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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1년

#삼전동 #안재식당 #가마솥밥 * 한줄평 : 흰 쌀밥이 주는 그리움, 밥이 주인공인 밥상 1. 쌀이 부족해 혼분식 장려운동을 기억하는 장년 세대에게 밥공기에 수북히 담긴 흰 쌀밥은 기억 속 깊은 아랫목에 쟁여둔 그리움 한 가득, 허기진 마음을 달래주는 그 뜨끈뜨끈함이라 할 수 있다. 2. 한국 요리 만화의 전설격인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 제1권 1화가 해외 입양아인 에피소드 주인공이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쥐어준 쌀의 맛을 기억하고 부모를 찾아나서는 <어머니의 쌀>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3. 한반도의 주식은 분명 쌀밥이건만 피자, 햄버거와 파스타같은 서양식의 범람과 풍성해진 식탁 문화는 주인공이었던 쌀밥을 조연급으로 내려오게 하는데 한 몫했다. 4. 오죽했으면 국내 대표 전기밥솥 브랜드인 쿠첸이 <먹어Bar>라는 웹드라마를 제작하여 매회 주인공들이 밥지어먹는 장면을 삽입했을까?!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7kg 수준으로 1991년 116kg에 비하면 이젠 쌀이 주식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4. 송파구 삼전동에 소재한 안재식당은 우리네 식탁에서 조연으로 물러난 쌀밥이 주인공인 식당이다. 어릴 적 어렴풋이 기억하는 쌀밥의 구수한 향미를 품종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수향미인데, 인재식당에선 바로 이 쌀로 가마솥밥을 내준다. 5. 쌀밥이 주인공이니 반찬은 허술할 것 같지만, 정성스레 만든 반찬 8가지와 게를 넣고 끓인 된장국, 사이드로 주문할 수 있는 고기반찬 2종이 있으니 꽤나 풍성한 식탁이다. 6.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인장의 의도가 숨어있음인지 모든 반찬의 간이 밥의 향미를 넘어가지 않는다. 슴슴한 담미 수준까진 아니어도 여타 백반 식당 대비 자극과 향이 강한 마늘의 사용을 대폭 줄인 듯 하다. 7. 밥과 함께 먹기 위해 주문한 것은 언양식 한우숯불구이와 상주식 고추장돼지숯불구이 중 상주식이다. 언양식 불고기야 여기저기 먹어볼 기회가 많다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고추장돼지구이는 홍천의 양지말 화로구이가 더 익숙한지라 안재식당은 상주식 고추장돼지구이를 어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8. 홍천식은 삼겹살 부위를 사용하고 연육 작용을 위해 넣은 벌꿀이 단맛을 끌어내는데 반해 상주식은 전지와 삼겹살을 섞어 사용하며 불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안재식당의 상주식은 아주 잘 양념하여 구워냈으나 불향이 거의 없던 걸로 미루어보면 아무래도 고급 비장탄을 사용하는 듯 한데 식용 목초액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9. 가수가 본인의 히트곡 따라 운명이 흘러가듯 식당의 상호 역시 그러한 사례를 많이 봐왔다. 주인장인 안재만 쉐프의 성명에서 차용하여 상호를 정한 것으로 아는데, 식당의 운영 방식과 음식을 만들어내는 정성이 동네 밥집으로써 <편안하게 오래 존재할>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추가잡설 망고플레이트가 망하고 인스타를 시작했는데, 뭐 하나 잘난 것도 없는 내가 고새 글을 몇 번 봤다고 댓글로 응원하는 분이 두세분 계신데, 그 중 한분이 바로 안재식당의 안재만 쉐프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이 분은 식당 마감을 하고 꼭 하루에 대한 단상을 인스타에 남기신다. 난 언젠가부터 나날이 성장해가는 이 분을 응원하고 있다. 우리가 영웅담에 빠져드는 것은 주인공의 능력과 행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주인공의 고민과 그걸 해결해나가는 성장기를 응원해서일 것이다. 안재식당의 안재만 쉐프의 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 www.instagram.com/anjae_sikdang

안재식당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21길 38 금강빌딩 1층 101호

맛집개척자

상주식 고추장구이는 아직 경험이 없는데 상주가는 길에 한번쯤은 들러서 먹어봐야 할 것 같네요.. 왠만한 식당들이 밥에 진심이지 않은 요즘에 밥에 진심인 밥상이라면 사실 다른 부분은 볼 것도 없이 만족스러울거 같습니다.^^

권오찬

@hjhrock 상주 김천 등 경북 지역이 고추장 돼지구이로 유명합니다. 시골이라 연탄 등의 사용과 처리가 서울보다 용이해서 그런지 불향이 아주 좋습니다.

맛집개척자

추풍령할매갈비도 같은 계열이라면 저는 이미 경험은 있네요...부흥식육식당이나 그 주변의 고기집을 아직 못가본게 이쉬운거죠.^^

권오찬

@hjhrock 약간 결이 다른데 추풍령은 양념갈비의 고추장 버전이고, 여기서 말하는 고추장돼지구이는 얇은 두께의 석쇠구이라 보시면 되요.

맛집개척자

@moya95 홍천화로구이랑 비교하면 재밌겠네요.^^

단율

출근길에 안재식당 리뷰 생각하면서 왔는데 ㅋㅋㅋ 오찬님 리뷰가 딱있어서 신기하네요 ㅋㅋ

권오찬

@kk1kmk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ㅎㅎㅎ 진찌 미식가들은 우연찮게 식당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어요. 이 드넓은 서울 하늘 아래~

Colin B

성장해가는 사람과 이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사람.

권오찬

@colinbeak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한 시선이 필요한 시절이야..

Colin B

@moya95 저도 극히 공감해요.

미오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네요. 좋은 곳 소개 감사합니다. 노중훈 작가님이 모임을 자주 여셨던 곳이었군요… 인스타그램으로 본 셰프님의 글의 결도 참 단정하네요. 덕분에 좋은 곳 알게되었습니다 😌

권오찬

@rumee 따스한 시선과 손길로 뽈레 안착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