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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동 #고향집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구수함과 다정함" 1. 오장동 거리는 정감 가면서도 거친 거리다. 아직도 80년대의 모습 같은 거리들을 보고 있으면 정감이 가기도 하고 옛 추억도 새록하다. 오장동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함흥냉면인데, <고향집>이라는 칼국수, 수육집도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하다. 2. 약 20여년의 업력을 가진 고향집은 실제 방문해 보면 마치 4-50년 업력을 가진 노포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이 지역 분위기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ㅎㅎ 대로변에 나있는 좁은 입구를 따라 들어서면 7-80년대 우리나라 집구조의 전형 같은 작은 한옥집이 나타난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 좁은 마당과 장독. 소담하게 가꾸셔서 꽃이 만발한 화분들, 그리고 신발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내실이 내 기억의 첫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기분 좋다. 3. 이집 며느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의 친절한 안내로 착석 후 칼국수 한 그릇을 부탁을 드렸다. 안주인 사장님도 굉장히 정감이 넘치시는데,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인상이 참 좋고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 바가지를 쏟아부으신다 ㅎㅎ 50 중년에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할머니가 해주시던 칭찬 같은 감정이다. 4. 이집 칼국수는 정말 독특하다. 간간한 멸치육수에 애호박과 감자를 채썰어 넣고 끓였다. 감칠맛 나는 육수에서 구수함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감자가 부서지면서 나는 구수함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면빨도 이집만의 매력이 있는데, 아주 얇고 일정한 두께의 면빨이 굵기는 일정하지 않다. 아마도 반죽을 롤러로 일정하게 펴시고 썰기는 칼로 직접 써시는 방식인가보다. 면이 얇은데다 푸~~~욱 익히시기 때문에 면의 탄력적인 식감을 느끼기 보다는 부들부들 하면서 뚝뚝 끊어져 버리는 재밌는 식감으로 다가온다. 이런 맛과 식감은 정말 집에서 엄마가 직접 반죽해서 숙성 없이 밀고 썰어 푹 삶아주시던 맛이 아닐까 생각이 되고 직접 먹어보진 않았지만 대구나 포항 등의 지역의 누른국수와 비슷하리라고 예상을 해본다. 5. 이집 매력중에 하나가 고추지 양념이다. 사장님 옛 직장 동료가 귀농해서 직접 농사를 지어 보내주신다고 한다. 그 양질의 고추로 고추지를 담궈 양념을 만든다. 꽤 짜면서 정말 구수한 맛이 나는 양념인데, 국수에 아주 적은 양을 고명으로 올려주시지만, 조금 강하게 먹고 싶으신 분들은 더 넣으시면 자연스러운 감칠맛 폭발을 한다. 6. 어머님과 대화를 조금 나누다보니 이집 어머니께서 지금은 작고하신 고여운계님과 초등학교 동창이시라고 한다. 여운계님을 포함한 12명의 초등학교 동창이 항상 고향집에서 모이셨다고 하시면서 옛 사진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여운계님 돌아가시던 당일 병원을 찾았는데, 얼굴 못보고 돌아오신 것이 너무나 한스럽다고 하시면서 회한의 눈빛을 보여주신다. (여운계님을 못보고 발걸음을 돌린 그 날 여운계님이 소천하셨다) 7.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마치 시골집에 돌아가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칼국수 한 그릇 든든히 먹는 기분이다.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허기를 달랠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공허함도 함께 달래준다. 나오는 길에 어머니 사장님께서 예쁘다고 얼굴을 만져주시며 가방 깊숙히 넣어 두셨던 <외제 사탕> 두 개를 꺼내서 주셨다. 한 알을 까먹으며 빙그레... 웃고 나왔다. 나도 모르게... PS: 이집 첫 방문에 너무 일찍 가서 오픈 전이라 어머니 사장님께서 미안하다고 연신 하시며 야쿠르트 하나 주신 적이 있다. 늘 이렇게 정스러운 분이신다보다. PS2: 이집 음식은 꽤 간간하다. 젓갈은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김치나 무채의 맛이 꽤 강렬한 걸 보면 경상도 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칼국수

고향집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