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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3시간

#경동시장 #전주백반 #백반 * 한줄평 : 재래시장이 차려낸 백반 한 상 1. 백반은 가장 평범한 음식이지만, 지역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특별한 날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서민들이 매일 먹는 일상 밥상이기에, 해당 지역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계절이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른다. 그래서 백반에는 지역의 시장이 담기고, 계절이 담기며,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다. 2. 경동시장 청년몰 지하 식당가의 전주백반 역시 그렇다. 이 집의 백반 상차림은 [전라도 특유의 넉넉한 밥상 인심]과 [시장의 신선하면서 저렴한 식재료], 두 가지 모두를 품고 있다. 3. 새벽마다 전국에서 올라온 채소와 생선, 나물과 건어물이 가장 먼저 모이는 서울 최대 식재료 시장. 좋은 재료를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시장 한복판에 자리한 덕분에 이 집의 반찬은 늘 계절을 따라 달라진다. 4. 만원짜리 백반 한 상에 오른 반찬은 열두 가지로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 상상도 하기 힘든 상차림이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한국 밥상의 구조]이다. 5. 이 집의 상차림을 경험하며 느낀 것은 두단으로 차려낸 푸짐한 밥상에 한국 음식의 다양한 조리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가 있고, 노릇하게 부쳐낸 생선이 있으며, 삭혀 감칠맛을 끌어낸 조개젓이 있다. 여기에 갓 무쳐낸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장아찌와 나물까지 더해지니 한 상만으로도 한국 밥상의 조리법을 두루 만날 수 있다. 6. 이런 상차림이 가능한 이유 역시 시장이다. 오늘 시장에 싱싱한 열무가 들어오면 열무김치가 되고, 부추가 좋으면 부추무침이 된다. 제철 생선이 싸게 들어오면 생선구이가 상에 오른다. 이 집의 반찬은 주방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먼저 정한다. 7. 반찬 하나하나에는 화려한 기술보다 오래된 손맛이 배어 있다. 시장에서 장사를 마친 상인들이 편안하게 밥 한 끼를 해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음식을 만들기보다, 좋은 재료를 정직하게 다루는 것이 백반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이 집은 알고 있다. 8. 요즘 만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전주백반은 가격만으로 기억될 식당이 아니다. 그날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문 것은 노각무침과 열무김치였다. 한여름이면 가장 맛이 올라오는 제철 식재료다. 여기에 오이소박이와 풋고추무침, 생선구이까지 더해지니 상 위에는 자연스레 여름이 펼쳐졌다. 계절은 시장을 거쳐 반찬이 되고, 반찬은 다시 백반이 된다. 9. 결국 이 집에서 경험한 것은 열두 가지 반찬이 아니라, 경동시장이라는 거대한 식재료 시장이 차려낸 계절의 밥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주백반

서울 동대문구 고산자로36길 3 경동시장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