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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cious.K

별로에요

4년

#신사동 #우가 "최신트랜드에 역행하는 고급한우" #우가의기억 우가가 처음 개점했을 때 좀 다녔던 나로서는 강남에서 제일 괜찮은 한우구이집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고기의 질도 좋고, 숙성도 45일, 당시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세라믹 불판과 어머어머한 식탁공간에 화려한 불질은 당시 소고기집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연말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빈 테이블이 꽤 많은 한가한 식당이 되었다. 체감하는 서비스도 예전의 절도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뭔가 두리뭉실 뭉그러지는 느낌의 서비스다. 이모님들은 모두 조선족으로 보이는 분들로 바뀌었고 구이를 담당하는 로스터들도 전문성있는 말투와 손동작은 아니다. #마블링과환경 요즘 글로벌 트랜드는 <환경보호와 건강>이다. 대기오염, 오존의 공격, 환경호르몬과 미세먼지의 공격에 이어 이젠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인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적과 함께 동침을 하는 세상이다.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창하게 플라스틱을 쓰지않고 재활용을 잘 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차는 것 밖에 없을까? 아주 작은 변화지만 고기를 먹는 습관에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소의 근섬유 안에 박혀있는 지방인 마블링은 초식동물인 소의 일반적인 성장방식으로는 생성이 되지 않는다. 소식하고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살이 안찌고 지방간이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초식을 하는 소에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옥수수라는 강력한 단순당이 필요한데, 풀만 먹는 소에게 있어 옥수수라는 곡물은 사람에게 있어서 사탕같은 느낌을게다. 20살 넘에 설탕이라는 것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설탕을 먹이면 누구라도 미친듯이 먹어댈 것이 틀임 없는데, 같은 원리로 소가 도축되기 얼마 전부터 마블링을 키우기 위해 소에게 풀 대신 옥수수를 급여한다. 너무나 맛있는 꿀맛같은 옥수수를 맛본 소는 더 이상 풀보다는 옥수수만 먹게되고 단쇄지방산을 에너지로 이용하던 소의 에너지가 단당류 위주가 되면서 소 체내 지방의 침착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마블링과 환경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주범은 바로 옥수수다. 옥수수는 사람과 닭과 돼지 같은 단위동물이 먹는 곡물인데, 여기에 소까지 (그것도 대식가) 가세했으니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필요한 유전자 조작과 옥수수 농장의 확장, 그리고 많은 소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분변에 의한 오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는다. 사람들은 마블링이 많은 소를 만든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지방은 90% 이상이 포화지방이고 그 포화지방은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과 대사증후군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다시말해 인위적인 마블링은 지구를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다. #숙성 예전에 어느 고기집 리뷰에서 숙성의 원리를 생화학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근육의 경직성이 풀리는 자연 연육과정을 지나 세포내 자체 protease에 의해 분해되는 근섬유에서 유래하는 아미노산들이 고기를 더욱 연하게 하면서 맛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 숙성이다. 그런데 숙성은 <단백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지방>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은 오래되면 산폐가 일어난다) 부드러운 고기를 먹기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은 <마블링>과 <숙성>인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미 마블링이 강한 고기는 충분히 부드럽고 맛은 지방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숙성을 아무리 해도 맛의 차이와 tenderness의 차이는 미미하다. 그래서 뉴욕의 유명한 스테이크집도 근육내 지방이 많은 고기 보다는 적당한 비율로 근막 주위에 형성된 지방을 더욱 가치있게 생각한다. 근막 주위에 지방은 건조숙성 (dry aging) 시 고기의 과도한 마름과 산폐에서 보호를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가의 고기는 <1++마블링 + 45일 숙성>이다. #인식의변화 고기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은 나이기에 가족들에게 주는 고기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우리 가족은 마블링이 심한 고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질 좋은 살코기를 잘 구우면 아주 휼륭한 스테이크가 되기 때문에 한국 유명 고기집의 마블링 강한 고기는 더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조금씩 체감이 된다. 이번 우가 방문에서 손님이 없는 텅빈 식당에서도 발견이 되지만 지속적인 교육으로 맹목적인 마블링 찬양론은 조금 수그러진 듯 하다. 작은 변화지만 나의 고기취향의 변화가 글로벌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의 건강을 보호해주는 식사법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과연 마블링이 강한 1++ 고기를 먹고싶을까?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다. 환경과 건강은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제안 우가를 비롯한 여러 한우식당에게 제안을 하고싶다. 마블링만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다. 길어야 5년이다. 대신 선택지를 넓히자. 고급육을 포기할 수 없다면, 1++ 한우와 1등급 한우 두 가지를 함께 숙성해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해보자. 손님도 내가 먹을 고기를 선택할 권리를 갖고싶다.

우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9길 22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