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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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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종로 #이문설렁탕 #특설렁탕 * 한줄평 : Since 1902, 대한민국 최고 업력의 노포식당 • 한반도의 탕반 문화 그리고 서울 고유의 설렁탕 • 설렁탕의 유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 노포의 기준에 대한 묵시적 합의 1. 한국인의 밥상은 국과 밥이 한 묶음으로 엮인 <탕반>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세가들의 잔치 음식이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낸다지만, 서민들의 일상적인 밥상은 불과 한세기 전만 해도 찬 밥을 뜨거운 국물로 토렴한 국밥에, 반찬이라 해봐야 간을 맞추는 간장과 깍두기가 전부였더랬다. 2. 그 와중에도 지역별 특산품에 따라 탕반 문화는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부산 경남 지역의 돼지국밥과 충주 영월 등 강을 끼고 있는 내륙 지역의 올갱이국, 바다로부터 모자반을 채취해서 끓이는 제주의 몸국, 바다와 합수하는 섬진강과 낙동강 유역의 재첩국 등이 바로 그 사례이다. 3. 그렇다면 서울 고유의 탕반 문화라 하면 어떤 음식이 있을까? 4. 아마도 대부분이 농경국가였던 조선의 왕이 선농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고 나눠먹은 음식이 우골과 소고기로 고아낸 탕요리를 선농탕이라 불렀고, 이후 발음하기 쉬운 설렁탕이 되었기에 서울 고유의 탕요리는 설렁탕이라 생각할텐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5. 창성옥 등으로 대표되는 서울식 해장국의 근간이 소뼈 육수이고, 권력계층이 거주했던 수도였기에 서울의 탕반은 소고기를 주재료로 끓여낸 설렁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어쨌거나 우금령(소의 도축을 금하는 왕실의 명령)까지 내려졌던 조선 시대에 임금이 주관한 행사에서 소고기 탕국을 나눠주었다는 것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6. 재미있는 대목은 1902년 개업한 이 집의 메뉴판을 보면 선농탕과 설렁탕의 중간 단계인 <설농탕>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7. 어쨌거나 공간의 역사는 결국 흔적으로 남게 되기 마련인데 서울에서, 그리고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업력의 식당이 <설렁탕집>이라는 것은 그만큼 서울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라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8. 주문한 음식은 특설렁탕이다. 국밥집에서 주문은 거의 (특)으로 주문하곤 하는데, 국밥 전문 식당에서 특은 <양많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밥보다 다양한 부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9. 내 나이 30대 초반 즈음 이 식당이 공평동 이층 한옥으로 영업하던 시절에는 “왜 국물이 미지근해? 김치는 왜 이리 짜? 양은 왜 이리 적은데 왜 비싸?” 등등 온통 불만투성이었는데, 50을 바라보는 나이 그래도 나름 미식가로써 다시 찾은 오늘은 이쁜 구석만 잔뜩 보인다. 10. 그간 미식 경험이 쌓여서인지 토렴식 국밥은 본디 뜨거울 수가 없는 형태였고, 심지어 과한 온도감은 오히려 맛을 느끼는 미뢰의 활동을 방해한다. 오로지 소뼈와 다양한 소고기 부위를 넣고 우직하게 끓여낸 국물은 다소 슴슴한데, 첫입에 짜다 느꼈던 김치는 국밥을 두어술 뜨는 동안 국물과 간이 딱 맞아들어간다. 11. 여기에 불과 3천원을 더 주고 특으로 주문한 덕분인지 담백한 양지와 쫄깃한 머릿고기, 여타 설렁탕집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지라(비장)까지 다양한 부위의 식감과 맛은 이래서 이 집을 대한민국 최고 노포라 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 추가잡설 1902년 개업하여 120여년 훌쩍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식당은 노포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과정을 험난하게 거친 대한민국에서 노포의 가치가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 불과 십수년 전부터이다. 노포에 대한 묵시적 합의만 있을 뿐 사회적 합의가 없다보니 노포의 기준을 상호로 할지, 혈연으로 할지, 식당 자체로 할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서촌의 취천루는 1940년대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에서 영업했던 유서깊은 만두집이 전신이지만, 혈연 관계는 끊어졌고 취천루의 주방장이 적통을 이어받았다라고 알려져 있고, 부산 밀면의 탄생식당인 내호냉면은 이북에서 창업주의 시어머니가 운영했던 동춘면옥의 역사까지 이어받아 1백년 역사를 인정받고 있다. 이문설렁탕은 상호와 음식, 조리법은 이어져내려왔지만, 위치도 여러번 바뀌었고, 주인장도 3번에 걸쳐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 www.instagram.com/moya95

이문 설농탕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38-13 1층

최은창

내력을 두루두루 풀어낸 구수한 리뷰가 참 멋지고 맛있습니다.

권오찬

@eunchangmd 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콜린과 선생님 뵈야할텐데 늘 말만 앞선 상태로 게으름만 피고 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의 글을 뽈레라는 공간에서 계속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Luscious.K

지라가 있어 최곤지라!

권오찬

@marious 요즘 랩 배우러 다니세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