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로바타라이브라 "훌륭한 음식, 더 훌륭한 접객, 그러나 아쉬운 주류정책" 2017년인가? 압구정동에서 예전 로바다야키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몇 식당의 개념을 넘어선 획기적인 방식으로 손님 앞에서 닭구이를 해주는 <로바타 탄요>의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에 제 2의 로바타야키 붐이 일었다. 그 후로 참 여러 매장들이 유행을 하듯 더 생겨났고 2019년에 <원시구이>라는 방식의 요리를 선보이는 <로바타라이브라>가 탄생을 했다. 언제나 유행을 따라 오픈한 매장들은 자연도태가 되는데, 이곳 라이브라는 탄탄한 조리기술과 원초적 인스타그래머블한 컨셉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는 매장으로 존속을 하고 있다. <원시구이> 솔직히 이번에 처음 듣는 희한한 용어다. 그렇다고 무슨 말인지 모를 수준은 아니고 원시적인 방식의 장작불 구이? 정도로 이해가 되는 꽤 직관적인 단어다. 사진을 보니 모닥불 직화는 아니고 장탄을 세워 그 열기를 이용해 옆에서 굽는 방식이였다. 몇 십 년 전인 국민학교 시절에 집 마당에서 텐트치고 캠핑놀이 할 때면 어머니가 대바늘에 고등어 꽤고 굵은 소금 쫙쫙 뿌린 후 모닥불에 구워주셨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구이방식이다.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힌데, 시장에서 사온 고등어인데도 나무 불향에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고 고소하게 구워진 겉바속촉의 고등어를 들고 뜯어 먹던 맛이 아직도 뇌리에 각인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집은 나의 원초적 추억을 자극하는 곳이였고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었다. 가게는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다. 많아야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다찌석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싱싱한 해물이 전시되어 있는 얼음 쇼케이스에서 해물과 채소 등을 꺼내어 요리를 해주시는 모습은 여느 로바타야키 세팅과 유사하다. 다만 가게 안쪽에 있는 원시구이 화로가 눈에 확 띈다. 보기만해도 실해보이는 비장탄 중에 길쭉한 장탄만을 이용해 불을 잘 붙여 세워서 불을 유지한다. 음식 재료는 장탄 옆에서 굽는 구조인데, 비장탄의 열기를 밑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받기 때문에 강렬한 열이 서서히 재료에 전달이 되서 구이로서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 된다. 재료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에 직접 닫지 않아 그을음 없이 구울 수 있는 건강구이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단점은 당연히 오랜 조리시간. 대신 이 지루한 단점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분들이라면 기본적인 맛은 보장이 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주문은 시그니쳐 코스에 추가로 후토마키, 채소구이, 우럭구이, 닭구이, 장어구이를 부탁드렸고, 술꾼들이 술을 마시니 이런 저런 안주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이집 음식으 크게 사시미류, 원시구이류, 로바타야키류, 탕류로 나뉘는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음식의 수준이 훌륭하다. 최대한 재료의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서 음식의 간이 슴슴하면서 적절한 정도고 과도한 치장은 배제해 우려했던 것 보다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시미와 고등어초밥, 후토마키들은 일식집의 평균 이상으로 괜찮다. 재료도 신선하고 숙성수준도 좋았지만, 서비스로 내어주신 고등어초밥에서 이집 시메실력을 알 수가 있었다. 전문 초밥 조리사가 아니라 모양이 좀 흐트러 졌음에도 그 맛은 보장이 된다. 후토마키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좋은 발란스를 이뤘다. 이집 특기인 원시구이는 맛은 있으나 생각보다 기대에는 못미쳤다. 속이 촉촉하게 잘 구워진 금태는 지방의 고소함과 흰살의 담백함이 맛있었고 구이를 하면 좀 퍽퍽해지는 우럭도 원시구이로 구우니 아주 담백한 구이로 완성이 된다. 닭다리 구이야 말해 무엇하랴... 다만 숯불을 이용한 구이류 및 본인이 알고 있는 모닥불 구이에서 느껴지는 껍질의 건조감 (우리는 이걸 겉바.. 라고 부른다)이 예상보다 덜해서 기대했던 겉바속촉의 수준까지는 조금 못미쳤던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더 구우셔도 되지 않을까? 코스 구이 시작으로 주신 가리비에서 이집 실력이 나타난다. 적절하게 구워져 질기지 않고 시원한 가리비에 트러플의 파이널 터치가 가해졌다. 아주 맛있다.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구워 리조토라고 내어주시는데, 아주 훌륭한 에피타이져가 된다. 다른 숯불구이류도 훌륭한데, 채소구이가 완벽했고 반면에 장어는 사이즈 때문인지 평범하게 느껴졌다. 대신 서비스로 주신 츠쿠네가 아주 맛있었다. 이집 서비스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쉐프님께서 조용하게, 그렇지만 제대로 손님을 응대하신다. 본인이 먹은 새우꼬리를 사시미 뒷쪽에 둔 것을 까먹고, 쉐프님이 새우 두 마리 주신줄 알았다고 웃고 있던 우리 일행의 얘기를 듣고 새우 한 마리 쓱 올려주시는 서비스. 트러플 향 조차 맡지 못하는 일행을 위해 트러플이 들어간 음식들을 알아서 다 바꿔주시는 센스. 이런 저런 술권유에도 본인의 본분을 놓치지 않고 조리와 대화를 균형있게 맞춰가는 부드러운 응대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방문이다. 솔직히 로바타야키 유행에 편승해 원시야키라는 생소한 무기를 들고 인스타그램머들을 노리는 컨셉식당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요리 내공이 훌륭하고 구이에 대한 기초가 탄탄하다. 거기에 응대마져 훌륭하니 이집에서의 식사와 음주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본인 같은 술꾼들에게는 해당이 안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 주류정책인데... 원래는 주류 주문 필수에서 1바틀 주문 필수로 최근 변경이 되었나보다. 방문일에 예약하고 온 두 커플이나 바틀주문 정책 때문에 그냥 나가셨다. 인기가 있는 집이라 바로 손님이 차긴 해도 기대를 하고 온 손님들에게 술정책 때문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면 그건 이미 큰 실망일테다. 이 부분은 제대로 알림을 통해서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어야할 것 같다. 즐거웠던 저녁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쉐프님... PS: 이날 쉐프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과음을 해서인지 조금 주책스럽게 대화를 한 듯해 리뷰를 통해서 쉐프님께 죄송하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 참 좋은 서비스를 받았고 훌륭한 음식을 경험했네요. 아쉬운 점들에 대해서 리뷰로 올리지 않고 직접 알려드린다 했는데, 쉐프님 개인 연락처는 몰라서 부득이하게 이 리뷰를 통해 몇 자 적어봤습니다. 다음 방문 때 더 진솔한 대화 나누면 좋겠습니다. #러셔스의베스트술집 #러셔스의베스트숯불구이 #러셔스의베스트이자카야
로바타 라이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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