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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진남포면옥 #평양냉면 * 한줄평 : 맛을 지키기 위해 3시간만 장사하는 냉면 노포 1. 대전은 누가 뭐라 해도 밀가루의 도시이다. 성심당 튀김소보로와 과일시루 케이크는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히트 상품이고, 칼국수는 조리법에 따라 따로 족보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유명 식당의 내공이 깊다. 2.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도시에는 평양냉면 노포 역시 제법 많다.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요지로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밀가루가 이 땅에 자리잡게 한 배경이기도 하지만, 실향민 역시 그러한 이유로 대전에 제법 많이 자리잡았다. 3. 한국전쟁이 유엔군의 개입으로 금세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이들은 속초와 함경도 등 이북 접경 지역에 자리잡았지만, 좀 더 신중한 이들은 대전에 자리잡았다. 국군과 유엔군이 이기면 기차를 통해 고향땅으로, 밀리면 부산까지 내려갈 수 있었을테니 어쩌면 불안이 팽배하던 시대, 가장 안전한 선택지였을지도 모르겠다. 4. 논밭이 없는 그들은 부득이 장사로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고, 농경보다는 수렵과 채집 생활에 의지했던 북방 지역 사람들답게 부지런하고 기질은 억세니 대부분 탄탄하게 대전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 혜천대학교, 대전교통의 창업자는 대부분 함경도와 평안도 출신 실향민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5. 이러한 이유로 대전에는 숯골원 냉면, 사리원면옥, 진남포 면옥 등 오랜 냉면 노포가 존재한다. 현재 대전 유성구에서 70여년 세월을 보낸 <진남포면옥> 역시 실향민 1세대 냉면집이다. 6.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의 이정모 창업주는 1954년 대전역 인근 작은 면옥을 열고 간판을 ‘대동면옥’이라 달았다. 대동강과 대동문을 떠올리게 하는 상호였다. 그 가게를 지금 자리로 옮기로 이름을 <진남포면옥>으로 바꾼 건 둘쨰 아들 이관식 사장이다. 2대째 70여년의 세월 동안 여전히 그 시절, 그 맛을 내기 위해 부지런히 냉면을 만들고 있다. 7. 진남포면옥의 냉면은 전형적인 평양 스타일이다. 메밀과 전분을 섞어 직접 뽑은 면, 소고기 아롱사태로 우려낸 맑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반반 섞어 만들어낸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이 있는 육수가 참으로 반갑기만 하다. 고명은 편육과 삶은 계란 반쪽, 오이절임 등 단촐하지만 그 이상의 화려함은 평양냉면에게 있어 사치일 뿐이다. 8. 가장 인상적인 건 영업 방식이다. ‘생활의 달인’을 비롯해 여러 유명 방송에 소개되었고, 전국에서 이 냉면맛을 보기 위해 몰려들지만 주방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양만 만들어 맛을 지키기 위해 하루 3시간만 영업하고 있다. 더 팔면 돈은 벌겠지만, 그럼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진남포면옥의 철학이다. 9. 대전은 밀가루의 도시, 과학의 도시, 행정의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진남포면옥의 냉면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이 도시가 본래 ‘실향민의 도시‘였다는 사실이 다시 선명해진다. 우리가 대전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새로 생겼다.

진남포면옥

대전 유성구 봉산로36번길 34 1층

맛집개척자

이 집 너무 가고싶은데 가기가 쉽지 않네요..ㅎㅎ 혼자라도 다녀와야하나 생각해 봅니다..ㅎㅎ

권오찬

@hjhrock 가보셔야지요. 주변 주차 상황이나, 영업 시간 등 감안하면 겨울에 가야 그나마 편하게 드실 수 있을겝니다.

Luscious.K

저도 저장해둔 집인데 대전 가면 꼭 칼국수 먹게되요.

권오찬

@marious 밀가루의 도시에서 실향민의 도시 단계로 넘어오셔야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