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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감촌 "요란하지 않은 정갈함" 1. 순두부찌개라는 것이 참 묘한 음식이다. 순부두를 빨간 양념으로 끓여내어 순두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고소함은 삭제해 버린... 어떻게 보면 실패한 조리방법의 요리다. 그런데 희한하게 맛있다. 빨간 국물과 섞인 부드러운 식감의 순두부는 고소함은 잃었지만 평온함을 주는 식감의 마법사로서 역할을 더한다. 맛은 잃었지만 오히려 그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2. 그런데 대부분의 순두부찌개 맛은 전형적이다. 조리료 국물과 고추가루 맛이 전부다. 어딜 가던지 비슷비슷한 맛이라 순두부찌개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참 어렵다. 오죽하면 두부맛으로 감명받은 강릉의 “초당할머니순두부”의 “얼큰째복순두부” 조차 빨갛게 조리하니 평범하게 느껴졌을까. 피맛골에서 시작해 40년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는 <감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튀지 않으면서 다른 순두부와는 다른 느낌은 확실한 곳이다. 3. 감촌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빨간 찌개 스타일의 순부두를 선보인 곳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이집의 맛이 원조일 수 있는데, 조미료를 이용해 비슷한 맛을 내는 다른 순부두찌개에 의해 그 맛의 기준이 역전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집은 사골국물을 베이스로 찌개를 끓인다고 한다. 거기에 직접 만든 순부두를 쓰신다고 하니 원조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조리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미료의 선명하고 진한 맛 보다는 부드러운 국물이 정갈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 튜브에서 짜내서 으깨진 순두부가 아니라 국자로 숭덩숭덩 떠낸 순두부 덩어리들이 주는 안정감과 식감은 이집 순두부찌개의 장점으로 다가온다. <커다른 뚝배기 하나 가득 먹어도 짜거다 갈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4. 반찬이 아주 정갈하다. 네 가지 기본 찬을 주셨는데, 조미료나 소금 등으로 만든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슴슴하면서 편안하게 맛을 냈다. 강한 맛의 순두부찌개와 균형을 이룬 맛의 발란스가 좋다. 상큼한 오이무침, 슴슴한 콩나물, 시원한 서울식 깍뚜기, 짜지 않은 어포무침. 어느 하나 흰 쌀밥과 어울리지 않는 반찬이 없고, 찌개와 어울리지 않는 반찬이 없다. 5. 식당 자체가 너무나 정갈했다. 앉자마자 내어주신 네모 반듯하게 접혀진 앞치마 부터 기분을 좋게 한다. 마치 좋은 식당에서 따듯한 물수건으로 사람 마음을 녹이는 것 같은 정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앞치마 이렇게 내어주는 집은 이집이 처음이다) 테이블마다 올려 있는 장미 생화도 기분 좋은 식사를 만든다. 식당 입구에도, 카운터에도 장비가 한다발씩 꽂혀 있어 마음이 유해지는 기분까지 준다. 물론 모든 식기에서 플라스틱은 찾아볼 수 없다. 6. 이집 혹평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너무 비싼 가격에 기인하는 것 같다. 기본이 12,000원인 가격은 다른 곳의 1.5~2배 가격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다른 곳의 순부두찌개는 가격과 마찬가지로 맛도 저렴하다. 다 으깨진 공장순두부에, 조미료로 맛을 낸 매운맛은 배고픔만 해소해 주는 도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집은 식사를 다 마친 후 제대로된 식사를 했다는 느낌과 대접 받았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식당을 선택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나는 한 끼를 먹어도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곳으로 가고싶다. 이집은 요란하지 않다. 그저 묵묵히 원조의 맛을 지켜나갈 뿐이다. 나는 그런 철학을 갖고 있는 이집의 음식이 맘에 든다. #러셔스의베스트두부 #러셔스의베스트백반

감촌

서울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