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일흥옥 #콩나물국밥 * 한줄평 : 일흥옥, 군산의 아침을 토렴하다. 1. 같은 콩나물국밥이지만, 전주식과 군산식은 애초에 다른 밥상에서 태어났다. 2.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에서 콩나물국을 단순하게 끓였을 리 없다. 육수는 오징어와 조개 같은 해산물로 깊이를 더하고, 수란을 따로 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김과 젓갈과 장조림이 상을 채운다. 격식을 갖춘 반가의 밥상이 국밥 한 그릇 안에 오롯이 구현된 형태다. 전주식 콩나물국밥이 풍성한 것은, 이 도시가 오랫동안 그 풍성함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3. 군산은 달랐다. 일제강점기 내내 호남의 쌀을 실어 나르던 수탈의 항구였고, 그 부두에서 새벽을 연 것은 양반의 격식이 아니라 노동자의 허기였다. 군산식 콩나물국밥은 바로 그 허기에서 태어났다. 뚝배기에 밥을 넣고 멸치로 우린 국물을 토렴해 붓고, 계란과 콩나물을 얹는다. 깍두기, 고추, 토하젓. 반찬은 그것으로 족하다. 같은 이름의 음식이 이토록 다른 얼굴을 하게 된 것은, 결국 그것을 먹어온 사람들의 삶이 달랐기 때문이다. 4. 그 군산식의 얼굴 가운데 하나가 바로 1975년 문을 연 일흥옥이다.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콩나물국밥집으로 알려진 이곳은, 오래된 식당이라는 말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을 품고 있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해장국집은 단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 도시의 아침이 어떻게 시작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흥옥은 그 역할을 오래도록 묵묵히 해온 집이다. 5. 일흥옥의 국밥은 매번 다시 찾아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균형을 지켜왔다. 아침을 깨우는 국물의 온기와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어우러져, 서두르는 발걸음을 잠시 붙잡는다. 자극적인 맛이 미덕이 된 시대에도 오래된 식당이 살아남는 이유는 결국 이런 데 있다. 오래 버틴 맛은 대개 더 크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더 성실해서 살아남는다. 6. 국밥 한 그릇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이 도시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이 들어 있다. 일흥옥이 반세기 가까이 군산의 아침을 열어온 것은 단지 맛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매일 같은 방식으로 국물을 붓는 그 반복 속에, 이 도시가 하루를 버텨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일흥옥의 국밥은 한 끼 식사이면서도, 동시에 군산이라는 도시가 오래 지켜온 생활의 문장처럼 읽힌다.
일흥옥
전북 군산시 구영7길 25 일흥옥
하늘호수속으로 @skylake123
오찬님, 군산 출장 오셨나요?? 저도 얼마전에 말랭이마을 다녀왔는데...
망고무화과 @yurasianne
도시를 담아낸 한그릇이었군요!!오늘도 맛있게 읽고 갑니다 ^^
권오찬 @moya95
@skylake123 군산이 관광자원을 계속 만드나봅니다. 제가 십수년 전 군산에서 두세달 살았을 당시에는 말랭이 마을이 없었거든요. 전 이번 출장길 은파호수공원 벚꽃길 걸었어요!! 하늘호수님, 여행다니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권오찬 @moya95
@yurasianne 음식은 지역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하더라구요. 그걸 향토성이라 부르고.. 망플 시절 군산식 콩나물국밥에 대해 쓴 글을 윤문한건데!! 어쨌든 인터넷에서 군산식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그 원조가 저랍니다! ㅎㅎ
Luscious.K @marious
여기가 그 성북동집의 원조격인가봅니다.
권오찬 @moya95
@marious 족보가 꼬인게.. 군산 일흥옥을 여신 분이 가게를 넘기고 서울로 왔고, 그 분의 아드님은 이제 장년의 신사가 되어 일흥콩나물국밥이란 간판 아래 음식을 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울 일흥옥이 좀 더 맛있었답니다. 미세한 차이인데, 깍두기의 크기와 콩나물의 옅은 비린 향 등이 조금 아쉬웠어요.
Luscious.K @marious
서울이 원조네요 오히려 ㅎ
권오찬 @moya95
@marious 간판이냐, 혈통이냐는 아직 애매한 기준이긴 하지요. ㅎㅎㅎ
Luscious.K @marious
@moya95 맛있는 곳이 원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