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 오마카세의 충분조건 둥글둥글 바이러스와 함께 반도를 휩쓸었던 오마카세 열풍도 점차 꺼져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 두터운 단골층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업장은 크게 “하이엔드”와 “엔트리” 두 가지로 옥석 가리기되는것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다이닝 수준의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곳과, 올라간 외식 물가에 대해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곳. 이렇게 생존 이유를 정리해 볼 수도 있을 법. 그에 반해 미들급 수준의 업장들은 예전보다는 확연히 찾기 힘들어진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위 두 장점 사이에 끼어버린 것이 이유인지. 오늘은 지인의 초대로 교대역에 위치한 카루에 방문했다. 디너 13정도의, 굳이 고르자면 엔트리와 미들 사이의 가격대로 볼 법한 곳. 붉은 노렌을 미니 도쿄 츠키지나 신바시의 스시집에 온 듯한 올드한 우드톤 인테리어가 맞이해준다. ##저녁 코스(130000 KRW) 시작부터 큼지막한 뿌리와사비를 갈고 계시는데, 여쭤보니 시즈오카산… 이라고. #츠마미 전복술찜-벤자리-청어-부시리와 단새우-참치호소마끼. 요리랄 것은 전혀 없는, 제철의 아주 클래식한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청어는 뼈를 완전히 제거하는 스타일로 손질해 주셔 미끈한 기름기가 일품이던. #스시 광어-무늬-우니군함-쥬도로-시마아지-금태와 옥돔구이-무늬 튀김-사바보우-가리비-전어-청어-단새우-대게-아나고-앵콜(전어와 방어)-모니카. 마찬가지로 큰 기교나 퓨전 없는 클래식. 이런 경우 생선의 진행이나 손질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흠잡을 곳 없이 맛있었다. 와사비부터 느껴지던 ‘이 가격대에 이게…?’ 라는 느낌도 기분좋음을 준다. 짭쪼름하고 쫄깃한 샤리도 네타의 톤과 잘 맞아든다. 1인 업장답게 식사 메뉴 없이 스시로 직구를 주시는데, 이것은 호불호가 갈릴 법도 하다. 바싹 구워낸 아나고의 고소함과 적절히 시메되어 비린내 없이 고소하던 히카리모노들이 참 매력적이었다. 소위 ”미들급“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이런것 아닐런지. 엔트리보다 여유있는 코스트를 바탕으로 원물과 부재료에 집중하여 좋은 스시들을 내어주는 곳이었다. 올드하고 투박한 인테리어처럼 도쿄 어딘가의 오래된 스시집에 와있는 듯한 느낌. 조용한 교대에 자리를 잡으신것도 그것 때문일까. 유학을 갔다오신 분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에도마에”를 잘 느끼고 갑니다. P.S: 콜키지에 비해 잔 서비스가 좋으시다. 재방문의사: 4.5/5
카루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75 중앙빌딩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