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야래향 #유니짜장 * 한줄평 : 남산골 딸깍발이 정신과 회현동 중식당 야래향 1. 청계천을 기준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권세가들이 자리잡은 곳이 북촌이요, 중인들과 소상공인이 거주하던 곳이 바로 서촌이다. 청계천 남쪽부터 남산의 북쪽 사면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 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재야선비들이 주로 살았는데 이 곳을 남촌 혹은 남산골이라 불렀다. 2. 시류와 타협하지 않고 출세에 연연하지 않는 고지식한 선비들이라 하여 <딸깍발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허생전의 주인공 역시 이 지역 출신으로 매점매석의 실력을 드러내기 전에는 <남산골 샌님>으로 원전에 설명되어 있다. 3. 이 동네에는 걸출한 중식당이 3곳 있는데, 하나는 맛있는 녀석들에 소개된 <유가>요, 두번째는 생활의 달인에 방성된 <야래향>, 세번째가 망플 아재클럽에서 발굴한 <만만소흘>이다. 지역적 특성이 시류와 타협하지 않는 딸깍발이 정신이 스며들어서인지 3곳의 중식당 모두 평범함을 넘어 자기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명점>이다. 4. <야래향>이라는 상호는 ‘밤에 찾아오는 향기’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모든 꽃이 달 아래 꽃잎을 오므리고 잠드는데, 오히려 밤에 고고하게 홀로 향기를 피워낸다니 이름 한번 멋지게 지었다. 글 초반에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딸깍발이 정신을 먼저 언급한 것도, 이 식당을 방문하게 된 것도 결국은 이 상호에 얽힌 정신은 주방의 음식과 얼마나 맞닿아있을까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5. 주문한 음식은 부귀중새우, 탕수육, 유니짜장, 울면과 굴짬뽕이다. 6. 새우 요리가 강점이라는 것을 알고 간지라 주문했는데 역시나 새우의 손질 상태, 튀김 반죽과 튀김 정도, 마요네즈의 적절한 사용과 느끼함을 잡아주는 산미 등은 내가 그간 경험해왔던 크림새우 중 발군이었다. 주방장의 영역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양상추의 아삭함을 더했더라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7. 탕수육은 달인 메뉴라 very good을 기대했건만 so good 수준이다. 튀김옷에 기포를 넣어 바삭한 식감을 살린 볶먹 탕수육인데, 소스가 뭔가 한끗 아쉽다. 목이 버섯의 사용과 큼지막하게 썰어낸 오이와 당근의 호방함은 좋은데, 소스에 달고 시고의 스타카토에 좀 더 힘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8. 유니짜장은 완벽하다. 잘게 다져낸 고기와 야채, 분명 시판 춘장을 사용한 것 같은데 과하지 않은 맛 등은 근래 먹어본 짜장 중 밸런스가 가장 좋다. 9. 굴짬뽕과 울면은 싱싱한 낙지와 바다향을 품은 굴을 잘 사용해서 따놓은 점수를, 양파 사용의 남발로 다시 까먹은 형국이다. 양파를 채썰어 양파의 단맛을 육수에 녹여내려 한 듯한데 이렇게 썰면 해산물의 존재감도 가려버리는데다 면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릴 때 오히려 방해가 된다. 분명 지금이 굴 시즌도 아니고 냉동굴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만원이 넘는 중식 식사 메뉴에서 양파가 가장 존재감이 크다는 점은 주방에서도 돌아켜 봤으면 좋겠다. 10. 가격대는 약간 애매한 수준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의 중식당에서, 유명 프로그램에 소개된 중식당이라는 부분만 감안하면 적정하다고 여겨지지만, 굳이 이 가격을 주고 재방문을 할 생각은 없다는 점에서 오버 프라이스라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단품 공략이 아니라 가성비 좋은 점심 코스 매뉴를 주문했더라면 만족감이 조금은 올라갔을 듯 싶다.
야래향
서울 중구 퇴계로10길 14 1층
Colin B @colinbeak
누가 여기 리뷰를 올려서 들어왔는데, 이런 명작 리뷰가…
권오찬 @moya95
@colinbeak 아, 우리 콜리니가 아침부터 얼굴에 금칠을!! ㅋㅋㅋㅋ 행복한 일요일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