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심우방 #수정과 * 한줄평 : 인사동의 못 생긴 소나무, 심우방.. • 대한민국 노포가 드문 이유는? • 인사동 스타벅스 간판이 한글인 이유 • 역사가 사라진 인사동 상권, 그곳을 지키는 전통찻집 1. 우리 속담에 ‘못 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다. 곧게 자란 나무는 집의 서까래가 되기 위해 베여 나가는데 구부러진 나무는 거목이 될때까지 끝까지 살아 남아 선산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2. 대부분의 노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식당일이란 것이 본디 ‘남의 밥’을 차려주는 일인데다 새벽에 일어나 장을 보고 저녁 늦게까지 고된 육체 노동을 해야 하니 불과 이삼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식당으로 먹고 살만 해지면 가게를 넘기고, 부동산 개발로 보상을 받으면 가게를 접었더랬지 이른바 그 당시 <좋은 목에 있어 장사가 잘 된 식당>이 대를 이어서까지 단일 혈통으로 노포로 남은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3. 1990년대 중반 즈음 개업해서 어언 30여년의 시간을 꽉 채운 인사동의 <심우방>이란 전통찻집에 대한 감상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기발한 상호도 아니요, 2층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간판도 보잘 것 없으니 우연찮게 지나가다 들릴 이도 그다지 없는 이 작고 소박한 가게가 문득 인사동의 <못 생긴 소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인사동은 조선시대 그림을 그리던 관청인 <도화서>가 위치했던 곳으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고서화와 고서적, 고가구, 필방 등을 판매하는 가게와 예술인들이 술과 인생을 노래하던 음식점과 카페, 작품들을 전시하던 갤러리로 가득했던 공간이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인사동의 찻집 상호조차 ‘머시 꺽정인가’, ‘싸립문을 밀고 들어서니‘,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등 예술이 넘쳐났고, 양키문화의 아이콘인 스타벅스가 전통 문화 거리에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경을 칠 일이라고 뉴스거리가 되었던 시절이다. 결국 영문이 아닌 한글 간판을달고 입점하는 것으로 결론나긴 했지만.. 5. 어느 순간 <복합 문화 거리>라는 미명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더니 문방사우와 예술인들이 가득 했던 이 곳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6. 개인적으로 인사동은 마음의 빚이 있는 공간이다. 시골 농촌 마을에서 올라온 촌놈이 서울 생활하며 지독한 향수에 시달리다 95년 어느 비오는 날, 인사동 거리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에 지독한 안도감과 행복을 느꼈던 곳이다. 7. 이 거리에 그 당시 영업을 했던 찻집이 건재한 것만으로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1세대 주인장이 30여년이라는 세월을 머금고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더랬다. #추가잡설 찻집의 상호로 사용된 <심우>는 ‘소를 찾는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는 <잃어버린 나를 찾자>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만해 한용운이 기거했던 성북동의 북향집 역시 <심우장>입니다. 언제고 다시 이 찻집에 들리게 되면 주인장 여사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젠 찾으셨습니까?”라고..
심우방
서울 종로구 인사동12길 1 2층
망고무화과 @yurasianne
한편의 수필이네요.아름답습니다.
권오찬 @moya95
@yurasianne 우리는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라 미식 문화에 대한 식견을 나누는 것이지요. ㅎ
석슐랭 @kims8292
헛 반칙이십니다ㅜㅜ 제가 모시고 같이 가려고했는데... 다음엔 저랑 가서 여쭤보시죠. 요새 새로운 손님들 모시고 많이 갔었는데 마주치진 못했군요ㅎㅎ
석슐랭 @kims8292
갈 때마다 쌍화탕ㆍ대추즙ㆍ오미자차 중에 심각하게 고민하네요ㅎ
권오찬 @moya95
@kims8292 제 픽은 수정과였는데 가루가 아닌 진짜 계피를 넣고 끓인 옛날 방식으로 만들었더군요.
석슐랭 @kims8292
@moya95 사장님이 인사동에 전통찻집은 다 사라지고, 이제 본인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처럼 30여년전의 진짜 그시절의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곳인것 같아욪 쌍화탕, 대추즙, 오미자차 모두다 어린시절 할머니가 시골에서 정성스레 끓여주시던... 그 시절의 맛이었어요.