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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복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더니 신해혁명부터 국공내전까지의 어지러운 역사적 풍파를 겪으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소위 말하는 1세대 화교들의 나와바리로 유명한 사대문의 서남쪽 일대. 그 당시의 입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사대문을 근처에 한 상업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독특한 중화요리의 발전을 이끈 노포들이 곳곳에 즐비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 오늘 방문한 곳은 60년대부터 성업중인 홍복이다. 강남의 아성에 밀린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공시지가 1위를 놓치지 않는 명동에 빌딩 하나를 거진 통째로 먹고 영업중이다. 할머니 집에 온 듯 앤틱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매력적으로 세월을 보여 준다. 대림이나 화양같은 뉴커머들의 화교지와는 달리 유창한 한국어로 응대를 해 주신다. 요리부, 식사부, 디저트로 나누어진 전통적인 구성. 재료에 따라 차근차근 분리된 메뉴들이니 고르기도 편하다. 성업중인 식당 답게 빠르게 등장하는 메뉴들. #게살샥스핀 샥스핀 하나가 통째로 등장할 가격은 아니고, 전분 소스에 푹 녹여내어 유산슬같은 식감으로 만들어낸 요리. 호방하게 깔린 요리 위에 붉은 고추기름을 뿌려냈다. 따뜻히 녹아내린 젤라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에 다양하게 채워진 고명들. 화려하거나 정교하다기보단 호방한 옛 중식의 매력인 듯 하다. 딱 맞는 간까지 맛깔나니 술 먹기 전에 코팅 한번씩 하자. #간짜장 짜장면의 원형인 작장면마냥 꾸덕하게 볶아나온 춘장. 바싹 볶아진 돼지고기까지 더해지니 떡진 비주얼과는 다르게 고소하고 맛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음식의 미싱링크인가 싶은 재미있는 맛. 허나, 이 식당 전반적인 문제기도 한 것 같은데... 미리 조리를 해놓고 빠르게 내는 공정을 채택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소스의 맛에 비해 면의 식감은 조금... #유린기 망치로 때려낸 오이를 잔뜩 넣은 시원한 냉채 스타일의. 간장 소스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쿰쿰한 향신료 향 또한 오이와 너무나 잘 어우려졌다. 옷을 두껍게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옛날 스타일의 튀김인지라 소스를 잘 머금는 점도 좋다. 허나 이 친구도 식감이 뭔가... #군만두 2003년 작 영화에서 보여주듯 중국집의 소울 음식.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은 다른 중국집들의 만두와 다르게 마치 바오를 연상시킬만큼 두꺼운 피에 돼지고기와 부추만으로 만들어낸 묵직한 직구. 간도 맞고 두꺼운 피도 정말 맛있으나 약간 식은 탓인지 부족한 육즙이 아쉬웠다. 노포답게 간과 향을 잡아내는 밸런스와 위트가 매력적이었던 중국집이었다. 현대의 중화요리와는 조금씩은 다른 강렬하고 쿰쿰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던 곳. 허나 한국의 예전 모습이라고 봐줄 수만은 없는, 아쉬운 음식에 대한 QC가 아쉬웠다. 이게 맨날 이런 것인지, 휴일의 막바지라 저녁 손님이 적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어떨까. 사실 다른 노포 화상에 비해 평이 많이 갈리는 지분 중 하나도 여기 있는 듯 하다. 아, 맞아. 4인인데도 방으로 안내해 주는 점은 참 좋았다. 가족 식사로는 끝내준다. P.S: 건물 전체가 식당은 아니고, 1,2,4층인가 그러니 헛갈리진 말길. 재방문의사: 3.5/5

홍복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73-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