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동 #일흥콩나물해장국 "무형문화제로 보존했으면 하는 장인의 음식" 1. 조금은 썰렁한 가게에 들어서면 가게 안쪽 단촐한 주방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국밥을 말고 있는 주인장의 모습이 보인다. 말수도 적고 걸음걸이도 느릿한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오래 사용해 낡은 앞치마를 두른 주인장의 모습에는 빠르지는 않지만 기본을 지키는 <음식 만드는 사람>의 결의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느낌의 콩나물국밥집. 일흥의 첫 인상은 이랬다. 2. 지금까지 콩나물국밥은 전주라고 알고있었는데, 일흥은 전주식이 아닌 군산식 콩나물국밥을 내어주시는 곳이다. 수란을 따로 내어주는 전주식과는 달리 군산식은 생달걀을 밥 위에 올리고 그 위에 펄펄 끓는 국물을 부어 수란 처럼 익혀내는 것이 특징이다. 내어주신 국밥에 계란의 익힘 정도가 어찌나 완벽한지, 왠만한 쉐프의 수란 만드는 솜씨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의 멋진 솜씨다. 3. 국물은 명품이다. 진한 멸치국물이 혀에 시원함과 감칠맛의 쾌감을 전해주는데, 이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대기 대신 아주 고운 청양고추가루를 고명으로 올린다. 그러다보니 텁텁한 맛 보다는 미세한 입자감의 칼칼함이 국물 전체적인 맛을 상승시킨다. 이 때 계란 노란자를 터트려 고루 섞어 먹으면 다른 곳과는 차별적인 일흥의 맛이 완성이 된다. 참 맛있다. 4. 콩나물 국밥집의 기본이겠지만 콩나물도 두껍거나 억세지 않고 마치 어린 콩나물인냥 아삭하면서 부드럽다. 이 모든 요소들이 단순히 먹거리를 만드는 손이 아닌 장인의 마음과 손길에서 탄생한 작품 같은 느낌인데, 이 장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더 돋보이게할 작은 장치 하나를 더했다. 바로 <토하젓>이다. 5. 곁들임으로 곱게 갈은 토하젓을 내어주신다. 조미료가 가득한 감칠맛 덩어리가 아니다. 강렬한 짠맛이 우세하지만 흙향은 적고 오히려 게의 풍미까지 느껴지는 기가막힌 토하젓이다. 국밥 한 숟가락에 토하젓 조금 올려 먹으면 맛의 어우러짐과 만족도는 극치에 달한다. 6. 이제는 연로하신 사장님은 1975년부터 운영을 하시던 군산 콩나물국밥 전문점인 일흥옥의 맏아들이자 일흥옥맛의 계승자이신데 원조인 일흥옥을 다른 분께 넘기시고 지금은 서울에서 소박하게 그 맛을 이어가고 계신다. 카드도 받으시긴 하지만 현금으로 계산하고 싶어 5만원권을 드리니 잔돈이 없으시단다. 그 정도의 잔돈 회전도 안되는 소박한 가게라고 생각하니 맛으로 느꼈던 장인의 기술들이 마음 짠하기까지 했다. 양해를 구하고 부지런히 길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현금으로 사고 밥값 계산하면서 따듯한 커피 한 잔 전해드리니, 밥값 내려고 커피 샀냐고 타박 같은 고마움을 전해주셨다. 7. 나만의 욕심이겠지만 이집은 더 유명해지만 안되겠다. 지금보다 손님이 더 많아지면 사장님 건강에 영향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 지금 정도, 그리고 이 소박한 기술이 전승될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그래야 이 멋진 맛을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국밥 #러셔스의베스트해장국
일흥 콩나물국밥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5길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