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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2년

#제주시 #낭푼밥상 #괴기반 * 한줄평 : 향토음식장인이 차려내는 제주의 잔치 밥상 1. 제주는 척박한 자연 환경에 더해 고려시대 삼별초 항쟁과 이념의 대립 시대 수많은 제주도민이 학살당했던 4.3 사건 등 외부 인자에 의해 핍박당해왔다. 외부의 위협이 강하면 내부의 결속은 강해지기 마련이라 제주의 생활문화를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괸당>이라 할 수 있다. 2. ‘괸당’은 친인척을 뜻하는 제주도의 사투리로 서로 서로 돌보아주는 가까운 혈족부터 먼 친척을 두루 일컫는데, 그 먼 친척의 범위에는 지연과 학연, 친분까지 아울러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제주에선 남자와 여자를 가라지 않고 ‘공동체’안의 모든 사람을 <삼촌>이라 칭한다. 3. 제주도의 생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단어가 ‘괸당’이라면 식문화를 관통하는 단어는 <낭푼밥상>이다. ‘낭푼’은 나무의 제주어인 ‘낭’과 아가리가 넓고 밑이 좁은 ‘푼주’의 합성어로 집안의 대소사 뿐 아니라 바다에 삶을 바친 해녀들의 바쁜 일상이 만든 식문화이다. 낭푼은 밥상의 중심에 밥과 해산물 등을 가득 담은 낭푼그릇을 놓고 식구수대로 수저를 꽂아 먹던 <공동체 밥상>을 의미한다. 4. 그래서 가장 제주스러운 향토음식점의 상호로 <낭푼밥상>이상 가는 이름은 없다. 5. 제주시 연동 골목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1호 제주향토음식명인인 김지순님과 아들인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이 함께 꾸려나가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경험한 음식은 가문잔치(몸국), 접착뼈국, 육개장 정식과 순대이다. 6. 오늘 받은 밥상에서 특별히 따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몸국>과 별도로 주문한 <순대>, 그리고 정식 메뉴에 함께 나오는 <괴기반>이다. 7. 이 식당에선 돼지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여낸 몸국을 ‘가문잔치국’이라 하는데 가문잔치는 제주의 전통 혼례 잔치를 의미한다. 제주의 혼례 문화는 식을 올리기 전 길게는 5일, 짧게는 3일간 친인척과 이웃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는데 손님를 본격적으로 치르기 전 가문의 사람들을 모시고 하는 잔치라 그리 불렀다. 며칠에 걸쳐 끓이고 끓이는 잔치 음식인 몸국은 소금간을 따로 하지 않기에 <다져낸 신김치>로 직접 간을 해서 먹는 것이 제주의 전통 방식이다. 8. 순대는 제주어로 <수애>라 하는데, 제주의 순대는 채소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대신 선지를 주로 사용했기에 호남의 그것과 묘하게 맞닿아있다. 제주는 물이 귀해 쌀이 귀할 뿐 채소는 나름 조달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순대 고명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일상식이 아닌 관혼상제 잔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제주의 잔치 기간은 유독 길기에 이 기간동안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려면 수분기 없이 만들어야 했기에 다양한 재료를 오히려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주도 수애는 소금이나 막장 대신 <초간장>을 찍어 먹는 것도 기억해둬야 할 대목이다. 9. 괴기반은 1인분의 음식을 의미한다. 넓적하게 썰어놓은 돼지고기 석점, 수애 한점, 두부 한조각을 담아낸 괴기반 역시 제주의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음식을 접시에 일정하게 배분해놓고 남녀노소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한 사람에게 한 접시씩 나누어 준다. 이것은 잔치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을 행사에 참석한 모두와 공평하게 나누려는 제주인들의 의식을 반영한 음식 문화라 할 수 있다. 10. 어쩌면 우리는 그간 제주에서 고기국수와 흑돼지구이, 돔베고기를 먹고 제주 음식을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한발 더 나아가 제주의 오름과 바다를 보며 먹은 것들이 제주만의 감성이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삼시세끼 먹는 음식이지만, 그래서 음식에 대한 배움 역시 끝이 없다. 제주의 속살을 음식을 통해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식당이다. * 본 글의 전문은 brunch.co.kr/@ochan/44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낭푼밥상

제주 제주시 연동6길 28 영일빌라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