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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죽산분식 #간짜장 * 한줄평 : Since 1968, 대물림되어 참 다행이다! • 내겐 우주와도 같은 존재, 노사부의 중식 노포 • 생활의 달인, 진짜 달인이 라드로 볶아낸 간짜장 맛집 • 1960년대 짜장면의 주재료였던 무우 1. 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노중훈 작가의 <할매, 밥 됩니까 ; 2020년 중앙북스>이다. 노중훈 작가가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에 관한 이야기인데 맛집이라기보다는 정감 넘치는 방문을 기록한 에세이라고 봄이 마땅하다. 그는 “할머니 식당은 제게 우주”라는 표현을 책에서 사용했는데 내게 있어 노사부가 주방을 지키는 노포 중식당 역시 우주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2. 고령의 나이에도 주방을 지키는 중식당의 노사부는 내게 늘 존경스러우면서도 애달픈 존재이다. 3. 196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추진한 혼분식 장려 운동의 영향으로 중국음식점과 분식집 등이 외식 시장에 대거 등장했으니 1968년 안성시 죽산면에서 개업하여 여전히 주방을 지키고 계신 80대 중반의 최만복 사부는 이제 앞으로 뵙기 힘든 1세대 중식 주방장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4. 짜장면이 대중 음식으로 크게 사랑받다보니 오히려 정부의 물가 중점 관리 품목으로 지정되며 한식과 일식에 비해 버는 돈도 상대적으로 적었을테고, 식당마다 음식에 대한 편차가 크지 않으니 한식과 일식 주방장에 비해 사회적 인식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을테고, 엄청난 화력에 맞서 평생 웤질을 하셨을테니 중년 이후 대부분 관절염으로 크게 고생하시는 것이 대한민국 중국집 노사부들이 당면한 현실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노사부들의 업장은 흔해빠진 동네 중국집 짜장과 확연히 다른 음식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죽산분식의 간짜장이 바로 그러하다. 6. 우리가 짜장면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오해가 있는데 춘장에 캐러멜 소스가 들어갔으니 맛이 달고, 영화식품의 사자표 춘장이 시장 점유율 80%를 점하고 있으니 어므 식당을 가더라도 맛이 천편일률적이다라는 것이다. 7. 그러나 중식 매니아들은 알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고유의 맛을 내는 짜장면에 들어간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춘장을 볶는 기름만 해도 채소유인 식용유를 사용하는가, 동물성 유지인 돼지 비계 기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맛이 다르고, 웤질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료의 식감이 달라진다. 8. 60여년 업력의 이 집은 요리에 들어가는 기름부터 돼지 비계에서 뽑아낸 유지에 대파를 넣어 잡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한 기름을 사용하는데다 다른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무>를 짜장 재료로 쓰는데 이게 참 팔순을 훌쩍 넘은 노사부가 지키는 원칙이자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맛의 비법이다. 9. 이제는 사용하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본래 1960년대 무말랭이는 짜장면의 주요 재료 중 하나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물에 불렸다가 볶아서 사용하면 돼지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선사했다. 10. 먹거리가 흔해진 지금 과거와 같은 용도로 무를 사용하기엔 오히려 손이 더 가는 비효율일텐데 죽산분식의 노사부는 전통과 맛을 위해 기꺼이 그 비효율을 감수한다. 11. 첨가제 사용을 최소화했는지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의 면, 웤에서 방금 볶아내어 먹음직스럽게 스뎅 그릇에 담아준 간짜장 소스를 받자마자 괜히 행복이 차올랐다. 상상했던대로 여타 식당의 달디 단 감칠맛은 배제되어 있었고 그 자리를 식감을 살려 볶아낸 야채 재료 본연의 맛과 춘장의 구수함이 차지했다. 12. 정말 정말 보고 싶었던 돼지고기가 들어간 옛날 볶음밥도 미치도록 반갑다. 기름을 적게 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볶아내어 볶음밥을 들어올려도 그릇에 기름기 하나 보이지 않는데다 밥알 하나하나 코팅되어 입안에서 노니는 식감이 참 행복하다. 13. 최만복 사부는 팔십 중반의 나이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여전히 주방을 호령하고 있지만, 이제 주방에서 웤과 까오기를 들고 불에 맞서는 실질적인 주인장은 노사부의 아드님이신 최병학 사부(2대)이다. 참 다행이다! 죽산분식의 전통과 원칙, 맛이 그대로 대물림되어서..

죽산분식

경기 안성시 죽산면 죽주로 256

Luscious.K

여기 무는 쌩무잖아요 ㅎ 그래서 우리 아린맛이 장에 퍼져있는게 참 독특해요. 이런 간짜장 세상에 또 없습니다.

권오찬

@marious 지역마다 편차는 있는데 무말랭이 사용하는 곳도 있었고, 무우를 감자 대신 사용하기도 했었어요. 아무래도 강원도 아니라면 감자보다 무가 쌌으니까.

권오찬

@marious 사각으로 잘라서 넣고 볶은게 일부는 감자, 일부는 무에요.

Luscious.K

@moya95 처음 갔을 때 이런 정보 전혀 없어서 독특한 맛의 근원이 뭔가 고민하면서 먹었네요. 그러다 쌩무 발견 ㅎㅎ 무말랭이는 예전부터 고기 대용이였죠. 만두소로도 꽤 쓰였고. 골판지 만두소 사건도 생각나네요 ㅎㅎ

Luscious.K

간짜장에 무를 사용하는 예산 시장반점 사장님은 무 사용 이유가 채소 저장성 때문이라 하시더라구요. 공감가는 이야기고 그 레시피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계신 두 곳 사부님의 뚝심도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권오찬

@marious 당시만 해도 냉장고 보급률이 높지 않았으니 저장성도 식재료 선택시 주요한 항목이었어요. 1980년초만 해도 제 기억에 우리 동네 구멍가게 냉동고가 없어 아이스께끼 보냉통에 여름 한정으로 장사했던 기억이;;

Luscious.K

@moya95 그러게요. 길죽한 통에 드라이아이스 넣고 보관했죠. 역기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가 다 흔적으로 남아있네요. 눈 위에 박자국 처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