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고사리익스프레스 #고사리들깨비빔면 * 한줄평 : 미슐랭 그린스타를 아십니까? 미쉐린에는 붉은 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별도 있다. 이름하여 미쉐린 그린 스타다. 그린 스타는 맛이 아니라 식재료를 어디에서 구하는지, 제철 재료를 얼마나 쓰는지,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는지, 생산자와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까지 살핀다. 음식을 만드는 방식 전체를 평가하는 별인 셈이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이 그린 스타를 받은 식당은 네 곳에 불과하다. 서울의 기가스와 미토우, 부산의 피오또, 그리고 신당동 중앙시장의 고사리 익스프레스. 이 숫자가 얼마나 작은지는 등급을 받은 식당 전체를 놓고 봐야 가늠이 된다. 202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에서 스타를 받은 곳은 46곳, 빕 구르망을 받은 곳은 71곳으로, 어떤 형태로든 등급을 받은 곳이 모두 117곳이다. 그린 스타는 이 117곳 가운데서도 단 네 곳에게만 주어졌다. 앞의 세 곳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고, 고사리 익스프레스는 빕 구르망 식당이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면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생산자를 찾아가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객단가도 높으니 그럴 만한 여력이 있다. 하지만 빕 구르망 레스토랑은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맛도 놓칠 수 없는데, 그 좁은 틈에서 식재료와 환경까지 챙겨야 한다. 말은 쉽지만 장사에서는 좀처럼 성립하지 않는 조건이다. 왜 하필 이곳일까. 그 답을 찾으러 신당동 중앙시장으로 갔다. 고사리 익스프레스는 2024년 6월 이곳에 문을 열었다. 신당동 중앙시장은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로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규모가 있었고, 1960년대까지 서울 시민이 소비하는 양곡의 7할가량을 거래하던 전통시장이다. 그만큼 연조 있는 식당과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점포가 밀집되어 있는데, 그 틈에 짙은 주황색 외관의 작은 비건 식당이 들어앉아 있다. 이 식당에서는 열 석 남짓한 자리에서 고기도 생선도 쓰지 않는, 100% 식물성 메뉴를 낸다. 메뉴의 중심에는 고사리가 있다. 우리에게 고사리는 오래된 식재료다. 삶아 무치고, 비빔밥에 올리고, 육개장에 넣었다. 늘 먹어왔지만 좀처럼 주인공 자리는 차지하지 못한 재료였다. 고사리 익스프레스에서만큼은 그 순서가 뒤집힌다. 고사리로 소스를 만들고 국수를 비비며, 전병에도 올리고 온면에도 넣는다. 반찬 칸에 머물던 고사리가 마침내 한 그릇을 책임지는 자리로 나온 것이다. 식당 이름이 왜 고사리 익스프레스인지는 그제야 이해가 된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이 집은 국수 한 그릇이 팔릴 때마다 숲 보호 사업에 후원금을 적립해왔고, 식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구해 이동거리를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거창한 구호를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그냥 장사하는 방식에 환경보호를 무심히 넣어둘 뿐이다. 나는 그게 오히려 그린 스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됐다. 직접 마주한 상은 그 무심함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온면에는 맑은 국물 아래 고사리로 낸 감칠맛이 깔려 있었고, 그 위로 다진 식물성 토핑과 참기름, 김가루가 얹혀 익숙한 냉면집의 한 상을 떠올리게 했다. 곁들여 나온 절임 복숭아는 매콤한 양념을 입고서도 단맛을 잃지 않아, 국물의 여운을 끊어주는 역할을 했다. 다른 자리에서는 표고버섯과 다진 견과를 얹은 비빔면이 나왔는데, 고사리 페이스트를 기본 양념으로 삼아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진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메밀만두는 당근 퓌레 위에 튀긴 양파와 고사리 칠리 소스를 얹어, 이 집이 채식이라는 틀 안에서도 얼마나 다채로운 조리법을 구사하는지 보여줬다. 한 그릇, 한 접시를 비우는 동안 채식이라는 사실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남은 건 이 재료로 이만큼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감탄 뿐이었다.
고사리 익스프레스
서울 중구 퇴계로85길 12-10 1층
맛집개척자 @hjhrock
아주 독특한 식당이네요..새로운 경험이었을거 같아요.^^
권오찬 @moya95
@hjhrock 집 근처 식당인데, 이렇게 유명해질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좀 다닐걸 그랬습니다. 언제 가도 항상 대기가 넘치는 식당이에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