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죽산분식 "50년의 고집, 50년의 사랑으로 탄생한 간짜장" 1. 중식당의 이름은 주로 -반점, -각, -원, -관, -루, -방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집, 건물, 정원 같은 장소를 나타낸다. 화교의 중식당은 대부분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산분식>의 작명은 참으로 특이하면서 이름을 통해서 화상식당이 아니고 식당 하신지 최소한 40년 이상은 됐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2. 보통 분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밀가루를 이용한 스낵 수준의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알고 있지만 수원의 <중화분식>과 안성의 <죽산분식> 같이 중식당에 분식이라는 이름을 붙은 곳을 발견하는 일도 있다. 실제로 1954년에 발효된 미국의 PL480이라는 법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값싼 미국의 밀이 들어오게 되면서 쌀 소비를 줄이며 밀 소비를 늘리려는 <분식의 날> 같은 밀 소비 장려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일어났고 이로 인한 제빵, 라면 산업의 발전, 떡볶이와 칼국수의 부흥 등도 이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집인데 분식이라는 상호를 쓰는 집은 최소 40-50년의 역사를 가진 업소로 판단이 되고 정부 시책에 맞춰 국수를 파는 곳이라는 의미로 <OO분식>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리라 예상을 할 수 있다. 3. 아무튼 굉장히 독특한 맛의 간짜장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안성의 죽산분식은 이름만 들어도 50년 정도의 내공이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임이 느껴지는데, 오랫동안 가고싶다가 이제서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읍내의 상가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작은 식당인데, 입구에 맛집이 아니라 오래된 집이고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겸양의 글이 써져 있다. 알고보니 2018년에 생활의 달인에 간짜장 달인으로 소개가 되면서 손님 폭풍의 경험을 한 차례 하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지금은 방송 버프는 빠지고 간짜장 메니아나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오래된 동네 중국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가게에 들어서면 新久가 조화된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집은 가족이 운영하면서 기술의 승계가 되고 있는 집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집의 신구의 조화고 노포중국집 메니아로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모습이다. 머리 허여신 1대 사장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분이 웍을 잡으신다. 서빙은 아주 친설하신 여성분이 하시는데 (따님 또는 며느님으로 예상) 굉장히 시스테믹한 서빙을 하시고 목소리가 다정다감하다. 리모델링을 하셨는지 한쪽 벽면의 미닫이 방문은 꽤 새걸로 보이지만 옛날 중국집의 온돌방 같은 모습이 재밌는데 그 옆에는 1회용 앞치마가 걸려져 있는 것은 또 현대적이다. 그러면서 양은 주전자에 물을 서빙해 주시는 모습은 아직도 70년대의 모습이니 식당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어찌 재미가 없겠나 ㅎㅎ 5. 간짜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이미 이집의 간짜장은 <무>라는 특별한 재료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맛에 참 기대가 됐다. 얼마 전 예산의 <시장반점>에서도 무를 사용했는데 옛날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오래 보관 가능한 야채를 찾다 보니 무가 안성맞춤 이였다고 들었다. 다시말해 무를 사용하는 집은 정말로 오래된 집이고 옛방식 그대로 간짜장을 만든다는 소리다. 6. 간짜장을 받아들면 가지런히 정렬된 면빨이 마치 츠케멘집에서 면을 받은 느낌이다. 살짝 연한 갈색 빛 나는 면빨은 첨가제에 의한 노란색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직접 반죽을 해서 자가제면 하신다고 하시니 그 맛에 기대감이 상승한다. 재미있게 장은 스텡그릇에 주신다. 이 역시 신구의 조화 같은 느낌이 난다. 음식의 비주얼과 서빙부터 너무나 재미있는 집이다. 7. 장은 굉장히 검은 색이다. 재료들은 양파와 양배추 보다는 주키니 같은 각진 채소들이 훨씬 많은데 잘 보니 큼지막한 무와 감자 다이스다. 확실히 양파 보다는 주키니와 무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간다. 이런 재료의 구성은 또 처음이다. 앞서 언급한 시장반점은 양파가 위주고 무가 식감 도우미로 들어가는 반면, 여기는 무가 위주이고 양파는 오히려 식감 도우미가 된다. 정말 반전이 있는 간짜장이다. 8.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맛을 보면 더욱 깜짝 놀라는데, 본인도 짜장, 간짜장 꽤 먹어 봤지만 이집 같은 간짜장은 처음이다. 첫 느낌은 쿰쿰한 된장에 후추를 뿌려 볶은 듯한 희한한 맛이 난다. 당연히 단맛은 전혀 없고 짠맛과 구수한 맛만 진동을 한다. 계속 음미하면 쿰쿰함은 더욱 증가하고 아릿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의 근원이 대량의 무라는 것을 곳 알게된다. 다시말해 무가 식감용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맛을 지배하는 맛재료로 사용이 된 것이다. 춘장도 일반 시판용 춘장이 아니라 콩죽으로 직접 만든 춘장이라고 하니, 들큰한 맛이 있는 시판용 춘장과는 완전히 다른 쿰쿰한 맛이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 9. 솔직히 입에 넣는 순간 <맛있다>를 외칠 수 없다. 너무나 생소한 맛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웃음이 막 나오는 맛이다. 하지만 신선하게 볶아진 대량의 주키니, 고기, 무, 감자 등을 먹으면서 느껴지는 맛은 고소함으로 바뀌고 쿰쿰함과 아릿한 맛은 중독으로 바뀐다. 이런 똑같은 경험을 신수동의 <국물떡볶이>에서도 했는데, 단맛 1도 없는 떡볶이 국물은 절대 맛있는 것이 아님에도 기가막히게 중독성을 준다. 10. 맛있다, 맛없다를 논하는 것은 거만일 듯 하다. 50년 세월에 정립된 이집만의 노력과 내공이 들어가 있는 간짜장이다. 세속에 휘둘리지 않고 유지한 이집만의 맛이다. 그게 좋다면 다시 오면 되고, 싫다면 안오면 그만이겠다. 하지만 나는 이집 맛이 <너무 좋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사부님> 이날 또 한명의 간짜장 명인을 만났네 ㅎㅎ PS: 죽산분식에 대한 블로그의 리뷰를 보면 특이한 맛이라고는 표현을 했지만 그 맛이 어디서 오는지, 무가 들어갔는지도 언급하는 블로거가 거의 없다. 아니, 들어가 있는줄도 모르는 것 같다. 생달의 인기에 편승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수준의 글들이 대부분인 듯 해보이는데, 이집은 그런 취급을 받을 곳이 절대 아니다. 진정한 짜장면 메니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귀하고 독특한 맛으로 기억이 되야할 소중한 곳이다. 부디 이곳 사장님 내외분도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간짜장
죽산분식
경기 안성시 죽산면 죽주로 256
맛집개척자 @hjhrock
볶는 요리에 무를 쓰다니 신기하네요..이 집 이주 독특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루 얼마 안 만드시는 탕수육도 아주 아주 궁금하네요. ^^
Luscious.K @marious
@hjhrock 이집은 제가 다녀본 짜장면 맛집 중에 가장 독특한 곳입니다. 당연히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