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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아서원 #탕수육 * 한줄평 : Since 1967, 탕수육에 관한 강렬한 첫경험 • 충주 관아골 상권 이야기 • Since 1907, 서울 명동 아서원의 명맥을 잇는 중식 명가 • 탕수육 첫경험에 대한 강렬한 기억 1.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청충도가 아니라 충청도인 이유는 당시 충주가 충청도에서 인구 규모나 지정학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했다는 방증이다. 과거 충주시의 도시 기능은 성내동 관아골을 이루어졌는데법원과 검찰청, 국민은행 등 도시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관공서가 자리해있었고 길 건너 블럭은 현대타운 상가를 중심으로 당시 명동이라 불릴 정도로 번창했었다. 2. 아서원이라는 중식당이 개업했던 1967년만 하더라도 가장 화려했던 관아골 골목은 도시의 확장 과정에서 쇠락한 구도심이 되어버렸다. 3. 충주 아서원의 개업은 1967년이지만, 식당의 연원은 1907년 서울 명동에서 개업한 4층 규모의 호화 청요리식당인 동명의 아서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 광장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반도에서 의외로 회합과 결의의 장소로 빈번하게 사용되었던 곳이 바로 <당시 화교가 운영했던 대형 중화요리점>이었는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13도 대표가 모여 선포문과 결의 사항을 낭독했던 <봉춘관>, 1919년 1월 경성 시내 전문학교 학생 대표의 독립 비밀 결사 모임이 열렸던 <대관원>이 바로 그런 사례이고 서울 명동의 <아서원> 역시 1920년 임시정부 주도하에 조선 총독과 일본의 고관 대작을 암살하려는 광복 결사대의 비밀 회합이 열렸었고, 1925년에는 조선공산당 창당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5. 충주 아서원의 창업주는 이런 역사적인 서울 아서원에서 주방장으로 일을 하다 내려와 충주에 터를 잡았는데, 올해로 벌써 56년이 된 충주 1세대 중식당이다. 6.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내가 나름 자신있는 분야가 몇 있으니 그 중 하나가 <탕수육>이다. 7. 8살 정도였던가? 어느 날 저녁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외식을 제안하셨고 40여년 전만 해도 차가 귀했으니 당시 아버지가 모는 오토바이에 우리 가족 넷이 타고 시내로 나와 먹은 음식이 바로 <탕수육>이다. 그리고 그 식당이 바로 <아서원>이고.. 8.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민학생 꼬맹이에게 외식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던데다 짜장면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탕수육이라니.. 사실 당시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찌개도 국도 아닌 점성이 있는 허여멀건한 소스에 튀김이 빠져 있으니 그 낯선 음식과의 조우에 젓가락을 감히 대지 못 하다가 어머니의 성화에 한 입 맛보는 순간 극락을 경험했던 것 같다. 9. 사람은 나름대로 학습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어떤 행동이 좋은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면 본능적으로 그 이후에도 그 행동을 추구하게 된다. 중년 세대가 이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주기적으로 찾아 먹는 것 역시 이러한 연유이다. 10. 식당이 운영되는 긴 시간동안 탕수육 레서피가 개선되었는지 튀김옷의 기포가 바삭함을 주는 비교적 최근 개발된 조리 방식이다. 다만 중식 노포에서나 볼 수 있는 단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나는 투명한 소스가 참으로 반갑다. 간짜장 역시 주문 후 바로 야채와 춘장을 볶아주는 방식이다. 간혹 일부 중식당에서 전분을 넣고 끓여낸 짜장 소스를 베이스로 양파 등만을 새로 볶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은 정통 방식 그대로 만든데다 단 맛의 캐러멜 소스가 가미된 한국식 짜장이 아닌 옛날 추억의 짜장 그 맛이다.

아서원

충북 충주시 관아1길 8-1 1층

맛집개척자

80년대 탕수육을 먹는다는건 정말 큰 이벤트였죠..그당시 탕수육이 뭔지도 모르는 친구들도 허다했죠...ㅎㅎ 이 집 참 옛말맛이어서 너무 좋아요..더워질때하는 깐반면도 너무 맛있어요. 오랫만에 고향나들이 즐겁게 하신거 같아요.^^

권오찬

@hjhrock 80년대 제가 국민학생이던 당시만 해도 카레는 설사 같다며 안 먹는 친구들 허다했습니다. ㅎㅎㅎ

Luscious.K

음식 비주얼이 정통 옛 사부들의 솜씨네요. 이 아서원이 티비에 회자되는 그 아서원 원조일까요? ㅎㅎ

권오찬

@marious 맞습니다! 현재 롯데호텔 소공동 자리가 바로 원조 아서원이 있던 곳이에요.

권오찬

@marious 아, 본문에 언급된 서울 아서원이 텔레비전에 회자되는 아서원이고.. 충주 아서원은 서울 아서원 출신 사부가 창업한 곳이에요. 아서원은 중식사대문파 중 하나였구요. 프라자호텔 도원의 유방녕 사부가 아서원 출신입니다.

Luscious.K

@moya95 바로 그 집과 어떤 관계였나 궁금했어요 ㅎ

당신의텍스트

저도 투명한 소스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 권오찬 선생님의 여러 글을 조용히 핀+좋아요 하고 있답니다 ㅎㅎ 울림을 주는 글 남겨주셔서 항상 조큼 멀리서 감사드립니다 😊😊😊

권오찬

@yourtext 저도 텍스트님이 남겨주신 글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나와 무언가 공감대가 있는 미지의 사람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건 너무 멋진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