 전부터 돼지를 기르는 것이 관례였다. 자녀의 혼인 날짜를 잡을 때 통시(돼지를 키우던 측간)의 돼지가 몇 마리인지 셈에 넣을 정도였다. 가문잔치에는 친인척 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모두 참석했기에 음식의 양을 불리기 위해 해초인 모자반과 돼지를 삶아내어 수육은 우리가 익히 아는 <돔베고기>로, 국은 <몸국>으로 손님을 접대했다. 5. 태평양 전쟁 당시 전선에 보급할 전투 식량 물자로 톳과 모자반 등 해초류가 수탈되었고, 1920년대 밀가루 건면 공장이 제주에 들어오면서 돼지 육수에 모자반 대신 면을 말아먹는 <제주식 잔치국수>인 현재의 고기국수의 모습이 완성된다. 6. 그러나 가문잔치가 늘상 있는 일도 아니였던데다 일제 강정기와 한국 전쟁, 4.3 사건 등 역사적으로도 물자가 귀했을 제주에서 현재 우리가 먹는 고기 고명 듬뿍 올라간 진한 국물의 고기 육수 국수는 언감생신이었을게다. 7. 그렇다면 과거 제주 옛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먹던 국수는 오히려 제주에서 흔히 잡히는 멸치 육수로 말아낸 잔치국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8. 실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신생 식당은 돔베고기와 고기국수를 메인으로 판매하는데 반해, 지역주민들이 찾는 노포 국수집에는 십중팔구 <멸치국수>가 메뉴판에 자리하고 있다. 9. 파도식당은 우리가 아는 고기국수 대신 멸치국수와 멸고국수를 판매하는 동네주민 맛집이다. 일요일 아침 10시경 방문했고 메뉴 특성상 회전율이 몹시 빠른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들로 만석이었다. 10. 양이 워낙 많다고 알고 간지라 멸치, 멸고, 비빔을 하나씩 주문하여 가족끼리 쉐어링하였다. 제주의 고기국수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시켜 준 메뉴는 멸고였으나 시원하면서도 진한 멸치 육수 그대로가 더 입맛에 맞았는지라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멸치국수가 더 좋았다. 비빔국수의 경우 멸치국물을 따로 내주시는데 유부를 좀 더 청하여 비비는 것이 이 집의 음식을 조금 더 맛있게 즐기는 킥이다. #추가잡설 육지에서는 비빔국수애는 양념이 배이기 쉬운 소면을 사용하고, 잔치국수에는 좀 더 굵은 중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주의 국수집에서는 대부분 중면을 사용>하며 국수의 양 또한 육지를 능가한다. 이는 물자가 귀해 한번 먹을 때 제대로 먹자는 제주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되어 내려온 문화 풍습이다. * 본 글의 전문은 https://brunch.co.kr/@ochan/61 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파도식당
제주 제주시 성지로 68-1 1층
석슐랭 @kims8292
아~~ 멸고가 멸치+고기 였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