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성식당 #접착뼈국 * 한줄평 : 제주의 탕반 음식, 접짝뼈국 1. 한반도 식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탕반>이다. 밥이 주식이다 보니 별다른 반찬 없이 한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물 요리 또한 발달하였다. 국은 적은 양의 식재료로 양을 불리기에도 용이하고, 한번 끓이면 여러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며, 계절마다 조달되는 제철 식재료를 물에 넣고 끓이는 비교적 손쉬운 조리법이니 시대를 넘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주연배우라 할 수 있다. 2. 지역의 역사와 기후, 풍토에 따라 국은 <향토음식>의 성격을 갖게 되는데 임금과 사대부가 살았던 서울의 소고기 설렁탕, 강원도에서는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황태해장국, 곡창지대로 이루어져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기 쉬웠던 남원의 추어탕 등이 바로 그 예이다. 3. 제주 역시 제주스러운 국물 요리가 발달했는데, 바다 재료로는 갓 잡아올린 생선을 통으로 넣고 끓인 각재기국, 은갈치국, 옥돔 미역국 등이 있고, 뭍의 재료로는 돼지고기와 뼈를 고아낸 탕을 베이스로 만든 고사리 해장국, 몸국, 접짝뼈국 등이 있다. 4. 논농사가 발달한 육지에서는 소가 주요한 농경 수단이었으나, 땅이 척박한 제주에서는 돼지가 밭의 거름을 생산하고 중요한 경사마다 잡아먹을 수 있도록 번식력이 좋으니 제주의 국물 요리는 대개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다. 5. 돼지의 앞다리와 흉골 사이 부위 갈비뼈로 만든 접짝뼈국은 최근 들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향토음식이다. 올레길이 조성되고 저비용 항공사의 운항으로 제주 여행이 본격화되며 그간 육지 사람들에게 비교적 낯설지 않았던 고기국수와 돔베고기, 갈치, 고등어, 옥돔 등에만 쏠렸던 음식 편향이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 의한 낙수 효과로 몸국을 지나 접짝뼈국까지 이르렀다. 6. 제주 여행 첫날 폭우로 인해 제주시내 실내 관광지를 찾던 중 마침 제주 민속자연사 박물관에서 <가문잔치 특별전>을 한다길래 방문했더니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한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재현한 가문잔치 밥상에서는 괴기반이 올라간 손님밥상 뿐 아니라 신랑과 신부에게 차려주는 밥상을 볼 수 있었는데 <새각시 밥상에는 접착뼈국이 차려진 정찬 한상>이, 신랑에게는 미역국이 올라간 간소한 밥상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7. 섬이라는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결혼이라는 행위는 한명의 노동력이 이 집안에서 저 집안으로 옮겨가는 행위인데다 3일 이상 행해지는 제주의 가문잔치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새각시(신부)였던 듯 싶다. 어쨌거나 접짝뼈국은 새각시에게나 제공되었던 귀한 제주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번 여행에서는 그간 생소하기 때문에 미뤄왔던 숙제를 해치우리라 생각했다. 8. 철분이 함유된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 해수욕장 입구에 소재한 <화성식당>은 접짝뼈 전문 식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9. 음식을 설명하는 주인장의 표현이 참으로 재미있다. 오뚜기 스프 넣고 끓인 맛, 죽을 힘을 다해 만든 갈치속젓, 대충대충 만든 김치라며 접짝뼈국 한상 차림을 설명해주시는데 음식을 경험하며 무릎을 탁 칠만큼 절묘한 표현이다. 10. 부산의 돼지국밥으로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충청 이북 지역 사람들에게 탕의 주재료는 <소고기>이지 돼지고기가 아니다. 거기에 메밀가루를 넣어 스프처럼 점성이 강하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소할 수 있다. 주인장이 재미있게 표현한 <오뚜기 스프>에는 그 생소함을 무장해제시켜주는 친절함이 숨어 있다. 11. 갈치속젓도 특유의 비린내와 식감 때문에 평상시 즐겨하지 않는 음식인데 배춧잎에 쌈장으로 먹으니 한입 한입이 소중하다 느껴질만큼 맛있다. 대충 만든 김치라지만 원래 제주의 김치는 육지 사람 기준 간이 다른데 주인장의 표현을 듣고 기대치를 더 내려놔서 그런지 김치마저 맛있다.
화성식당
제주 제주시 일주동로 383
맛집개척자 @hjhrock
이집이 제가 제주에선 최애하는 집이인데.. 제가 그리 많이 가봤는데 이렇게는 못 풀어쓸거 같아요. 역시 오찬님 대단하신가 같아요. 이런 글은 정말 배우고 싶네요...ㅎㅎ
권오찬 @moya95
@hjhrock 이 식당이 맛객님 최애 식당이었군요. 이미 맛집개착자님 글에도 개성있는 식견이 녹아 있습니다.
맛집개척자 @hjhrock
@moya95 저는 직관적으로 썼는데 오찬님은 정말 객관적인 느낌으로 잘쓰시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