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권오찬
5.0
7개월

#이문동 #영화장 #삼선백짬뽕 * 한줄평 : Since 1948, 시간을 기록하는 3대대물림 노포 • 최근 들어서야 인정받기 시작한 ‘밥 장사’의 가치 • Since 1948, 올해 76년째 성업 중인 화상 중식당 • 노포 중식당 음식에 배추가 들어가는 이유 1. 2015년 방영된 삼대천왕을 필두로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는 녀석들, 한식대첩, 전현무계획 등 음식과 요리, 식당이라는 화두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된 키워드로 등극하며 덩달아 ‘밥 장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2.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고된 일 중 하나가 바로 <밥 장사>이다. 새벽부터 주방에 나가 식재료 다름고, 음식 만들고, 설겆이하다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고를 반복하다보면 넋이 나가버리곤 한다. 거기에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방 중소도시에 남아있었던 유교적 관념 속 사농공상의 사회적 계급에 대한 귀천 역시 <밥 장사 = 고된 육체 노동 + 감정 노동>이라는 등식으로 남게 했다. 3. 우리네 인식 속에 ‘밥 장사’란 큰 돈을 벌긴 힘든 고된 육체 노동이었으니 당연히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본인 대에서 업장을 당연히 접으려 했으니 이 땅에 노포가 드문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4. 이 땅에 노포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트리거는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쉐프의 <노포의 장사법>이라는 책이다. 무언가의 가치기 후대로 전해지기 위해선 활자로 고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 이전에는 밥 장사가 글로 기록될만큼 대단하다는 인식이 아예 없었던데다 특히 오래된 식당은 변치 않는 맛과 문화의 정수가 아닌 불친절하고 낡은 공간에 불과했으니 대중은 노포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 했다. 5. 한국외대 역 이문동에 자리잡은 터줏대감이자 3대 대물림 화상 노포의 한쪽 벽면에는 자랑스러운 영화장의 역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6. 영화장의 역사는 1948년 사천 출신의 정수지 여사(1대)가 한반도로 건너와 충남 부여에 개업한 <복흥루>로부타 시작된다. 정여사의 아들인 유지곤 사장(2대)는 복흥루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이문동에 자리잡고 1970년 지금의 영화장을 열었고, 2003년 손자 유영승 사장(3대)로 대물림하여 올해 76년째 성업 중이다. 7.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라는 것은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와 진배없고, 그 기록이 전시되어 있다라는 것은 ‘후손이 그 역사를 자랑스러워한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8.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일부 극소수만 알고 있던 지식이 수평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다음 세대로 건네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9. 이 집의 음식 역시 식당의 역사만큼이나 대단하다. 영화장은 ’서울 3대 탕수육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옛날 탕수육답게 단 맛보다는 신 맛이 강조된 하얀 색 소스에, 튀김옷에 기포층이 많아 그 바삭함이 남달랐다. 10. 모든 음식이 다 훌륭했지만, 내 마음이 가장 동한 것은 <삼선백짬뽕>이다. 한국의 화상 요리의 이면에는 화농(농업에 종사하는 화교)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당시 한국에는 없는 채소들의 씨앗을 중국에서 가져와 경작했는데 대표적인 채소가 바로 호배추(현재 우리네 김장배추)이다. 노포 중식당에 가면 탕수육과 짬뽕 등에 배추를 재료로 사용한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국내 들어온 청요리 초창기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집의 삼선백짬뽕은 단 맛을 내는 배추의 흰 줄기 부분과 감칠맛을 내는 굴과 오징어가 듬뿍 들어가 깊은 맛을 이끌어낸다.

영화장

서울 동대문구 휘경로 3-8

맛집개척자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굉장히 크네요..대체로 구전으로 대략 언제쯤이란 말로 얼버무리기에 그 집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좋은 식당인거 같습니다.^^

권오찬

@hjhrock 저도 이번에 출간을 준비하며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자비를 들여 출간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일인가?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그 고민의 흔적들을 이 식당을 리뷰하며 일부 적어보았습니다.

머큐리

박찬일 셰프님 책 읽으러 가야겠어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맛되디

학생 시절 와레와레랑 더불어 가장 고급 음식 선택지 중 하나였습니다ㅎㅎ 그립네요😌

권오찬

@mercury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선선하니 나무 아래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유리님.

권오찬

@beerus91 아, 맞네요! 학창 시절 추억이 있겠어요. 추억의 반은 맛에 대한 기억이고, 반대로 맛에 대한 감상 역시 반이 추억입니다. ㅎㅎㅎ

석슐랭

갑자기 글쓴거보시니, 노포의장사법 다시 읽어보고싶네요ㅎㅎㅎ

권오찬

@kims8292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이라는 2탄(?)도 나왔어요. ㅋㅋㅋ 그리고 노중훈 작가의 할매, 밥 됩니까? 강추합니다!

석슐랭

@moya95 2탄이 21년에 나왔었군요! 책 추천감사드려요. 책 제목부터 설레는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