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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cio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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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제주도 #서귀포시 #천짓골식당 "손님에 대한 예의를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사장님의 멋진 작품 같은 돼지고기" 어두운 골목길에 밝게 불을 밝힌 천짓골 식당에 하이힐과 정장 블라우스를 입은 미모의 여사장님께서 한 손엔 식칼을, 또 한손엔 집게를 들고 가게를 활보하신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광경인데 손님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들의 음식에 몰두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식사 중에 조심스럽게 사장님께.... <혹시 예식장이나 행사 다녀오셨어요?> 하고 묻자 사장님께서는 우문현답을 주셨다. "전 항상 이렇게 입어요. 손님을 대하는 예의라고 생각해요..." 조금 부끄러운 순간이였고 천짓골 식당 사장님의 식당 경영 철학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이였다. 손님에 대한 예의에서 나오는 진실된 음식들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실제로 천짓골 식당에서 먹은 돔베고기는 지금까지 먹은 돼지고기 수육과 돔베고기들에게 가볍게 콧방귀 뀔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였다. 제주도를 그렇게 많이 오면서도 이상하리 만큼 이곳만은 방문이 안되었는데 이번에 제주도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이곳에서 <인생 삶은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메뉴는 돔베고기 밖에 없다. 600그램 단위로 주문이 가능한데 흑돼지와 백돼지를 주문이 가능해서 맛을 비교하고 싶어 흑돼지를 먼저, 그리고 백돼지를 추가로 주문을 했다. 전형적인 높은 다리의 제주도 돔베에 올려나온 비주얼 부터 제대로다. 이제는 돔베가 도마의 제주도 방언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신다. 그렇지만 주방 구조상 바닥에서 도마질을 해야하는 제주도의 특성 때문에 진짜 제주도 돔베에는 높은 다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까지 아는 분들은 많이 않을 것이다. 이집은 높은 다리의 돔베를 사용해 진짜 제주도 돔베고기를 보여주고 계신다. 잘 삶아 올려진 흑돼지 오겹살이 먹음직 스러운데, 껍질에 박혀있는 까만 모근이 흑돼지임을 비주얼로 보여준다. 사장님께서 환상적인 칼솜씨로 삼겹살 덩이를 부드러운 부분, 쫄깃한 부분 등등으로 잘라주면서 부위마다 먹는 방식을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돼지고기 맛은 더욱 상승을 한다. 실제로 삼겹살 한 덩이에서 이렇게 다양한 식감과 다른 맛을 낼 수 있게 커팅을 해주시는 것도 놀랐고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탱글한 삼겹살의 근육 부분과 이에 지지 않는 흑돼지 비계의 쫄깃한 식감이 참 좋지만 그 식감을 묵직하게 받쳐주는 꼬소한 지방의 맛이 이집 고기맛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백돼지는 맛은 있지만 여러모로 흑돼지에 비해 식감과 맛에서 조금씩 못미치는 부분들이 느껴지는데, 이렇게 비교하면서 먹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호강이다. 이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컨디먼츠들도 너무 만족스럽다. 진리의 천일염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고기의 고소함을 상승시킨다. 돼지고기엔 멜젓인데 여긴 멜젓 대신 멜젓에 버무린 양파를 주신다. 그냥 멜젓은 많이 남기셔서 이렇게 대체했다고... 이것도 맛있지만 그래도 멜젓을 따로 부탁드리면 진한 멜젓에 고추가루, 통깨, 청양고추와 편마늘을 넣고 주신다. 이게 진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품 컨디먼츠가 묵은지. 살짝 군내다는 듯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푸~~욱 곰삭은 묵은지는 묵직한 돼지고기의 지방과 잘 어울린다. 이집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히든 메뉴가 바로 <몸국> 돼지고기를 이리 많이 삶은데 돼지국물이 없을 수가 없고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걸 몸국으로 만들어 요청하신 손님께만 주신다. 제주 여행에서 따로 뭄국 먹으러갈 시간과 끼니를 내기가 어렵다면 이집 몸국으로 충분이 대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고 수준도 높다. 두 번째 히든 메뉴는 바로 <돼지 육수> 이 메뉴는 메뉴판에 조차 있지 않은 메뉴로 아는 손님과 사장님의 총애를 받는 손님들에게 하사가 되는 메뉴다. 고기삶은 기본 베이슨데 최상급 고기들을 삶은 국물의 맛이 어떻겠나. 소금만 살짝 넣고 먹는 육수의 맛은 전국에서 손꼽는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의 그거에 비해 절대 밀리지 않는 최고의 맛과 시원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명품 육수다. 소주 한 잔 마시고 먹기도 좋고 조금 퍽퍽한 고기 부위를 담궈먹기도 좋다. 절대 놓치지 말고 부탁해보자. 세 번째 히든 메뉴는 (히든까지는 아니지만) 바로 공기밥. 돼지고기만 먹는다면 느끼함에 질릴 수가 있기에 곡기로 이를 완화시켜줘야 한다. 천짓골의 고기맛은 구이고기에 절대 뒤지지 않는 육미와 지방맛을 가지고 있어 밥 위에 올려 김치나 멜젓과 같이 먹으면 꿀같은 단맛을 입에 선사한다. 탄수화물 러버라면 절대 놓치지 말자. 물론 남은 밥은 몸국에 말아먹어야지 ㅎㅎ 식사 내내 사장님의 포스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은 음식의 질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늘 운동을 통해 단련을 하신다며 보여주시는 잔근육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시는 사장님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하겠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맛보는 인생 돼지고기가 나에겐 큰 추억이 될 듯 하다. 사장님 번창하세요! PS: 코로나 이후로 옆테이블과 고기 트레이드는 하지 않습니다. PS2: 운좋으면 먹을 수 있는 <갈비살>은 세상 탱글하고 진한 고기맛이 좋네요. 삼겹살 끝 부분에 조금 붙어 있어서 운이 좋다면 사장님께서 갈비살만 따로 발라 주시니 본인의 행운을 시험해 보세요 ㅎㅎ (사진 9)

천짓골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41번길 4 천짓골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