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미오
추천해요
2년

집밥이 그립거나 한 건 아니지만, 먹는 순간 “아 엄마 생각난다…” 하는 곳이 있죠. 반찬으로 부침개 넉넉히 챙겨주고, 기본찬 +4종류에 밥 모자르지 않냐고 계속 챙겨주시는 모습에 첫 방문 때부터 마음 놓아 버리게 만든 곳! 여긴 회사 근처 최애 단골집 중 하나였는데요. 멀리서 놀러오시는 분들이나 젊은 분들 보다는 맛깔난 한식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근방 생활러들에게 추천 드리는 곳입니다. 어쩌다 갑자기 혼밥을 하게 된 날, 아침으론 그릭요거트, 점심으론 샌드위치를 먹어 저녁으론 밥이 먹고 싶더라구요. 동선 안에서 제일 든든하게 혼밥할 수 있는 곳이 어디더라? 생각하니 바로 떠오른 곳. 혼밥도 되고 반찬도 넉넉해, 이날도 들어가자마자 “반찬 조금만 주세요~”하고 앉았다죠. 이 근방 일하시던 트레이너님도 브레이크 타임 없이 혼밥하기 좋고 너무 잘 챙겨준다고 애용하셨을 정도니까요. 이날은 든든하게 바베큐 삼겹정식 (9,000원)을 시켰는데요. 두툼한 훈제 바베큐 돼지고기에 바닥엔 무채도 가득 깔리고, 볶음김치 담뿍~ 여기 떡볶이에, 너무 잘 익은 알타리무… 아 너무 맛있는 김치에요. 옆 삼겹살 드시던 분들 총각김치 리필을 소주와 외치십니다. 부추 겉절임도 무친지 오래 되지 않아, 연근까지 손이 안 가는 반찬이 없습니다. 왜 반찬이 손도 안 가는 집이 있고, 다 먹게되는 집이 있잖아요. 이 집이 그래요. 도라지도 딱 삼삼한 간! 먹다보니, 식탁에 앉아 도라지 손질하던 엄마가 생각납니다. 어릴 땐 찬으로 나오면 무맛 나는 이상한 찬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든 지금은 밖에서 잘 무친 도라지 반찬을 만나면 반갑기부터 합니다. 게다가 이걸 하나하나 껍질을 벗기고 다듬었을 그 거치실 손부터 떠오르니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여담이지만, 기획자이자 음식 관련 콘텐츠도 종종 만드시는 나영 @nyfor_none 님이 발행하는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12609 뉴스레터를 매우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지난 호가 꼬막이었는데 (꼬막을 고르고 조리하는 과정 하나 하나를 너무 흥미롭게 따라가다보면 결론은 눈물나게 빡센 요리니 사먹자는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읽으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저도 꼬막을 참 좋아했고 (이건 왜 막 했을 때 맛있는 음식인지 몰라요..) 저희 엄만 이걸 퇴근길 부랴부랴 시장에서 사와 바로 가득 삶아 장을 올려 내주셨거든요. 엄마가 “안 어려워~” “엄마는 이런 거 괜찮아” 하며 집어 올리고, 들던 것들이 사실 다 눈물나게 힘든 것들이란 생각을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무채 하나까지 삼겹 바베큐에 올려 야채 한 줄기 안 남기고 싹 먹고 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가니, 다른 테이블 봐주시다가 서둘러 오시는 아주머니. “어머 벌써 다 먹었어? 아이고… 못 챙겨줘서 어떡해…” 왈칵. 마음이 울 뻔 했어요. 어찌보면 고작 9,000원짜리 손님이잖아요… 고기 구워 내면서, 나물 다듬고 무쳐서, 국 끓이고, 김치 담그고, 모자란 찬 더 있나 계속 종종 걸음 하시고, 웃으며 말 거시고… 사무실 위치가 멀어져 최근 발걸음이 뜸했지만, 원래 요리 하나를 시키면 장아찌와 김치, 나물을 저리 내주는 곳이었지… 란 생각이. 이 집 갓김치를 제가 참 맛있게 먹었어요. 코다리찜을 시켰던 날도, 정말 맛있다고 사무실 사람들 둘러 앉아 국물에 연신 밥을 비벼먹었죠. 재밌게도 이 집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동네에 처음 와 근방 식당을 뒤지다가, 저 ‘단호박 정식’이 식단 관리 하던 당시 딱 좋아보이는 건강식이어서 였는데요. 이후 저건 안 먹고… 이 집의 비건강식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당뇨특식이라 써있는 메뉴도 있는 집인데…) 동네에서 매우 유명한 집은 아니지만 단골이 좀 있어서인지 지하임에도 이 시국을 잘 버티고 계시는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도 들더라구요. 이름에서 유추되지만, 요샌 오리가 회식으로도 자주 찾는 음식은 아니다보니, 이베리코 돼지고기도 최근부터 파시더라구요. “너무 너무 잘 먹었어요. 다음에 고기 먹으러 올게요~” 두 손 모아 카드를 받으며, 고기 냄새 맡으며 든든한 마음 가득 가게를 나섭니다. 이렇게 나이들면 괜히 주책만 느나봐요… 그리고 역시 맛은 거짓말을 않습니다 ㅎㅎ 밥 먹고 바로 운동하러 가니, 몸무게가 🤭 - 기대하시는 막 엄청 맛집은 아니에요… 😶 - 최근 부모님이 크게 아프셨다보니, 밥 먹다 괜한 감상이 더해졌네요. 추운 겨울, 정말 모두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

덕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2 광화문 오피시아 지하1층

euneun

미오님 글 읽으면서 입맛 다시다가 급 눈물이 핑 돌았어요 간단하게 먹지 뭐 했던 음식들 모두 손톱 밑이 까맣게 손질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아니 그러고보니 음식점 이름도 덕담이에요 저 울어요 😭)

Nate

글 잘 보았습니다

석슐랭

덕분에 잘먹고왔고, 소중한 가게를 알게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